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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구매의 구렁텅이, 보아르 에이블 비드틱 수비드 머신

d0u0p 2023. 12.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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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자꾸 수비드를 하면 고기가 맛있네, 육즙이 좋네 하니 궁금한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모든 요리를 수비드해 버릴 작정은 아니었으므로 집에서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 보았다.
저렴한 제품을 검색하다 보니 전에 에어프라이어를 구매했던 브랜드인 보아르의 에이블 비드틱이 나타났고, 디자인이 군더더기 없이 깔금해 보이고 가볍게 써 볼 만한 제품이며 가격도 저렴해서 일단 구매를 했고, 수비드하는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다 보니 진공포장기가 또 필요했다. 
갑자기 수비드를 해 보겠다고 기계를 하나 구매했는데 수비드는 수비드 머신 하나로 끝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물론 지퍼백과 밥솥을 사용해서 간이로 수비드를 해 볼 수도 있었지만 그 방법은 이미 에이블 비드틱을 주문하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고, 어차피 수비드 머신을 구매한 마당에 수비드 말고도 온갖 재료를 진공 포장할 일이 또 없겠냐 싶어 진공 포장기를 구비해 두기로 했다.  

마침 연말 세일중이라는 광고에 냅다 주문을 했더니 배송이 늦는다길래 아쉬워했지만 늦는다고 안내했던 것 치고는 빨리 도착해서 기쁜 마음으로 시동을 해 보았다. 물론 에이블 비드틱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급한 마음에 간이로 지퍼백으로라도 해 볼까 싶어서 진짜 오래전에 사용하던 진공 흡입기(?)를 꺼내 쓸 요량으로 지퍼백도 주문해서 받아 놓기는 했는데 그 오랜 물건을 찾아 보기도 전에 새로 주문한 진공 포장기가 도착을 해 버렸으니 이제 그 낡은 물건은 나눔 처리나 해야 할 것이고 새로 받은 진공 포장기는 설명서가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아서 한참을 들여다 보고 이쪽으로 저쪽으로 한참 덜컥거리고 나서야 사용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포장을 뜯고 나서 열었을 때 내부 부속품인 것 같은 스펀지가 굴러 나왔는데 버려야 하는 놈인지 다시 곱게 넣어 사용하는 놈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분인 것 같은 비슷한 모양의 스펀지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 또한 용도가 불분명해 보였다. 사용하는 방법 외에 작동에 필요한 기본 부속품에 대한 상세 설명이 들어 있었다면 좋았을 뻔 했다. 스펀지는 결국 안에 넣고 사용하는 놈임을 깨닫고 나서는 설명서에서 하라는대로 위 아래를 꾹 눌러 닫으려고 노력해 보았는데 닫히지를 않았다. 그또한 새 제품을 포장할 때 보호하기 위한 기능적인 용도로 두꺼운 도화지가 하나 들어 있었고, 그 도화지를 빼고 나니 약간 뻑뻑한 느낌이 있었지만 위 아래가 잘 맞물려 닫히기는 했다. 그 도화지가 어찌가 제품 내부 색상과 비슷한지 기본 부품인것처럼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빼낼 생각을 못하고 눌러 닫으려니 꽉 닫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외에는 작동하는 방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앞 뒤로 트여 있는 진공팩 롤을 한 쪽을 일단 막아주고 원하는 사이즈로 잘라낸 뒤 재료를 넣고 재료의 특성에 따라 버튼을 눌러 주면 자동으로 공기를 빼 주고 밀봉처리까지 해 준다.


