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ING/FAMILY

2019년 화담숲 단풍놀이

d0u0p 2019. 10.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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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지만 길은 많이 막혔다.

이미 두 번인가 다녀왔지만 연로하신 엄마마마님이 단풍놀이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화담숲에 엄마마마님을 꼭 모시고 가고 싶었다. 단풍 축제 기간 주말에는 예약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했고, 그간 주말에는 정말 사람이 많아서 모노레일도 낑겨 타야 한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티켓 예약이 시작되자 마자 동생 가족 티켓을 함께 챙겨 예약을 해 놓았다.  토요일은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심히 막힐 것이라고 생각해서 일요일로 예약했는데, 일요일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았다. 넉넉하게 잡아서 왕복 네 시간 정도 걸렸는데, 가는 길은 코스를 잘 못 선택해서 그랬다 치고 돌아오는 길은 리조트에서 서울로 나오는 도로가 좁아서인지 그에 비해 차가 너무 많아서인지 성남까지 정말 한참 걸렸다. 

10월 27일, 단풍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인원 제한 예약 제도 때문인지 입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입장할 셈으로 오후 두시 이후로 예약을 하고 열한시 반쯤 입구에 도착을 했는데, 주차 대기도 길지 않았다. 심지어 곤지암 리조트에서 편의 시설이 몰려 있는 스키하우스의 바로 지하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안내를 받았다. 나오는 길에는 차를 찾으러 가는 입구를 못 찾아서 힘들긴 했다. 주차하고 지상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분명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 두었다고 생각했고, 그 방향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는데 그 어디에도 같은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결국 입차했던 길로 걸어 내려가서 차를 겨우 가지고 나올 수 있었는데, 입구를 찾기 위해 직원들에게 물어도 그 누구도 정확한 입구를 모르고 있었다. 이리 저리 걷고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가까스로 차를 찾아 나왔으니 다행이었다. 

도시락을 준비해도 좋을 뻔 했다.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까 가기 전에 고민하다가 혹시 사람이 많아서 밥 먹는 시간도 또 기다리고 힘들까봐 예약이 되나 궁금해서 홈페이지를 찾아 보니 미라시아 소개 페이지 하단에 예약 문의 전화번호가 있길래 수차례 통화시도를 했으나 불발이었다. 바빠서 꺼 놓은 것인지 아예 예약을 받지 않는 것인지 꺼 놓은 시간에만 전화를 했던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통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럴거면 전화번호를 적어 놓지 말았어야지. 
온 가족이 모두 먹고 싶은 메뉴가 다를 테니 미라시아가 딱 좋았을 것 같지만, 우리 가족은 거의 모두가 과식과는 거리가 멀어서 뷔페 식당에 앉으면 낸 만큼 먹고 나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실 고민이 되기는 했었다. 거하게 먹는 것보다는 간단하게 스키 하우스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적당히 각자 선택해서 먹기로 했다. 나는 푸드코트에서 엄마마마님께 등짝 맞기 딱 좋게 떡볶이를 주문해 먹었고, 닭곰탕과 닭개장, 자장면, 돈가스 등 적당한 양으로 잘 먹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규모가 커서 그런 것인지 인원 제한을 정말 적당히 잘 해서인지 딱 점심 시간이었는데도 붐비지 않아서 괜찮았다. 아니면, 더 맛있는 다른 음식들을 드시거나 도시락을 드셨을 법도 하다.
혹시 사람이 많고 붐벼서 점심 시간이 늘어지게 되면 김밥이라도 까 먹어야 할까도 생각했었지만 김밥을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입장할 때에는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만 적혀 있고 주변에는 각종 식당들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으니 도시락을 지참했을 때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쏭 달쏭하여 김밥은 포기하고 갔었는데,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 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가족단위 방문이 아니었고, 평일에 슬렁슬렁 다녀와서 자세히 살피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리프트를 타고 내려서 매표소로 가는 길목에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가볍게 유부초밥과 김밥, 치킨 정도 들고 가서 입장하기 전에 먹었을 것 같다. 식당에서 시간 잡아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좀 더 느긋하게 도착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도시락 테이블을 지나 매표소에서 일단 표를 교환하려 하니 모노 레일은 지금부터 한시간 반 정도 후에 탈 수 있다고 여러 번 알려 주고 계셨다. 두 시에 입장 예약을 했다고 하면, 한 시쯤 매표소에 도착한 격인데 어차피 한 시간을 기다려야 입장을 할 수 있지만, 모노레일 티켓을 그 시간에 구매하면 두 시 반에 탈 수 있게 되는 셈이라 입장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바로 모노레일을 탈 수 있으니 좋았다. 모노레일 탑승 구간을 고민하기는 했는데, 걷기 불편하신 엄마마마님이자 할마마마님께서 편하게 보시려면 다같이 순환 모노레일을 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나중에 또 걸어 올라갈 기회가 있길 바란다. 

모노레일 티켓은 매표소 앞에서 시간대별 선착순으로 구매할 수 있다. 

