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ING/FAMILY

가족 극기 여행에서 돌아오는 행복한 마지막 날 녹동항, 고속도로 10대 사진 명소 황전 휴게소와 시흥 하늘 휴게소

d0u0p 2023. 7. 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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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시 반, 아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이모님 댁에서 주무시는 엄마마마님께 전화가 왔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무슨 일인가 싶어 받아 보니 지금 당장 데리러 오라고 하셨다. 왜, 어째서, 이런 새벽에? 약하게나마 비가 내리는 날이라 허리가 불편하셨는지 이모님들과 말다툼이라도 있었는지 잠결에 전화를 받고 놀란 우리는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허둥지둥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누가 보면 야반도주라도 하는 것 같았을 신새벽이었다. 

슬금슬금 내리는 빗 속에서 어르신들을 만났는데,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오천에 살고 계시는 이모님은 원래 일찍 일어나시는 분이라 일찍 일어나셨고, 일어나신 김에 아침도 먹고 가야 한다며 밥을 하기 시작하시는 바람에 급하게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맙소사, 다섯시 반에 아침이라니 꿈도 못 꿀 일이다. 강제로 새벽같이 기상한 우리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와 녹동항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기로 했다. 오래전 다리가 없을 때에는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고 하셨는데, 이제는 차로 오갈 수 있는 다리가 있고 예전에 사용하던 항구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새 항구가 다른 쪽에 있었다. 다리가 놓이지 않은 다른 섬으로 가는 배를 타는 신 항구 앞에는 아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이 많았다. 

전라도니까 이 정도면 보통 밥상이다. 해캄 잘 된 튼실한 바지락 탕과 생선구이, 꼬막에 따끈한 달걀 후라이까지 잘 먹었다. 맛이 특별하다고 하기에는 대충 전라도에서 아무데나 들어가면 이 정도는 차려주는 일반화된 평범한 식당이었고, 사건 아닌 사건도 있었고, 하필이면 식당 일 하시는 이모님도 자리에 계셨으니 오묘하고 애매한 분위기로 식사를 마쳤다. 

녹동항 앞에는 수산물 경매를 하는 수협 어판장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또 쉬는 날이었다. 갑오징어나 생물 생선을 쓸어 담을 작정으로 어판장을 찾으셨던 엄마마마님과 이모님은 정말 많이 아쉬워 하셨다. 주차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나 눈치를 보고 있었더니 어느 새 슬그머니 아저씨 한 분이 나타나셔서 경매가 어제 열렸고, 오늘은 쉬는 날이라 생선이 없다고 알려 주셨다. 부랴 부랴 포털에서도 찾아 보니 쉬는 날이나 영업을 하는 날에 대한 안내가 따로 없었다.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전 날 거금도 들어가기 전에 장을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 날까지 생물 생선을 보관하기는 어려워서 장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라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도매상인 대상 경매라 뭘 살 수는 없었을 수도 있는데, 어마마마님께서는 그래도 소매로 살 만 한 생선이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 하셨고, 반건조 숯불구이라도 구매하시겠다며 전 날 들렀던 고흥 전통 시장에 다시 들러서 신나게 쇼핑을 하셨다. 눈으로 보고 원하는 종류로 선택해서 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몇 번 주문을 해 보았는데, 생선 종류가 제한적으로 구성된 셋트 밖에 없기도 하고, 생선의 상태도 그 때 그 때 달랐다. 혹시나 싶어 다른 매장에 주문을 하면 그렇다고 또 더 좋은 생선이 오는 것 같지는 않아서 약간 의기소침해 하던 참이었는데, 직접 보고 고르니 좋긴 좋았다. 멀어서 언제 또 갈 지 모를 일이라는 점이 문제겠지만. 

다시 차에 올라 한동안 달리다가 쉬어 가기로 한 휴게소가 정말 운 좋겠도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황전 휴게소였다. 이렇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지리산 노고단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왜 굳이 부득불 둘레길을 한참 걸어 다니고, 산을 올랐나 모르겠다. 지리산 둘레길 코스를 워크샵으로 딱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경치라고는 한 톨도 느끼지 못 한 채 고단함만 가득 안고 돌아 왔었더랬다.  사진으로 봐도 좋고, 영상으로 봐도 또 좋다. 

