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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갈 길이 먼 이북 리더, 오닉스 북스 노바2

d0u0p 2020. 7.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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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쯤 지났을까, 세상에 처음 나왔던 아이리버의 커버스토리를 뜻밖에 얻어 아이리버를 열심히 응원하며 한동안 잘 사용했었다. 진짜 응원 많이 했었다.

그 전까지는 이북을 공식적으로 구매해서 읽을 수 있는 경로도 거의 없었는데 와이파이 연결이 가능한 커버스토리가 나오면서 교보문고 스토어를 연결하여 이북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지만 원래 갖고 싶어했던 제품은 디바이스에 물리 키보드가 쫑쫑 박힌 구형 모델이었다. 구형 모델은 디자인은 아주 좋지만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이북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막혀 있어 USB 등으로 연결하여 파일을 전송해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사실 공식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북을 구매해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대적 상황에서 거의 국내 최초로 나온 이북 리더이니 어쩔 수 없이 태생적으로 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모델이었고, 이쪽 저쪽에서 이북을 그러모아 책 좀 읽어 보자고 구매하기에는 꽤 비싼 가격이어서 쉽게 구매하지는 못하고 침흘리며 리뷰만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와이파이도 연결 가능한데다가 스타일러스 펜으로 직접 입력도 가능하고 스토어에서 공식적으로 이북도 구매할 수 있는 새 제품 커버스토리가 나타났으니 또 혹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북경에서 먼저 출시가 되었는데 하필이면 그 때 전자제품 사랑하는 남동이가 북경에 살고 있었고, 말도 꺼내기 전에 남동이가 덥썩 구매를 해서 한국으로 보내주는 바람에 얼결에 커버스토리를 받게 되었다.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모델의 화사한 디자인에 비해 커버스토리는 그렇게 탐나는 디자인이 아니라 심드렁했지만 그냥 내 손에 뚝 떨어졌으니 쓰게 되었던 것이다. 스타일러스 펜 입력 기능 탓에 전면 패널이 예전 모델과 달랐는데 그 패널의 광택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책 읽으면서 거슬렸다. 커버스토리를 기점으로 다양한 후속 모델이 많이 나와서 실은 좀 더 기다렸다가 다른 모델을 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한동안 부지런히 사용하다가 아이폰 및 새 아이패드 덕에 또 짧아진 출퇴근 시간 덕에 잊고 지내다가 또 다시 생각나서 꺼내 보았을 무렵에는 아이리버가 무려 도산의 위기를 겪고 난 이후였고 더 이상 이북리더 라인은 생산조차 하지 않는 상태였다. 고장이 나고도 남았을 법한 커버스토리를 충전해서 다시 켜 보니 원래 들어 있던 이북들이 멀쩡히 잘 열렸다. 그러나 교보문고와 다시 연결해서 새 책을 구매하려니 난관을 겪어야 했다. 초기 모델이었으니 연결도 느리고 반응도 느리고 디바이스 내에서 교보문고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하기도 어려운 상태라 다른 경로로 이북을 구매하고 구매한 이북을 교보문고의 데스크탑용 어플리케이션에서 열어 USB로 다시 연결해야 하는데 그 전에 기기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이었으니 몇 일 동안 이 과정을 겪느라 끙끙댔다. 그래도 다행히 메일로 펌웨어 업그레이드 가능한 파일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당시 신간인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집을 구매해서 무사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텍스트만 들어 있는 페이지를 넘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미지가 들어 있는 표지같은 페이지들은 한 페이지 여는데 5분은 넘게 걸렸다. 출근 거리가 짧아 지하철을 총 15분 정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읽으려고 지하철을 타자마자 책을 열면 세 정거장은 지나야 본문을 볼 수 있었고 집중하기 시작할 무렵이면 내려야 할 시간이어서 본격적인 책을 읽기 전에는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했고, 지하철을 내리고 나서는 짧게나마 읽었던 내용을 복기하며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기대해 보는 상상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지 않은 삶에서 격변기를 겪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북리더기같은 건 내려놓고 잊고 말았다. 유명 제품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반짝거리던 아이리버가 정말 잘 되기를 바랐다. 기능적인 문제가 생겨서 AS를 받아야 할 때에도 더 나은 제품이 나오기를 바라며 참을 수 있었다. 잠들기 직전에 글자를 읽어 보겠다고 아이패드 미니를 처음 샀을 때부터 이미 이북 리더는 잊었지만 눈이 편하지는 않았다. 불을 끄고 빛을 뿜는 화면을 보고 있으니 무수한 광자들이 사정없이 각막을 찔러대 시리고 아팠다. 이제는 노안이 와서 그런지 가까운 곳을 보다가 먼 곳으로 시야를 돌리면 홍채가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지경에 이르렀고,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춰 글자를 보고 있으면 두통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다시 이북 리더를 찾다가 쓸 모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쓸 모 없는 제품을 구매하는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있었다. 

