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GKING

순삭 가능한 솔티드 카라멜 에스프레소가 맛있는 뮬리노 에스프레소바

d0u0p 2023. 9.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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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까지 정확하게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무섭게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그렇게 기다리던 선선한 날씨에 드디어 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여름방학이기도 해서 붐빈다는 소식에 방학이 지난 시점 평일로 예매를 해 두었는데 하필이면 가랑비도 내리는 선선한 여름 날씨라 움직이기 매우 좋은 날이었다.

미술사 공부를 어쩜 그렇게들 열심히 하시는지 붐비는 인파 속에서 빼꼼 눈이 마주쳤던 램브란트의 노쇠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노인이 얼굴 표현에 대한 연습으로 그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파산한 상태에서 죽기 직전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며 그린 그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어째 자세한 배경에 대해 읽고 나니 그의 표정이 더 안쓰러워졌다. 죽기 직전까지 해맑게 웃다가 가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그렇다고 또 이렇게 슬픈 표정을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이 들까 싶기도 하다.

전시장이 생각보다 좁고 동선이 복잡하니 큰 그림을 여유롭게 관람하기가 어려워서 생각보다 서둘러 밖으로 나와야 했다. 은근히 기념품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한참 고민하다가 마그넷을 두 개 들고 왔다. 고흐의 그림은 임파스토로 그려진 그림이라 마띠에르가 살아 있는 MD였으면 좋았을텐데 작게 만들어지다 보니 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지만 자석이라도 기념으로 챙겨 놓지 않으면 지금의 이 순간을 또다시 기억해내기 어려울테니 굳이 챙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용산역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아이파크몰을 몇 바퀴 돌고 돌며 점심을 간단히 먹고 더현대서울에서는 특정시간 이후에 굳이 줄을 서야 구매할 수 있는 올드페리 도넛을 아이파크몰에서는 쉽게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아 또 몇 바퀴를 돌아 도넛을 사고 또 몇 바퀴를 돌며 에스프레소바를 찾아가 앉았다.

점심을 먹었던 푸드코트도 밖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처음 들어 본 이름이지만 한남동에서는 꽤 유명해 보이는 에스프레소 바 역시 창이 트여 있고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구조라 마음에 쏙 들었다. 게다가 에스프레소 맛, 대체 무엇인가, 석 잔이라도 홀랑 다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주문한 솔트 카라멜 에스프레소는 순식간에 동이 났다.

경치도 좋고 커피 맛도 좋고 또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뮬리노에 다녀온지 한참 지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사실 건너편으로 한강뷰가 펼쳐진 북카페이지만 커피가 참으로 맛이 없다. 뮬리노만큼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는 없을 거라는 걸 예상은 하고 왔지만 씁쓸하다.

책도 많고 뷰도 좋고 적당한 소음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게다가 집에서도 가깝지만, 이 아메리카노를 또 마시고 싶을 것 같지는 않다. 다음주에는 꼭 뮬리노에 다시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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