휴게소 한 쪽에 있는 던킨 도넛 윗 층에서 잘 보인다고 해서 내친 김에 도넛도 사고, 커피도 사들고 올라가서 한동안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와 고속도로 휴게소 10대 사진 명소에 속하니 기념 촬영하라고 만들어 둔 공간에서 다같이 사진도 찍고 한 바탕 수다를 떨다 돌아 나왔다. 이 쪽으로 차를 몰아 여행할 계획을 세운다면 꼭 차를 세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었다. 

황전 휴게소부터 이미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는데 공주 쯤 지나가려니 정말 보이는 나무가 모두 밤나무였고 꽃도 활짝 피어 있었다. 밤 꽃이 필 때 밤나무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밤 꽃의 생김새는 대충 어림짐작으로 알고는 있어서 꽃이 피었다는 것을 구분할 수는 있었는데,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은 전부 진달래인 줄로만 알고 있는 동생 눈에는 밤 꽃을 찾아 내는 일이 아마도 큰 숙제였을 것이다. 6월에 진달래를 운운하다니 정말 깜짝 놀랐다. 식물 도감을 운전대 잡은 그 손에 쥐어 주고 싶었다.

적당히 점심 시간이 되었을 무렵 도착한 천안 휴게소에서 드디어 고속도로 휴게소의 필수 메뉴인 우동을 한 그릇 먹었는데, 천안 휴게소 식당은 포털에서 메뉴를 검색하고 주문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번잡하게 다시 줄을 서지 않고 주문을 할 수는 있었다. 다만, 주문을 넣는 시점에 주문이 불가능한 메뉴에 대한 안내가 따로 없어서 주문을 일단 넣었는데 준비되지 않는 메뉴라서 다시 취소를 하고 다른 메뉴를 주문했어야 했고, 다시 부분 취소를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동생이 주문한 라면이 불어터질 때까지 취소 처리가 끝나지 않아 한참 후에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앱에 등록된 메뉴를 커스텀으로 변경하기 어려운 구조이려나, 모르겠다. 누군가는 지금쯤 열일하며 수정하고 계실지 모를 일이다. 

점심까지 먹었으니 집에 오는 길에 더 이상 휴게소를 들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설정된 경로에 의외의 휴게소가 하나 더 있었다. 최근에 새로 생겼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어떻게 가도 그 쪽 방향으로는 갈 일이 없어서 가 본적은 없지만 늘 궁금해하던 그 하늘 휴게소가 눈 앞에 나타나자 마자 동생을 부추겨 차를 세웠다. 

점심 메뉴도 더 고급인 것 같은 메뉴가 한참이나 많았다. 맛있어 보이는 강정도 있었고, 붕어빵도 있었고 정말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다. 간식을 크게 탐하지 않으시는 엄마마마님도 붕어빵을 덥썩 사내라 하셔서 점심은 이미 먹었으니 더 맛있는 산해진미가 눈 앞에 있다 한들 한 끼를 더 먹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붕어빵만 한 봉지 사 들고 왔다. 서해 쪽으로 여행을 다녀야 들를 수 있나 본데, 나가면서 뭘 먹기에는 너무 가깝고 돌아 오면서 먹기에는 또 늦은 시간이 될 것 같고 애매한 위치인 것 같기도 하다. 사진 명소인 곳 앞에 서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내려다 볼 수 있었는데, 야경이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지만 파란 하늘과 푸른 산을 배경으로 쭉 뻗은 도로를 낮에 보고 있는 것도 꽤 괜찮았다. 

하루에 사진명소 휴게소를 두 군데나 들러 왔더니 차로 이동만 했는데도 뭔가 뿌듯함이 있어 좋았다. 짧지만 길었던 엄마마마님의 시골 고향 탐방 극기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또 언제 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비슷한 풍경이 보이면 반갑고 좋다. 거금도는 브랜드 호텔 하나만 들어서면 당장 짐 싸들고 달려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언제쯤 그렇게 될까, 일단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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