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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로 그리는 꽃 선물 기법서

d0u0p 2023. 10. 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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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에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스케치 작업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나같은 게으름뱅이에게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수채화 기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과 실제 채색을 해 볼 수 있게 별도의 수채화용지에 스케치가 인쇄되어 있어 부담없이 수채 물감으로 채색하는 과정에만 집중해 볼 수 있다. 

빌리샤월의 인터넷 강의를 나름대로 꾸준히 따라가 보았으나 의지대로 채색이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아서 낙심한 나머지 물감을 던져 두었다가, 그보다는 조금 더 쉬운 수준의 책을 찾아 수채 물감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던 차에 눈에 들어왔던 책이다. 

아무리 그래도 예제로 보여지는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구매까지는 하지 않았을텐데 처음 보이는 라벤더 그림이 쉽고 단순해 보이면서도 수채화 느낌이 물씬 풍겨 마음에 들었다. 이정도면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한 권을 끝낼 때 쯤에는 물감에 익숙해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스케치가 이미 인쇄되어 있는 종이 위에 쉬워 보이기만 하는 그림 하나를 따라하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아서 처음부터 좌절할 뻔 하기도 했다. 물감을 사용하는 방법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책으로는 알 도리가 없었고, 결국 수채화 고수의 도움을 받아 문제점을 파악하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채화를 글로만 배우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채화로 그리는 꼿 선물 기법서에서는 일단 기본 12색을 기준으로 혼색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범위의 색에 다루고 있는데, 실제 예제에서는 또 다양하게 혼색해서 칠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였고, 혼색을 하라고 안내되어 있어도 적당히 비슷한 단일 색상의 물감으로 칠하는 것이 마음이 더 편했다.  

혼색 트레이닝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이 있는 책을 찾았으니 추가로 연습을 더 해 볼까 싶다. 수채화로 그리는 꽃 선물에서 다루는 그림은 대체로 식물이라 보타니컬 아트에서 사용하는 기본 색상과 거의 같은 색상을 사용한다. 실제로 물감을 쓰다 보면 이 기본 색상 열 두 가지로 거의 모든 색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니 굳이 물감을 24색, 48색을 구비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하다. 

각 페이지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큐알코드로 동영상도 확인할 수는 있는데, 동영상은 대부분 빠른 동작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순서 파악하는 것 말고는 책에서 얻는 정보 이외의 정보를 더 얻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막상 물감과 물과 뭇과 종이를 펼쳐 놓은 상황에서 휴대폰을 들고 또 뭘 보기도 쉽지는 않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 기법이 있으니 선택적으로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는데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예시 그림과 같으려면 어떤 기법을 사용하는지가 더 궁금하지만 두 가지 기법이 나란히 나와 있으니 혼란스러웠다. 예시로 보여지는 그림은 일단 평가 기준이기도 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로 머릿 속에 자리잡기 마련인데 기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결과가 목표로 한 그림과 다르면 우선 좌절하게 될 것 같다. 

물론 관찰하고 물감을 사용해서 표현하는 행위 자체로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결과물이야 개떡같아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만, 나는 내 시간을 그 정도 썼으면 공을 들이기 전의 나와 공을 들인 후의 나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결과물이 흡족스럽지 않으면 고민했던 시간조차 아깝고 힘들 뿐이다. 뭐, 다양한 기법을 소개하고 독자에게 선택적 자유를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짧은 문장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순간이 괴로울 뿐이다. 

따라하기에 힘든 부분이 하나 더 있었는데, 물론 정식 색상명을 따로 안내하고는 있지만 지시문에는 정식명칭은 생략하고 물감의 번호로 표기되어 있고, 이 번호는 모두 W로 시작하며 512, 534, 541로 바뀌는 것이라 컬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각 색상도 함께 인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약속된 기호의 의미가 바로 바로 전달되지 않아서 어려웠다. 번호와 색상명이 함께 표기된 페이지를 계속 번갈아봐야 하니 심란했다.

MIJELLO MISSION GOLD + Fabriano watercolor 280g

맨 처음 칠했던 라벤더는 너무 희끗하고 텁텁하게 칠해져서 언젠가 다시 칠해보겠노라며 간직하고 있다. 천일홍을 이만큼 칠하기까지의 고생이 컸던 만큼 보람이 있긴 했다. 끝까지 칠을 했냐면 또 아직 페이지가 꽤나 한참 많이 남아 있다. 다른 좋은 책들도 쏟아져 나와서 미처 다 마무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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