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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기 어려운 모나미 실버 빅볼

d0u0p 2019. 11. 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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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볼펜은 외국 제품 말고 써 본 적이 없고, 써 볼 생각도 안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날 별안간 모나미에서 은색 빅볼이 생산되고 있고 심지어 어두운 천에 마름질하는 용도로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경로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나도 궁금하다. 갑자기 프로젝트와 제안서가 밀려 들어와서 일만 줄창 하다 보니 다른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뭐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차원에서 써보기로 했고, 지난 번에 포스팅했던 FX153과 함께 두 자루를 주문했었다. 실버 빅볼 역시 궁금해서 직접 볼펜이 있으면 써보고 사려고 했는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고 화방이나 문구점에서는 박스로 파는 것 같기도 했고, 혹시 눈에 보이면 그 때 사자고 결심했었는 FX153 0.5가 새로 나왔다고 하니 잘됬다 싶어서 모나미몰에서 FX153 한 자루와 실버 빅볼을 두 자루 주문했었던 것이다.

2019/11/06 - [WRITING] - 모나미 신상, FX 153 0.5

 

모나미 신상, FX 153 0.5

모나미 볼펜은 비싸지 않으니니까 새 제품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하나씩 써보고 사서 쓰고 싶은데 마음먹은대로 사서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가까운 문구점인 교보문고나 반디앤루니스의 문구 코너에서 모나미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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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세 자루를 받아 들고 신나서 써 보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실버 빅 볼 한 자루는 볼 근처에 잉크가 뭉텅 넘쳐 나와서 끈적하게 흐르고 있었다. 개의치 않고 닦아내고 선을 그어 보았는데 잉크가 나오지 않았다. 닦아낸 그 잉크가 남은 잉크의 전부였을까, 몇 글자 써지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내 아무것도 써지지 않았다. 

두 자루 샀는데 복불복인가보다 생각하고 그리 귀하고 값진 것도 아니니까 다른 한 자루를 꺼내 써보려고 했더니 다른 한  자루는 뚜껑이 깨져 있었다. 잉크가 샌 놈과 뚜껑이 깨진 놈 두 자루가 도착한 것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귀하고 값진 물건이 아니니 그냥 버리려고 했다. 교환 자체가 더 번거로운 일이니까 그냥 버리고 남은 한 자루 쓰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뭔가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에도 없고 온라인쇼핑몰에서 배송비도 추가로 지불하고 겨우 산 볼펜이 이 모양이라니 일단 그 날은 다른 일로 바빠서 한 쪽으로 치웠다가 다음 날 아침 설마 한 자루 교환하는 일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일까 확인해 보는 셈치고 교환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모나미 멤버쉽으로 구매하지 않고, 비회원 네이버 페이로 구매했는데 주문이 완료되고 나서 모나미몰의 카카오 채널에서 알림이 와 있었으니 일단 카카오 채널을 열어 FAQ에서 교환 안내 항목을 찾았다. 마이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라고 하지만 비회원으로 구매했던 것이라 불가능했다. 네이버 페이에서 받은 주문번호로는 모나미몰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별도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전화는 싫었다. 통신사를 통해 통화하는 것조차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왜 불편을 겪을 때 소비자가 직접 통신비 지불하며 전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예전에는 수신자 부담으로 통화가 가능한 고객센터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렇게 표기되어 있는 고객센터 번호 자체를 본 적이 없다. 혹시 나만 모르고있지만 몇 번의 국번으로 시작하는 번호들은 수신자 부담이거나 그런거려나? 

볼펜 한 자루 교환하자고 고객센터에 전화까지 걸고 싶지는 않아서 일단 네이버페이 주문 화면에서 뭔가 가능한지 화인해 보았다. 다행히 교환요청을 할 수 있고, 사유를 입력하고 사진도 등록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얼씨구나 사진을 촬영해서 교환요청을 했다. 

네이버 페이에 교환 요청을 했더니 다시 모나미몰의 고객센터에서 문자가 왔는데 그 문자에 지시된 대로 교환 신청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URL에 있는 플러스친구 이용방법은 건성이었다. 플러스친구로 사진을 보내려면 카카오 채널에서 그들이 1:1상담이 가능하도록 대화창 설정을 해야 하는데 그들은 1:1 상담창을 막아 놓고 있었다. 그러면 사진은 어디로 보내야 하겠냐고 다시 물으려니 문자로 대화할 수 없는 대표 번호라서 결국에는 전화를 걸었다. 그럴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었다. 

고객센터에서는 여러 번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하며 MMS수신이 가능한 다른 번호를 안내해 주었고,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 맞교환으로 진행을 해준다고 했다. 

다시 생각해도 불편했다. 다른 번호를 알려 주기 전에 이미 네이버 페이 교환 요청 과정 중 사진을 보냈다고 하니 그 쪽 사진은 확인할 수가 없으니 카카오 플러스 친구 채널로 보내 달라는 답변을 먼저 받았는데, 그 채널에 대화창이 안 열리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열어 놓지도 않은 대화창을 통해 사진을 받아 확인하라는 프로세스는 누가 정한 것일까, 고객센터 상담원이야 매뉴얼대로 알려주셨을 뿐이지만 나는 화가 났고, 상담원은 당황했고, 우리 모두 불편했다. 이게 상담원이 죄송할 일은 아니지 않나? 상담원도 몰랐고, 나도 몰랐고, 원래 정해져 있던 프로세스를 어그러뜨린 그 누군가가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그 볼펜 한 자루 때문에 택배기사님은 또 한 번 수고스럽게 사무실에 와서 전달 및 수거를 해 가셨는데, 그 상자 안에 못 쓰는 볼펜 한 자루 덜렁 들어있음을 아셨을까? 그냥 버리고 말았어야 했나? 그냥 버리고 남은 하나를 쓰고 말았으면 모두의 마음은 편했을 것 같다. 대신 다시는 모나미는 쳐다도 안 볼 것처럼 굴었을지도 모른다.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남은 볼펜 하나로 열심히 무언가 끄적여 보았으나 처음 다섯 줄까지만 괜찮고 다시 잉크가 뭉텅거리며 나온다. 다시 받은 볼펜도 얼른 써 봐야 하는데 좀처럼 여유가 없다. 곧, 얼른, 후딱, 꼭, 쓰자! 써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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