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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구찌

d0u0p 2019. 8. 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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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오픈 마켓으로 구찌 반지갑을 구매했다.

이미 구찌 카드 지갑을 쓰고 있었지만 또 다른 필요가 발생했다. 카드만 넣어 가지고 다니다 보니 지폐와 동전을 관리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다른 지갑을 추가로 사용하자니 이쪽 저쪽 가방 바꿔 옮겨 다니기 불편했으며, 큰 가방이 아닌 작은 미니 백을 가볍게 들고 나가는 날에는 지갑 더하기 또 하나의 지갑이 버거웠기 때문에, 작고 카드 수납이 되면서 지폐와 동전을 모두 수납할 수 있는 반지갑이지만 되도록 작은 사이즈의 지갑을 물색하다 보니 백화점 사이트의 구찌 브랜드 매장에서는 원하는 디자인이 없어서 명품을 취급하기로 유명한 오픈 사이트 마켓을 찾아 보니, 원하는 모든 기능을 구현하며 많이 크지 않은 사이즈의 구찌 반지갑이 거기에 있었다. 백화점 브랜드 쇼핑몰에 있는 제품인데 못 봤나 싶어서 다시 확인했는데, 브랜드 온라인 쇼핑몰에는 같은 제품이 없었다. 

아울렛 상품이라고 표기된 것을 보니 지난 디자인일 수 있고, 정식 매장에서는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 제품일 수도 있으니 일단 믿고 주문을 했다.

총알처럼 다음 날 배송이 되어 열어 보았는데 바느질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손바느질하는 사람이 장인이겠는가?

적어도 내 눈에는 엉망이었다. 바느질 상태는 손으로 만드는 제품이라 고르지 못할 수 있으니 명품이 아닌 것은 아니라는 제품 설명글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띄엄 띄엄 기울기가 맞지 않게 만들면 그 사람을 장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렇게 대충 만든 제품을 구찌 이름을 붙여 팔 수 있는 일인가, 그래서, 나는, 반품하기로 했다. 

1. 반품 요청하기

일단 제품 사진을 촬영해 올리고, 가품이 의심되니 반품하고 싶다고 반품 요청을 했다. 그러나, 오픈마켓의 입장은 바느질은 원래 그럴 수 있고, 정품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는 소비자의 변심에 의한 반품에 해당하므로 왕복 배송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가품같은데 배송료를 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오픈마켓의 플랫폼 격인 사이트의 고객센터에 별도로 문의를 했다. 가품이 의심되는데 배송료도 내야 하느냐고 하니 초점이 정품과 가품의 구별로 바뀌어서 개인적인 소비자의 의견은 인정되지 않고, 정품인지 가품인지의 여부를 사설 동산 감정 기관에 의뢰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한다. 현재 가품을 판매할 경우에는 두 배로 환불 보상하게 되어 있으니 의심스러우면 감정을 의뢰해 보시라 했다. 다만, 제품을 배송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감정도 받고 다시 업체로 배송하려면 빠듯할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두 배 보상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했으니 바로 감정을 받아 보기로 했다. 

2. 명품 감정하기 

물론, 정품일 수도 있다. 보내기 전에 이미 팀장님도 우려했던 바, 정품이라면 반품요청을 철회할 것인가, 그대로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다. 가품임을 확신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확인하고자 일단 사이트에서 추천해 준 동산 감정 업체에 의뢰를 했다. 동산 감정 업체가 많지 않았고 그 중 종로에 위치한 곳이 그나마 가까워서 서둘러 퀵서비스를 불렀다.  

7일 이내에 감정과 반품배송을 다 처리해야 하니, 보내기 전에 문의하니 구찌 지갑은 하루면 감정이 가능하고, 홈페이지에는 사전에 의뢰서를 작성하는 것 처럼 안내가 되어 있으나 아직 준비중이라서 일단 배송을 하고 감정업체에서 받게 되면 바로 연락을 준다길래 더 서두르고 싶어서 퀵으로 배송을 했고, 감정 업체에 그 날 오후에 도착하자 마자 다시 연락이 왔다. 

재배송은 택배로 해 주면 되냐, 퀵으로 하냐시며, 정품이라 천천히 받으셔도 되지 않냐고 하셨다. 하, 정품이라고 한다.

퀵 서비스 12,000원 + 감정 30,000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3. 재배송하기

바로 다음 날은 아니고, 그 다음 날 착불로 택배가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착불 택배 비용이 4,500원 발생했고, 택배를 받기 전까지 고민을 했으나 다시 지갑을 살펴 보아도 정내미 뚝 떨어진 상태라 지저분한 바늘땀이 더 지저분해 보였다. 

정녕, 이것이 정품 명품 구찌의 지갑이라면 다시는 구찌 제품을 사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반품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제 영국 아울렛에서 구매했다고 하는 제품은 다 믿을 수 없다. 아울렛 제품은 다르다더니 정말 그래서 그런 것일까? 문제의 바늘땀이 하자여서 아울렛에서 판매되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우체국에서 택배비 4,000원 들여 제품을 다시 보내고, 변심에 의한 반품이므로 받을 때 지불된 택배비 4,000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4. 배송 후 처리 

조심스럽게 받았던 제품을 차곡차곡 챙겨서 보냈는데, 쇼핑백이 파손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뽁뽁이 포장을 풀 때 붙어 있던 스카치 테잎이 이리 저리 삐져 나왔었는데, 이 스카치 테잎이 쇼핑백에 눌러 붙었던 것 같다. 설마 업체에서 쇼핑백 값 더 벌자고 그런 말같지도 않은 모함을 하기야 했겠나, 그냥 다시 포장하는 내 성의가 부족해서 그렇게 되었겠지 싶어서 그러면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가 물으니 쇼핑백은 유상으로 판매중이니 6,000원을 더 내라고 한다. 뭐 반품 못해준다고 어깃장 놓지는 않았으니 그냥 냈다. 쇼핑백이나 선물포장이 필요해서 굳이 그 제품을 주문한 건 아니었는데, 주문할 때 선물포장이라고 옵션처럼 적혀 있었고, 그래서 쇼핑백이 함께 왔던 것이었고, 전혀 관심밖이었던 쇼핑백 때문에 6,000원을 추가 지출했다. 

5. 마크제이콥스는 천재

결국 새 마음으로 새 지갑을 다시 또 아울렛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눈으로 직접 보고 골라 사겠다며 파주에 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으면 사고 아니면 말고,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삼아 찾아 갔는데, 마크제이콥스 매장에 딱 하나 남은 반지갑보다 작고 카드가 총 6장 정도 들어가며, 지폐와 동전까지 넣을 수 있는 산뜻한 색상의 지갑을 발견했다. 

인터넷 최저가보다 4만원 정도 저렴했고, 반품한 구찌 지갑 가격의 1/4이었다. 헛 돈 쓴 보람을 여기에서 찾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느 정도 심리적 보상을 받은 셈이랄까, 지갑이 정말 너무 마음에 쏙 든다. 진작 발품 팔 걸 그랬다. 마음 급하다고 인터넷에서 대충 골라 홧김에 주문한 댓가를 치뤘다 생각하자. 필요한 디자인을 어떻게 알고 만들어 팔고 있는지 모르겠다. 작은 크로스백에 카드지갑과 스마트폰만 넣어도 뻑뻑한데 이 사이즈의 지갑이라면 정말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막제이콥스 만세, 구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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