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GKING

마시는 차, 맛있는차, 마음이 힘들었던 판교 메리어트 모모바 스트로베리 애프터눈티

d0u0p 2024. 1. 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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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통재라, 진짜 큰 마음 먹고 판교까지 부지런히 달려갔는데 출발부터 좋지는 않았다. 옛날에 사용하던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 보겠다고 각고의 노력으로 저용량 SD카드까지 구했는데 집에다 쏙 빼놓고 출발을 했다. 뭐, 내장 메모리에라도 담아볼까 싶어서 가능한 용량만큼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이 카메라와 PC를 연결할 방법이 없어서 내장 메모리에 있는 사진은 영영 못 꺼낼 것 같다. 진짜 구형이라 연결 주둥이 부분이 너무 오묘한 사이즈인데 이 부분에 딱 맞는 케이블은 오래전에 다 버리고 집에 남아 있지 않았다. 죽기 전에 이 카메라 안에 숨겨진 사진들을 꺼내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카메라 메모리를 흘리고 간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판교라서 그나마 한가하지 않을까 싶어서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에 예약을 하고 약속을 잡았던 것인데 백화점은 서울 못지않게 붐벼서 깜짝 놀랐다. 그나마 메리어트 모모바는 한가했고 여유로웠고 조용해서 좋았다. 딱 거기까지만 좋았다. 

일단 하얗고 깨끗한 찻잔 하나를 받기까지 한참 오래 걸렸다. 처음 받은 찻잔이 상태가 좋지 않아서 바꿔달라고 요청을 드렸는데 한참을 고르고 골라서 가져온 찻잔은 금이 가 있었다. 요즘은 어느 시골 변두리 찻집에서도 찻잔을 이렇게 관리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참으로 심기가 불편했다. 가격이 저렴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봐야하나. 

트레이는 정성껏 디카로 찍었는데 사진을 뽑을 수가 없는 상태라 아쉽다. 혹시나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몇 장 찍어놓았던 사진들 뿐이라 전체 구성을 다 포스팅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초코 쉬폰이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맛이었고, 다른 간식들은 이것이 내게 독이 되는 당분일 뿐이로구나 싶은 마음에 즐겁게 먹을 수는 없었는데 그나마도 슈에서는 냉장고 냄새가 솔솔 나서 쓴 소리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그런 자리였다. 

정말 조용해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는 것 빼고는 더 할 말이 없다. 

단 음식 실컷 즐겼으니 운동 겸 현대백화점에 들러서 트리를 잠깐 구경하고 돌아왔다. 5층에 있는 회전 목마 근처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10층에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트리 하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 보여서 기분이 조금은 풀렸다. 하필 달도 휘영청 보름달까지 떠서 좋았다. 셀피 찍기에는 바깥에 있는 트리보다는 실내에 있던 자리가 더 좋아 보이기는 했다. 야외 트리는 트리만 빛나서 얼굴까지 잘 나오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실내 트리는 백색광이라 예쁘게 나오겠다 싶었다. 다른 분들 사진 촬영하다 나가실 때 얼른 한 장만 찍어 두었다. 굳이 또 줄 서서 기다렸다가 사진찍는 일은 이제 뗄 나이다. 단 것도 먹으면 병 나는 나이가 되어 가니 애프터눈티도 이제 그만 즐겨야 하는 것일까, 꼭 이렇게 단 음식을 곁들여야 차가 맛있어지는 것일까, 이제는 건강한 디저트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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