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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년필을 샀으나 잘 못 샀는데, 잘 못 산 김에 그림그리는데 써야할 몽블랑 캘리그라피 커브드 닙 스페셜 에디션

d0u0p 2024. 1.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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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닙을 사려고 벼르고 벼르고 있다가 2023년 마지막 날 이메일로 날아든 몽블랑의 마케팅 메일에 혹해서 온라인샵을 둘러 보는데 '캘리그라피'라고 적힌 만년필이 눈에 들어왔다. 플렉스닙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것이 커브드닙, 즉 후데 또는 미공필같은 종류의 닙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고 눈에 뭐가 씌였는지 후루룩 주문을 했고, 언박싱 영상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뭘 잘 못 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쓰다 보니 두툼한 배럴이 초등학생 손만큼 작은 내 손에는 약간 버거운 느낌도 있지만, 돈을 들인 만큼 열심히 연구해서 꼭 반드시 잘 훌륭하게 쓰리라 마음먹었다. 

닙에 있는 세 가지 굵기의 선을 한 가지 닙으로 모두 그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펜의 장점이고, 다양한 굵기의 선을 그을 수 있다면 그림 그리기에는 아주 적합할 것 같아서 아주 오래 전에 사서 묵혀 두었던 꽃 글미 드로잉 북을 꺼내 들고 아네모네를 그려 보았다. 

책에는 이미 오래 전에 연습하면서 두꺼운 선은 몇 호 펜을 쓰는 게 좋을지, 얇은 선은 또 몇 호 펜을 쓰는 게 좋을지 적어둔 부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개의치 않아도 된다. 심지어 굵은선과 뒤집어서 나오는 가는선의 비율이 아주 잘 어울려서 이런 선화를 그리는 데에는 유용할 것 같다. 피그먼트 잉크를 냉큼 넣어 쓰고 싶지만 그랬다가 닙 사이에서 굳어버리기라도 하면 감당이 안될 것 같으니 일단 참기로 한다. 저렴한 세일러 캘리그라피 후데도 재미있게 잘 쓰고 있기는 했었고, 올리브그린인 몸통 색상도 쓰다 보니 탐탁치 않고 적당히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한 자루를 더 들여볼까 했었지만 이렇게 어마무시하게 고급진 버전의 커브드닙을 얼결에 손에 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다른 만년필 처럼 쥐고 기본적으로 선을 그으면 꽤 굵직한 선이 나오는데, 글씨를 쓰면 이게 막 그렇게 세련된 느낌은 들지 않아서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뒤집어서 세필로 쓸 때가 제일 마음에 들고, 기본 자세, 기본 각도에서의 글씨는 한참 더 궁리가 필요하겠다. 

또한 그동안 놀고 있던 하네뮬레 젠탱글지를 꺼내보았는데 만년필을 사용하는데에도 꽤 괜찮았다. 그것도 모르고 묵혀두고만 있었다. 꺼낸 김에 테스트로 스탬프도 아름답게 찍어서 속담 한 마디 적어 보았다. 영상은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버렸다. 쇼츠는 다음 기회에 다시 만들어 보기로 한다. 

고급 만년필 한자루 들인 김에 새삼스럽게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마냥 영문 필사에도 매진중이다. 여전히 아직도 필기체로 적을지 일단 손글씨체로 적을지 계속 고민만 하고 있다. 손글씨체로 적다 보면 갑자기 필기체로 쓰고 싶어져서 참느라 혼났다. 그냥 노트를 새로 하나 더 들여서 필기체용 필사는 또 따로 해야겠다. 

무인양품에서 작은 노트를 발견했는데 아주 약하게 세로 보조선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만년필 잉크를 버텨줄지 궁금해서 구매해 보았는데 종이가 아주 좋다. 들고 다니기도 가벼워서 또 좋다. 커버에는 크리컷으로 필사중인 책 제목을 붙여줘야겠다. 

본의 아니게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써야해서 2024년은 바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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