 테스트로 엄마마마님이 아껴 두신 고구마를 포장해 보았다가 맴매맞을 뻔 했다. 달리 눈에 띄는 재료가 없어서 그랬을 뿐이다. 진공 포장기에서 모든 어려움은 끝나고 말았을 줄 알았는데 이틀 뒤 대망의 돼지 갈비 수비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 정말 다양한 난관이 발생했다.
일단은 립을 준비해서 수비드하고 바베큐 소스를 발라 오븐에 다시 구워 보려고 했는데, 엄마마마님께서 립이라며 가브리살을 사오셨던 것이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통갈비가 아니라 잘라놓은 갈비일거라며 정육 코너에 쓰여진 부위명도 확인하지 않으시고 사들고 오셨다. 왜, 어째서, 무슨 일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다. 쇼핑 가신다길래 가시는 길에 립이나 사다 주시라 부탁드렸을 뿐인데 가브리살이 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로켓 배송으로 부리나케 배송 받았던 바베큐 소스는 또 한 켠으로 치워 버리고 가브리살만 마리네이드해서 수비드 처리한 후 구워 먹어 보기로 했다. 고기가 또 너무 많아서 한참 티격태격했다. 엄마마마님에게 적정량은 대체 얼마란 말인가. 해 보고 맛 있으면 또 사면 되는데 왜 한꺼번에 많이 구매하고 싶으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덕분에 늘 냉장고 안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심지어 쇼핑이 쉽지 않은 산골짜기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쯤 백화점 두 개와 마트가 쉬는 날을 빼면 일년 사시사철 쇼핑이 불가능한 날이 없는 도심에 살고 있는데 왜 냉장고를 미리 채우시는 것인지, 한 번은 궁금해서 전쟁날까봐 미리 준비하시는 거냐고 여쭤 본 적도 있다. 어쨌거나 네 번은 먹을 수 있을 법한 양의 가브리살을 적당히 소금, 후추, 허브로 마리네이드하고 진공포장기로 포장을 해서 드디어 한 팩을 들고 수비드를 해 보려고 했는데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컨테이너를 또 사는구나 싶게 온갖 종류의 냄비를 꺼내들고 와서 물과 기계와 재료를 넣었을 때 적당한 놈이 무엇인지 찾아 보았는데 그 무엇도 잘 맞지 않았다. 물 높이가 맞으려면 냄비가 너무 좁고 냄비가 넓으면 높이가 낮아서 물과 재료를 채우기가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놈이 가브리살 팩 하나를 넣고 수비드 기계를 넣고 물을 채우면 딱 맞아 떨어지는 스텐레스 양푼이었다. 원래 용도는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사이즈가 맞으니 쓰기로 했다. 처음부터 찬 물을 넣으면 온도 올리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물을 일단 끓여서 온도를 맞췄다. 진짜 오랜만에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요리용 온도계도 꺼냈다.

다들 그래서 컨테이너를 따로 구매하던지 아니면 컨테이너가 붙은 고가 기계를 사나보다 싶어서 다시 한 번 찾아 보니 가장 저렴한 컨테이너는 폴리카보네이트 샐러드 컨테이너를 변형한 제품들이었다. 뚜껑 부분을 수비드 기계가 들어갈 수 있도록 잘라낸 형태였다. 굳이 또 이 컨테이너까지 사야겠나 싶어서 일단 집 안에 굴러다니던 샐러드 컨테이너를 찾아냈다. 채소나 과일을 보관하기 좋다길래 몇 가지 종류를 사서 쓰다가 엄마마마님 쓰시라고 전달해드렸는데 엄마마마님은 그렇게 칸칸히(?) 칸칸이(?) 채워 넣을 공간이 없다며 사용을 거부하시고 장 속에 넣어두었던 놈들이었다. 뚜껑이야 뭐 랩이나 비닐로 막아도 되니까 사이즈만 적합하면 쓸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정말 딱 맞아 떨어졌다. 실제로 돌려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높이도 넓이도 괜찮아 보여서 다음에는 꼭 이 컨테이너를 사용하겠다며 챙겨 두었다. 컨테이너는 그나마 추가구매하지 않아도 됐다.

65도로 한 시간 정도 수비드한 가브리살은 꺼내서 팬에 살짝 구워 먹었다. 식감이 정말 너무 찰지고 부드럽고 맛있어서 앞으로도 쭉 꼭 반드시 수비드를 해서 먹겠다고 결심이 설 정도였는데, 기계를 꺼내고 물을 맞추고 몇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엄마마마님께는 벽처럼 느껴지셨는지 훌륭한 맛과 식감에는 동의하시면서도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절레절레하셨다. 냉동실에 넣어둔 가브리살 팩을 영영 안꺼내주실지도 모를 일이다.

그보다는 바베큐립을 꼭 해 먹어야할텐데 그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 최종 목표인 문어 수비드를 완성하기 전까지 더 이상 추가 구매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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