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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보태니컬 아트, 색연필로 그리는 컬러별 꽃 한 송이

d0u0p 2024. 2. 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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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찾아간 블로그에서 책에 대한 포스팅을 보고 바로 그 날 서점에 들러 들고 왔다. 서점에 직접 가서 내용을 확인하고 사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비닐로 꽁꽁 싸매진 책을 보고 어쩔 수 없다 싶어 바로 들고 왔는데 구성이며 내용 모두 그 전에 서가에 꽂혀 있던 다른 책들보다 (적어도 나에게는) 좋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다 훑어 본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워서 기쁜 마음으로 집어들 수 있는 그런 책은 못 봤다. 디자이너부심이라고 하기에는 더 오래 전 참고서를 고르던 때부터 페이지 레이아웃과 색상 구성을 챙겨 고르던 기질 덕에 실은 내용보다 편집 디자인에 홀려 말도 안되는 책도 종종 사들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기본 색상 별 꽃을 다루고 있다는 것도 좋았고,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스타일러스 펜 사용법이나 블렌더 사용법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는데다가 연습 겸 결과물 활용도도 높은 별책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다 좋았다. 

책을 먼저 샀어야 했지만  새 색연필을 먼저 사 두었던 터라 그 때 사용할 수 있는 색연필은 까렌다쉬 루미넌스 6901, 76색이었다. 어차피 섞어서 사용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책에서 안내하고 있는 색연필의 색상표는 무시하고 가지고 있는 색연필에서 선택해서 칠하기 시작했다. 

색연필 기법에 대한 안내도 잘 되어 있고 스케치도 이미 인쇄되어 있는 책이라 수월하겠다고 생각하고 구매한 책이었는데,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시도했던 장미 잎은 책에 있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잎이 되어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그림이 되어 버렸고, 장미와 양귀비, 목련, 아네모네, 네 가지 꽃을 완성에 가깝게 마무리하는데까지 1년이 훌쩍 지나갔다.

2019.07.12 - [DRAWING/COLOR PENCIL] - 기초 보태니컬 아트 : 색연필로 그리는 컬러별 꽃 한 송이, 장미

 

기초 보태니컬 아트 : 색연필로 그리는 컬러별 꽃 한 송이, 장미

책이 일단 두꺼워서 매번 들고 다니며 작업하기 어려우니 필요한 부분만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보면서 작업을 띄엄띄엄했다. 완성된 그림을 함께 보면서 작업해야 하는데 작정하고 앉아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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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8 - [DRAWING/COLOR PENCIL] - 이제 그만 하자, 기초 보타니컬 아트 : 색연필로 그리는 컬러 별 꽃 한 송이, 아네모네

 

이제 그만 하자, 기초 보타니컬 아트 : 색연필로 그리는 컬러 별 꽃 한 송이, 아네모네

줄기에 Violet을 사용하라고 하는데 발그족족한 느낌이 별로 없고 칙칙해지기만 해서 적당히 칠하다 그만 두고 적혀 있는 노란 색도 정확히 같은 색은 없어서 비슷한 몇 가지를 꺼냈다가 결국 B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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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 붙잡고 씨름한 건 아니니까, 진도가 더딜 수 밖에는 없었지만 건식 재료인 색연필이 사용하기 편한 도구임에는 틀림 없으나 완성도를 올리는데까지는 시간과 공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블렌딩을 열심히 해 보아도 밑색이 비어 보이기 일쑤였다. 

각각의 꽃을 완성하기 위한 가이드를 따라 채색을 하다 보면 각 단계 삽화를 보면서 어느 부분을 채워 넣는 것인지 애매해 보여서 어려울 때가 많았고, 줄기나 잎의 표현은 여전히 계속 어려웠다. 

결국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잎을 제대로 완성할 수 있게 노력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고, 녹색 계열을 표현할 수 있는 색연필을 골라 내다 보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퍼뜩 들었다. 까렌다쉬 루미넌스 6901에서 찾을 수 있는 녹색 계열이 너무 빈약했다. 녹색, 연두색은 모두 채도가 강해서 파버카스텔에서 볼 수 있는 중간 톤의 부드러운 녹색이 거의 없었다. 

좌: 이 책에 사용한 색연필 / 우좌: 까렌다쉬 루미넌스 녹색 계열 / 우우: 이 책에서 사용한 색연필 녹색 계열

한참을 혼색해야 비슷한 느낌을 낼까 말까한 상황이었으니, 책에 안내되어 있는 파버카스텔 색상을 다시 확인해 보았고, 맨 처음 색연필 꽃 그림을 그려 보겠다고 시작했을 때 사 두었던 몇 자루 안되는 파버카스텔을 다시 꺼내 비교해보고 필요한 색상을 추가로 마련해 보기로 했다. '그림그리기 좋은 날'이라는 책으로 색연필 꽃 그림을 처음 그려 보기 시작했는데 책에 있는 그림 중 마음에 드는 꽃만 그려볼 요량으로 색연필을 일괄구매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두었던 터라 그다지 알찬 구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나마라도 가지고 있던 색연필이 있었으니 다행이라며 필요한 색상만 추가해 구매했다. 

파버카스텔이 다채로운 녹색 계열을 갖추고 있어 좋다는 책 속의 글귀가 이렇게 그제서야 눈에 확 들어왔지만, 그 색을 또 어떻게 자연스럽게 조화시켜 사용하느냐는 작가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을 또 다시 깨달았다. '페이 러 냐오'의 '그림그리기 좋은 날'에도 파버카스텔과 호환 가능한 차트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책에 있는 그림 중 붓꽃을 시도해 보는 도중에 너무 채도 강한 푸른 기운이 도는 녹색을 사용하라고 적혀져 있어서, 적힌대로 칠했지만 그 깡깡한 느낌의 푸른 잎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괴이하게 다가왔던 색감이 파버카스텔 탓인줄만 알고 다른 색연필을 찾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때 제시되었던 푸른 기운의 색상 말고 크롬 옥사이드 그린이나 주피터 그린 정도를 사용했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는데, 그 땐 몰랐다. 전체 색연필 색상 차트를 본 적도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믿고 따라했을 뿐이다.

2017.12.10 - [DRAWING/COLOR PENCIL] - 그림 그리기 좋은 날 : 붓꽃

 

그림 그리기 좋은 날 : 붓꽃

노랑 보라 완벽한 보색이 서로 어울리는 분위기의 꽃을 골라 보았다. 사용된 컬러는 LEAF GREEN EMERALD GREEN LIGHT CADMIUM YELLOW CADMIUM YELLOW DARK CADMIUM YELLOW PINK MADDER LAKE PURPLE VIOLET MAUVE​ 많지 않은 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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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색연필을 준비하고는 수국 잎에 야심차게 재도전했던 것도 벌써 2년 전 일이고 수국 잎은 아직까지 중간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걸 다시 꺼내서 칠을 할까, 말까 싶은데 심지어 어디에 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쉬운 게 없다. 색연필을 쥐니 손가락이 아프고, 마우스를 쥐면 손목이 아프고, 뭘 해도 힘들다. 색연필은 커녕 연필도 다시 꺼내 들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지만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다시 펼쳐 보기 좋은 책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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