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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모를 개척중인 쓸 모 없는 물건, 스마트폰 전자잉크 케이스 Ink Case Plus

d0u0p 2019. 10. 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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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잘 쓰고 있던 카드 한 장 딱 들어가는 케이스가 깨져버렸고, 아름답게 블링거리는 뽁을 부착하니 이쪽 저쪽 옷감을 뜯어 먹고 작은 가방에는 잘 들어가지도 않고, 더더군다나 교통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손목형 티머니 카드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으니 더 이상 깨져 버린 카드 케이스는 필요가 없었다. 

2019/09/24 - [USING] - 쓸 모 많은 3D 펜

 

쓸 모 많은 3D 펜

펜에 전원을 연결하고 온도를 세팅하면필라멘트 종류를 표시해 주는데 처음에는 ABS라고만 나와서 뭐가 문제인가 고민했었다. 사용할 수 있는 필라멘트가 ABS와 PLA 두 종류인데 두 종류가 서로 녹는 온도가 약간..

d0u0p.tistory.com

새로운 아이폰 케이스는 게임기형으로 바꿔볼까 싶어 검색을 하던 차에 잉크 케이스라는 것을 발견했는데, 몇 년 전에 펀딩할 때 사촌 동생이 시도했다가 제품이 완성되지 않고 계속 미뤄지더니 결국 취소되었다던 그 제품과 같은 컨셉의 제품이 그 뒤로 언젠가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는 떨이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나마 블랙은 이미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이 레드를 선택했다. 

쉽게 말하면 아이폰 케이스인데 전자잉크 패널이 붙어 있어서 이북이나 텍스트 기타 정보를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전자잉크가 무엇이냐부터 시작하면 일이 커지니까 생략한다. 아이패드 미니로 책을 읽겠다고 아이패드 미니 2를 샀다가 밤마다 반짝이는 불빛 화면에 눈이 시리고 아파 짜증이 나서 아이패드로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나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가 필요하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화면은 빛을 뿜어낸다. 눈에 직접 쏘아대는 것이라 눈이 피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화면에서는 직접 빛이 나오지 않는다. 주변 환경에 빛이 없으면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빛은 색의 모체이며 색은 빛의 소산이다(색채학 교과서 인용). 종이로 된 책이 그렇고, 물체 색이 그렇고, 대부분의 사물이 밤이 되면 빛이 없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추상체가 제 기능을 못하고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고, 간상체에 의해서 명암 구분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전자 잉크 패드는 조명이 필요한 대신 직접적으로 빛을 뿜어대지 않으니 눈이 덜 피로하고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다. 

눈이 편한 것이 다는 아니었고 읽을거리가 필요했다. 전자잉크로 된 휴대 편한 디스플레이라는 것에만 꽂혀서 일단 구매를 하고 보니, 그동안 구매했던 전자도서들은 대부분 교보문고의 책들이었고 교보문고에서는 안드로이드와 iOS, 데스크탑 환경에서만 사용 가능한 교보문고만의 앱이 있고, 그 안에서만 전자책을 읽을 수 있도록 모든 전자책에는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이 걸려 있어서 구매했던 책들을 이 케이스에 옮겨서 읽을 방법이 없었다. 저작권 보호  장치가 없으면 데이터 형태의 책들이 네트워크 상에 떠돌아 다니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어둠의 경로를 뒤져 책을 구하고 유료로는 구매하지 않을테니까 저작권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내 돈 내고 내가 구매한 책을 원하는 단말기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권리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내 마음대로 내가 가진 여러 개의 디바이스 중에서 선택해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인가? 다른 사람에게 책을 줄 것도 아니고, iOS도 아닌, 안드로이드도 아닌, 데스크탑도 아닌 제 3의 디바이스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정말 무시당해도 괜찮은 것인가? 

아주 옛날, 아이리버에서 이북 리더를 만들던 시절에 처음으로 교보와 서비스 제휴를 맺었을 때에는 기기 인증 방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패드도 있고, 아이리버의 리더(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도 있고 여러 디바이스에서 볼 수 있게 기기 번호를 넣고 인증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오로지 교보의 앱에서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교보문고의 앱이 동작하는 플랫폼은 한정적이다. 각종 서점에서 제공하는 앱들을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 또는 OS가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디스플레이에서 뿜어저 나오는 빛으로 독서를 하면서 나타날 지 모르는 시력 저하에 대해 책임지라고 하면 책임진다고 할 것도 아니면서 왜 제한적인 서비스 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인가, 미국같았으면 누군가는 마음대로 디바이스를 선택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벌일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정말 무리한 생각도 잠깐 해 보았다. 

일반 소비자로서 알게 모르게 나름 노력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을 뿐일 수도 있으니 억지 생각은 일단 접어 두고, 이왕 구매한 제품을 잘 써 볼 방법을 건설적으로 궁리해 보기로 했다.

기본 작동법은 제공된 설명서를 읽어 보면 불편하지만 적당히 적응해서 작동은 할 수 있었다. 제일 큰 단점은 켜고 끄고 잠그는 스위치 누르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이었다. 손톱 끝을 아주 잘 사용해서 꾸욱 눌러줘야 작동한다. 너무 어렵다.  

일반 도서 사이트에서 구매한 유료 콘텐츠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이북 카페에서 스치듯 지나가며 알아 두었던 뉴스 가져오기를 시도했다. 전자책도 검색할 수 있고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뉴스를 가져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일 가져와서 넣는 일은 귀찮고 불편해서 처음 작동하는 것만 확인해 보고 말았다. 행간도 너무 붙어 있어서 읽기 불편하기도 했다. 

무료로 가져올 수 있는 뉴스 말고도 다른 콘텐츠도 필요하면 사실 만들어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펍 역시 퍼블리싱하면 만들어지는 문서 형식이니까 이래 저래 찾아 보니 HTML과 CSS를 사용하고 무료 저작툴을 활용하면 HTML로 작성된 문서를 이펍 문서로 쉽게 바꿀 수 있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썩 적당히 볼 수 있는 문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억지로라도 오며 가며 만지작 거리며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론 스터디에 필요한 키워드북을 이펍으로 만들고 있다. 현란한 태그와 CSS는 어차피 변환하고 나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아서 제목과 문단, 리스트아이템 정도만 사용해서 구조적으로 단순한 문서를 작성중이다. 다행히도 그동한 이론서를 보면서 파워포인트나 엑셀로 정리해 둔 문서들이 꽤 있어서 한동안 부지런히 옮기고 또 새로운 문서도 만들 예정이다.  

헤밍웨이의 소설은 2012년 쯤에 저작권이 만료되어 무료 전자책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영어책 몇 권 테스트삼아 넣어 읽어 보다가 너무 괴로와서 한글로 된 소설을 열심히 다시 찾아 보니 저작권 만료된 책들이 몇 권 나왔다. 코난도일의 책도 있어서 반가웠다. 노인과 바다는 파일 그대로 넣으니 포맷이 잘 맞지 않아 에러가 났다. 읽혀지지 않아서 결국 텍스트만 HTML로 옮겨 읽혀지는 파일로 변경했다.

이제는 읽고 있다.

바람 솔솔 부는 벤치에 앉아서 글자들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계절이 되었다. 밖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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