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물들이는 어반 수채화 컬러링 북

낡은 집을 근사하게 그려내는 법이 궁금했고, 알록달록한 색채로 아름답게 칠해진 풍경들도 좋아서 일단 책을 구매했다. 힘들게 스케치하지 않아도 채색만 할 수 있게 별도의 스케치 시트가 마련되어 있어서 그냥 채색을 해 볼 수도 있었지만 그냥 물감 놀이를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잉크와 어떤 만년필로 스케치해야 합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가 여전히 궁금한 터라 쓰고 있던 스케치북에 스케치를 옮기고 채색해 보기로 했다.

옮기는 김에 만년필 스케치 과정은 영상으로 담아 보았다. 책보다 작은 사이즈의 스케치북이기도 하고 만년필 닙의 굵기가 F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치북의 사이즈 때문인지 세밀한 표현까지 다 살리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또 넉넉한 종이에 옮겼으면 채색했을 때 휑뎅해져버렸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hNZg3Il2Kiw

과하다 싶은 묘사는 대충 얼버무리고 적당히 마무리를 했다. 채도가 발랄한 물감보다는 자연스러운 느낌이 퐁퐁 묻어나는 아갈로 물감을 꺼내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고, 카키모리 F를 사용할 때에는 종이가 더 커도 좋겠다. 

쓰던 스케치북을 끝끝내 다 쓰고 나서 더 좋은 새 스케치북으로 옮겨가겠노라는 부질 없는 고집으로 괜히 고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또 얻는 것이 있으니 그대로 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해 본다. 얼른 마지막 페이지를 만나고 싶은데 올 해 안에 불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