입장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기는 했다. 밥을 먹고 서둘러 올라가지 않고 스키하우스 근처에 열린 플리마켓이라도 구경하면 조금 덜 지루했을 수는 있는데, 그랬으면 모노레일 발권 시간이 뒤로 밀리고 모노레일을 못 탔을 것 같다. 일행 중 건강한 사람 하나를 미리 보내서 티케팅하게 할 걸 그랬다. 다같이 올라가 버렸으니 다시 내려와서 놀다가 다시 올라가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하는 수 없이 망중한을 즐길 수 밖에 없었다.
도시락 테이블에 앉아 커피와 음료를 마시고 나서, 한동안 앉아 있으니 한기가 들어 다시 따뜻한 식당 근처 테이블로 이동해서 꽈배기를 먹었다. 매표소 옆에도 식당이 하나 있는데, 그 식당만 믿고 올라가기에는 메뉴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돼지국밥과 정말 새하얀 순두부, 떢볶이와 오뎅, 꽈배기 정도가 메뉴의 전부였다. 어차피 스키하우스 푸드코트에서도 떡볶이를 먹기는 했지만 어른과 아이 모두를 만족할 만한 다양한 메뉴가 아니라 힘들었을 것 같다. 식당 바깥 쪽 테이블에 앉아 꽈배기를 주문하기로 했는데, 식당 이용하시는 것이 맞냐고 확인하신다. 쓰레기도 확실히 정리해 달라고 하신다. 왜 그러시는지는 알겠으나 유쾌하지는 않았다.
적당히 시간이 되어 입장을 하고, 모노레일 앞에 줄을 섰다.
모노레일 앞의 줄이 이상했다. 시간대에 맞는 대기열 공간은 안쪽에 별도로 있는데, 바깥쪽에는 탑승 시간과 상관없는 대기열이 하나 더 있다. 탑승시간과 무관하지만 선착순으로 일단 줄을 서 있다가 앞에서 탑승 시간이 되신 손님 나오시라고 안내를 하면 그 때 안내에 따라 탑승시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는 형태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모르겠다. 모노레일 안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한정적이고 사람이 많을 경우 바깥 쪽을 잘 볼 수 있는 창측 자리가 좋으니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면 일단 줄 앞에 서야 하니 줄을 서는 게 좋긴 하다. 탑승시간과 상관없는 줄이라 서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그랬다가는 아마 탑승라인에는 꼴찌로 들어가게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줄을 섰고,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할 수 있었는데, 그 날 올케는 소풍 날 돼지가 되었다. 모노레일 티켓을 한 장 부족하게 구매했는데 탑승 직전에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일단 여러 번 타 본 내가 빠지겠다 했고, 실수한 올케 덕에 가족 모두 한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더 재미있었던 것은 탑승할 때 바로 앞에 줄을 서 있던 가족들이 티켓이 하나가 남았다는 것이다. 급하게 우리 가족들은 멀리 있는 나를 찾았고, 이 티켓을 우리가 사겠다며 한 장 가격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가까스로 가족 모두 탑승할 수 있었다. 말도 안되는 실수에 말도 안되는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하나 늘어가니 즐거웠다.   

모노레일을 타면 조카들이 심드렁해할까봐 약간은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숲도, 자연도 모두 좋아하고 즐거워해서 기분이 좋았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서 보이는 숲과 탁트인 건너편 산과 나무들이 아이들 눈에 아름답게 보였는지,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달라며 한옥도 넣고, 스키장 표시도 넣어야 한다고 상세하게 주문했다. 100호에 그려도 모자랄 것 같고, 너무 느리게 그려서 그리다가 할머니한테 혼날 것 같아 못 그리겠다고 너스레를 떨고, 가장 높은 곳을 찍고 돌아 내려오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예쁜 것들을 이것도 보세요, 저것도 보세요, 함께 보자고 가르키며 즐거워했다.  

마침 둘째 조카는 수업 준비물이 낙엽 열 다섯 장이어서, 특별히 예쁘게 생긴 낙엽으로 엄선하여 주워 모으느라 분주했다. 핑크색으로 물든 잎도 있었고 곱디 고운 잎들을 한가득 안고 돌아가서 내가 다 뿌듯하다. 아이들이 민물고기 전시관과 곤충생태관을 모두 훑어 보고 오는 사이 엄마마마님과 주막 옆 카페에 앉아 기다렸다. 커피 외에 효소차가 여러 종류 있었는데 매실만 남아있어서 매실 효소차를 주문해 보았는데 괜찮았다. 다른 두 종류도 맛이 궁금하다. 

사진에 보이는 단풍들은 곱게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는 단풍이 아직 많이 없다. 아마 다음 주 정도가 최고가 될 것 같다. 구간 중에 단풍나무가 무성한 구간은 가지치기도 터널형으로 해 놓아서 붉게 물든 단풍 터널 아래를 지나가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붉은 터널 아래를 걸었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 같지만, 그 때는 사람이 더 많겠지. 길도 더 막히고, 더 붐비고 정신이 없겠지. 단풍 좀 아쉬웠어도 앉아서 탁트인 산 바라보고 오니 몸은 고되었으나 기분은 좋았다.
서울에서 가깝고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마마님은 이미 몸살이 나셨고, 나도 월요일은 퇴근 시간이나 되서야 정신을 겨우 차렸다. 또 가고 싶지만 또 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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