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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만두국 산하와 진진

d0u0p 2018. 11. 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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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입맛의 간섭없이 마음껏 여러 가지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프리-런치-위크가 계속 되고 있어 만두국 좋아하시는 팀장님의 응원을 업어 늘 언제나 줄이 긴 만두국집들을 순회할 수 있었다. 사진만 놓고 보자니 어느 집이 어느 집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매우 비슷한 느낌이다. 산하와 진진 모두 손만두 사이즈가 비슷하고 고기 고명 올려주는 느낌 역시 비슷하다. 오래전부터 알고 계시는 팀장님 말씀으로는 산하의 만두가 전에는 김치만두였던 것으로 기억하신다는데 지금은 김치만두는 아니다. 

성하의 만두국

나박김치와 배추김치 두 가지, 그리고 산하는 결정적으로 메뉴판이 없고, 계산하기 전까지 만두국의 값은 모른다. 고소한 녹두전도 메뉴에 있는데 녹두전은 주문하면 반드시 일인당 하나씩 주문해야 하는 식당만의 시스템이 있어서 맛은 보고 싶고, 가격도 궁금했지만 만두국만으로도 배가 부르니 각자 한 장씩 먹기에는 과한 느낌이라 먹을 수 없었다. 산하에서 먹을때까지만 해도 맛있게 잘 먹었다. 지금 가격은 만이천원이다. 팀장님의 경험으로는 만 사천원까지 했던 적이 있었다고 하시는데 아마도 진진 만두국 가격때문에 내린 것일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만 사천원일 때에 배추파동이 있어서 올랐었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 배추값이 다시 내려서 내렸거나 김치만두였던 만두에 김치를 더 이상 넣지 않고 진진 만두국 가격에 맞춰 내렸거나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주인만이 알고 있을 노릇이다.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지 뭐, 경도상가는 오래된 맛집들이 있는 곳이고 그 곳에서 꽤 오래 영업중이신데다 아직도 성업중이시니 맛은 그렇게 나무랄데는 없다. 

다만 그 다음 주 진진 만두국을 먹었을 때, 만두가 김치만두라서 내 입맛에 조금 더 마음에 들었을 뿐이고 진진 만두국의 맛이 오묘하게 설에 큰집에서 먹는 떡국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진진 만두국의 만두국

산하는 김이 없는데 비해 김이 들어가 있고, 빨간 배추김치와 흰 물김치로 구성되어 있는데다가 지단 고명까지 쫑쫑 올라와 있어서 마음이 더 동했다. 구성과 구색의 느낌이 조금 낫다고 봐야 하나, 무엇보다 김이 중요한데, 국이나 볶음밥에 얹어 들어가는 김의 풍미와 질이 나에게는 약간 중요하다. 엄마마마님은 시골에서 자라시면서 김공장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게 싫어서 서울에 오셨다고 늘 말씀하시는데, 덕분에 엄마마님의 김 고르는 솜씨가 너무 수준급이신지라 집에서 먹는 김은 맛이 없을 수가 없었고, 김 종류별로 특징이 다르고 맛이 다른 것도 어지간히 구분할 수 있다. 분식집에서 부족한 맛을 보충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오래된 김이라 할지라도 마구잡이로 뿌려 준다거나 어울리지 않는 음식인데 무작정 넣어 버리는 김은 참기 힘들다. 진진 만두국의 김은 그동안 봐 오던 김 추가 영역에서 보기 드문 형식이었다. 두껍고 향이 강하지 않은 국물에 잘 어울리는 김이었고, 한 장을 통으로 넣었는데 함께 들어 있는 떡과 먹으면 아주 좋다. 

앗, 그러고 보니 산하는 떡이 들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만두만 들어 있는 만두국이었고, 진진은 떡 반 만두 반, 그리하여 두 집이 단가가 비등비등하게 맞춰지는 거였으려나? 진진 만두국도 만이천원이다. 산하의 피크타임은 언제인지 잘 모르겠으나 막상 방문했을 때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곧 들어갈 수 있었고, 진진은 피크타임이 꽤 길고 늘 줄이 길어서 서둘러 갔음에도 줄을 설 수 밖에 없었다. 

적당히 맛있는 점심 좀 먹으려고 마음먹으면 만원은 넘게 내면서 반드시 줄을 서야 하는 곳이 여의도인가보다.  

보너스로 진주집의 닭칼국수도 곁들여 본다. 

2018/06/10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십년이 지났는데 여전하고 천년만년 손님 많을 것 같은 진주집

겨울에는 진주집이 그렇게 붐비지 않아서 쉽게 먹을 수 있고, 왠일인지 프리런치위크를 하사하신 그 분께서 싫어하지 않으시는 메뉴라 최근에 갈 수 있었다. 국수도 괜찮고 만두도 괜찮고 적당히 올려진 고명도 괜찮고 함께 주는 마늘김치는 더더욱 괜찮고, 앗, 내일 갈까? 그 옛날의 명동칼국수와 가양 칼국수도 확인하러 가야하니 바쁘다. 내일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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