2019/10/02 - [SHOWPPING] - 쓸 모를 개척중인 쓸 모 없는 물건, 스마트폰 전자잉크 케이스 Ink Case Plus

 

쓸 모를 개척중인 쓸 모 없는 물건, 스마트폰 전자잉크 케이스 Ink Case Plus

일단은 잘 쓰고 있던 카드 한 장 딱 들어가는 케이스가 깨져버렸고, 아름답게 블링거리는 뽁을 부착하니 이쪽 저쪽 옷감을 뜯어 먹고 작은 가방에는 잘 들어가지도 않고, 더더군다나 교통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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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저리 애써보아도 책을 구매할 길이 막혀 있으니 쓸모가 없었다. 신간을 보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오닉스 북스 노바2를 들고 있다. 

 

 

시중에 이북리더가 정말 다양하게 많이 나와 있었는데, 중국 브랜드인 오닉스의 디바이스들의 매력포인트는 구글플레이에서 다양한 어플들을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 시스템이라는 것이었는데, 초기 세팅하기 전에 중국어를 만나서 살짝 놀라고, 북스 노바2를 제외한 다른 디바이스들은 대체로 해외 직구로만 구매할 수 있어서 3주나 기다렸는데 그제야 품절이라며 제품을 안 보내줘서 놀라고, 북스 노바2 정식 수입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온라인 샵에서 오닉스의 공식 악세사리는 또 취급하지 않고 있어서 또 놀라고, 여러 가지 일로 계속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물론 오닉스 북스 노바2를 손에 들기 전까지 정말 다양한 브랜드의 이북리더가 넘쳐나고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구글플레이에서 어플을 받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원래 사용하던 교보문고만 고집해서 이북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며, 각종 전자 도서관의 책들도 자유롭게 대출받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지만 아직도 전자도서관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품을 받기까지만 해도 들어간 공력이 너무 커서 지쳤는지 세팅까지만 완료하고 넋이 나가서 전자 도서관 이용법은 아직 못 찾아 봤다. 시도는 해 봤는데 이것이 학교 도서관 아이디 비번을 넣으라는 것인지 교보의 아이디 비번을 넣으라는 것인지 모호하고, 학교 도서관 아이디와 비번을 찾는 데만 해도 하세월이 걸렸는데 뭘 어떻게 해도 작동할 여지가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일단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않았다. 

그래도 일단 최근에 교보에서 구매했던 스티븐 킹(또 스티븐 킹)의 닥터슬립은 잘 열리니까 책이나 읽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전면 라이트를 켜서 책을 볼 때에도 아이패드를 볼 때처럼 눈이 강하게 시리고 아프지 않아 편해서 좋다. 너무 편해서 더 잠이 잘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여러 가지 사용기를 찾아 보았는데 리모콘을 쓰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굳이 리모콘까지 필요한가 의아했었는데, 책을 자꾸 넘기다 보니 이래서 다들 리모콘을 쓰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리모콘을 쥐고 있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수는 있는데, 글을 읽고 있자니 확실히 팔을 들어 손을 움직이는 동작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 페이지에서 가로로 넘기는 만화도 보고 있는데 반대편으로 슬라이딩해서 넘기는 동작이 유연하지 않고 헛돌때도 많아서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리모콘이 있으면 그 문제 또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제 다시 리모콘을 찾아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제품 종류가 많아서 어려웠는데, 일단 해외 구매만 가능한 제품들을 빼고 너무 비싼 제품도 빼고 하니 릿제로 하나 남았다. 국내 생산 제품이라서 빨리 받을 수 있을 것이고 3만원대라서 부담도 없고 해서 일단 주문을 해 두었다. 다만 나온지 얼마 안된 제품이라 사용 후기도 많지 않고 버튼식이 아니고 슬라이드 터치식이라 얼마나 제대로 작동할지 모르겠다. 궁금하다. 일단 리모콘은 기다려 보기로 한다. 

북스 노바2는 그 옛날 커버스토리를 사용할 때 이 정도 속도만 되면 참을 수 있겠다 싶은 정도의 반응 속도를 가지고 있다. 절대 빠르다고 할 수 없고 10년 쯤 전에 기대했던 반응 속도이자, 그 때 기대했던 기본적인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라서 마냥 좋다고 하기는 뭣하다. 십년 동안 이북 리더 동네가 휴면하고 있다가 이제 다시 시작하기로 한건가 싶은 그런 느낌이다. 잉크를 지우고 뿌리며 보여주느라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데, 옥타코어 2GHz면 지금 사용중인 맥북보다 좋아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그냥 나만의 느낌일까 모르겠다. 커버스토리의 반짝이는 패널에 반감이 너무 컸는지 아직 액정 보호 필름은 붙이지 않고 있다. 집 근처에 직영 매장이 있다고 하니 한 번 다녀와야겠다. 당장은 말고. 한 달 쯤 후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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