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ING/FAMILY

가족 극기 여행 출발, 첫 날의 하이라이트는 마산 콰이강의 다리와 해물찜

d0u0p 2023. 6. 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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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연로하신데다가 노환이 있으셔서 서울에 더 이상 올라 오시기 어려운 외할머니를 뵙기 위해 드디어 엄마마마님과 이모 두 분을 모시고 길을 나섰다. 멀기도 멀고, 살아내느라 바빠 여행은 언감생심 계획도 못 세우시던 분들이 큰 결심을 하셨길래 다행히(?) 하필(?) 집에서 쉬고 있는 아들과 또 다행히(?) 하필(?) 집에서 쉬고 있는 딸까지 따라 나서기로 했고, 여섯 이모 중 첫 번째 큰 이모이지만 서열 2위인 이모의 아들과 딸도 귀한 휴가를 얻어 그 딸의 아들까지 따라 나섰다. 이모가 여섯이라 그 아래 이모들은 서열 정리하기가 매번 까다롭지만 굳이 해 보자면 끝에서 셋 째인 이모도 늘 식당 일로 바쁘셨지만 이번만큼은 쉬어 가겠다며 가게를 닫고 오셨다. 

두 차로 나눠 이동하다가 만난 지점은 돈가스 소스에 사과가 콕콕 박혀 있는 사과 돈가스가 유명하다는 충주 휴게소였다. 사과의 고장답게 온갖 사과 데코레이션으로 휴게소 분위기를 활기차게 꾸며주고 있었다. 애매하게 점심시간인지라 일단 맛이라도 보자며 둘러 앉아 우동과 사과돈가스를 주문해서 간단히 먹었다. 마산에도 이미 상다리 부러져라 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신다기에 많이 먹을 수는 없어서 적당히 맛만 보고 일어섰다. 온 가족과 정신 없이 먹는 식사 자리라 사진이 없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뀌는 풍경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운전을 안하고 옆에 앉아만 있으니 풍경 감상도 하고 신이 났다. 물론 앉아만 있었어도 장거리 여행이 힘들기는 매한가지라 신기하게도 운전을 했을 때랑 여행 후유증이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생각보다는 덜 눈물겨워 다행이었던 외할머니, 외삼촌, 외숙모 상봉식과 또 한 번의 거한 식사를 마치자 으르신들께는 출타를 원치 않으셨다. 그러나, 이왕 내려왔으니 볼 만한 관광지는 다녀와보겠냐고 권하셔서 으르신들만의 시간을 드리기로 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앞세워 길을 나섰다. 

사실 마산에 바다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서울 촌놈이었는데, 마산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바다가 나오는 장면이 필요할 때 사용했던 셋트장을 그대로 남겨 둔 관광지도 있었다. 들어가는 길 입구에는 촬영했던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들이 한참 붙어 있었다. 

마침 각종 OTT 서비스로 다시 보고 있었던 녹두꽃과 미스터 선샤인도 촬영했다고 하니 구석 구석 드라마 속 장소를 찾아 보았지만, 가장 큰 부분은 기황후에서 사용했던 장소였고, 얼핏 보고 지나칠 뻔 했지만 미스터 선샤인에서 황도공이 살던 집이었을 법한 공간을 찾아내기는 했다. 녹두꽃은 아무리 둘러 봐도 긴가 민가했다. 전라도에서 봉기가 시작되었던 이야기였는데 바다는 있었나 싶기도 하고, 기황후 세트가 너무 강렬해서 다른 드라마 장소는 찾아 보기 힘들어서 아쉬웠다. 

입구에 지도도 그려져 있었지만 흘려 보고 지나갔으니 세트장 내에 상세 설명이 따로 없어 세트장 역시 흘려 보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나루터로 자주 나오는 나루터 앞에 잠깐 서 있으니 좋기는 했다. 

다시 차를 몰아 콰이강의 다리로 향했다. 지금 초등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기억도 못 할 그 추억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다리와 비슷해서 별명같은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원래는 섬과 섬을 잇는 연육교였고, 강화유리 상판을 넣은 스카이워크로 리모델링하면서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강화유리를 새로 넣었다는 설명이 무색하게 강화 유리가 많이 낡아서 맑은 바닷물은 뿌옇게만 보여서 겁을 먹을 수 없는 상태여서 다행이었고, 의외로 다리를 통행할 때 제한 사항이 많았다.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안전상의 이유로 다리 이용이 제한된다고 한다. 

마침 해가 질 때라 바다 넌머로 지는 해를 보며 건너니 좋았다.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있는 커피숍에서 한참 마시고 떠들다 나온 바람에 건너편에 있는 피카츄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특히나 피카츄 마카롱이 붙어 있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이미 카페에서 간식도 많이 먹은데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기도 해서 차마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아쉽다. 

다시 또 차를 돌려 외삼촌 댁으로 돌아가 다같이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이미 준비해둔 음식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아 집으로 들어갔는데 마산까지 왔으니 이왕이면 블로그 쓰는 딸내미가 마산 아구찜을 먹어 보았으면 하는 대장 중 대장이신 엄마마마님의 강력한 의지로  길을 나서게 되었다. 

포구를 돌아 콰이강의 다리로 가는데 그 사이에 괜찮은 음식점도 많았다. 삼겹살집도 꽤 많았고, 바다를 바라 보며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었는데 좋아 보였다. 온 식구들이 길을 같이 나섰으면 중간쯤 내려서 먹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대식구 이동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흘러가는 대로 따라갔더니 해물 찜 앞에 앉아 있게 되었다. 첫 맛은 조미료 맛이 강한 느낌도 있었지만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배달용 아구찜보다는 훨씬 훌륭했다. 해물의 상태가 일단 압도적으로 훌륭하고, 녹말물을 가득 풀어 흐리멍덩해진 양념이 가득한 배달용 아구찜 또는 해물찜과는 차원이 달랐다. 매콤하고 칼칼하고 달콤하고 딱 좋았다. 이런 맛 내는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서울에서 맛있는 집을 못 찾아서인지 맛있는 아구찜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좋은 기억을 찾아낼 수가 없다. 
영업 마감 직전에 겨우 식당에 들어가서 적당히 맛을 보고 첫 날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길고 고단한 여행 첫 날이었다. 
+) 고속도로 상주 참외 판매 휴게소에서 참외를 20,000원에 구매했는데, 마산 하나로마트에서는 하필 세일이라 12,000원 쯤이었다고 한다. 결국 20,000원 짜리 참외는 서울로 들고 왔다. 
+) 다년간 애지중지하던 텀블러 하나를 분실했다. 야외활동 중에는 수시로 물이 필요해서 특별히 들고 갔는데 특별하게 분실했다. 하나 또 사지, 뭐. 
+) 첫 날, 젊은 가족들이 쓰기로 한 숙소에는 스타일러가 있어서 린넨 셔츠며 구겨진 바지며 털어 말리기 좋았다. 사용해 본 적 없는 신문물에 흥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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