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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아무도 알려 주지 않은 하동관

d0u0p 2018. 10.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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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 더웠는지 기억할 수 없게 갑자기 쌀쌀해진 어느 날 갑자기 메뉴 자유 선택권이 생겼다. 쌀쌀한 날씨에 후루룩 밥 말아 먹는 갈비탕이 먹고 싶어서 검색을 했다. 원래 물에 빠진 고기라며 고깃국을 질색팔색하던 어린이가 이제는 다 커서 뜨끈한 국물 호로록 먹고 싶어 하는 어른이가 되었다는 걸 엄마마마님은 아직 잘 모르신다. 

사실 고깃국을 먹게 되긴 했지만, 누린내가 나거나 부속고기가 많이 들어 있는 국은 아직 힘들고 맑은 국이거나 진득한 국이어도 얼큰하게 양념한 국 정도 되야 먹을 수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후각과 미각이 예민하다기 보다는 기질적으로 까다로와서 어지간하면 비싸도 입에 맞는 것을 골라 먹는 편이라 아직까지도 고깃국을 먹을 때에는 조심스러워진다. 

사실 판교에서 먹던 빨간곰탕이 먹고 싶었는데, 반대쪽 여의도에 매장이 하나 있지만 너무 멀고 가본 적도 없어서 대타로 먹을 갈비탕 내지 곰탕을 찾아 보았다. 빨간곰탕은 맛있게 잘 먹는 몇 종류 안되는 고깃국 중 하나인데, 이제 매장이 많이 없어져서 너무 아쉽다. 전에 가 보았던 배꼽집은 푸짐함으로 승부하는 갈비탕집이었는데, 양은 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도 하고, 아련한 기억으로는 기름냄새가 나는 갈비탕이었던 것 같다. 

2018/05/11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수요미식회 갈비탕 배꼽집

적당히 근처에 투뿔이 있으니 투뿔에서 얼큰갈비탕이나 먹을까, 창고43 점심메뉴에 도전할까 리뷰를 찾아보다 보니 사학연금회관이 최근에 리뉴얼이 끝나고 지하에 식당가가 생겼는데, 그곳에 하동관이 있다고 왜 그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계속 여의도에 계시던 팀장님도 전혀 모르고 계셨다. 대각선으로 질러 가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지만 사실 다른 분들은 식당이 건물 두개를 지나면 멀다고 안가시려고 하기 때문에 접근 불가 범위의 식당이니 모르셨을 법도 하다.

사람은 역시 많았지만, 메뉴도 메뉴고 운영하는 방식도 원래 이렇게 끓여 준비된 탕을 주시는 것이라 테이블 회전률도 빨라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식권은 입장하기 전에 주문하고 계산하면 쥐어 주시고, 테이블에 앉을 때 다시 받아 가셨다.

앉자 마자 단촐한 김치와 국밥이 나왔다. 깍두기 국물 팍팍 넣고 싶었는데 국물이 많지 않아서 나중에 적당히 눈치껏 넣어 먹었고, 이 정도 양의 고기와 밥이면 나에게는 딱 좋지만 아저씨들에게는 모자랄 수도 있겠다. 만이천원이나 하니까 인상 찌푸리실 분들도 더러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요즘 어디 가서 갈비탕을 만원 아래로 먹을 수 있나 싶고, 오랜만에 탕같은 탕 먹어서 적당히 기분이 좋았다.

어린 소를 쓰고, 기름기 제거하는 과정은 네 시 지나 저녁부터 새로 하시는 것 같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60년 전통이라는 식객의 한 대목을 보니 요즘 물가에 뭐 원칙을 지키며 맛을 유지하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 할 것 같다. 실은 홀에서 바삐 움직이시는 할머니 인상이 정말 오랜 맛집 주인 어르신 같은 인상이라 식객에 나온 주인의 이미지가 어땠나 궁금해서 찾아본 것인데, 만화에는 할아버지가 나오신다. 

포장이 되면 집에 가져 가서 엄마마마님과 함께 하고 싶은 맛이기도 한데, 네 시면 종료하신다니 포장을 대체 언제 하러 가야 하나 모르겠다. 점심시간에 저리 바빠서야 포장이 가능할까도 모르겠고, 음, 모르겠다, 진수만 모르는 게 아니다. 모르겠다. 

근처 적당한 일본 라멘집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가 하동관 옆에 라멘집이 있는 것을 보고 다음에 가기로 기약했었는데, 잊고 있었다. 제일 가까운 곳은 하카타분코만 하는 집 (2018/06/05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하카타분코 오토코쥬쿠)이라 나가사키짬뽕이나 얼큰한 카라이라멘 먹은지 너무 오래 되었다. 금요일쯤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 와야겠다.

팀장님, 금요일은 라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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