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ING/FAMILY

단양, 가족여행

d0u0p 2019. 6. 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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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마마님을 모시고 단양 구인사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우리 남매 이름은 모두 할마마마님께서 구인사 주지 스님께 받아오신 이름이다. 어른이 되기까지 잘 몰랐고 너무 멀어서 가 본 적이 없는 절에 언젠가 바람도 쐴 겸 엄마마마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서 당일로 다녀오는 길에 천태종이 배척당하고 있는 배경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산 속 깊은 곳에 웅장하기까지 하다고 할 법하게 자리잡고 있는 그 절의 분위기가 좋아서 동생과 조카들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쁘게 몇 해가 지나갔고, 단양에 온갖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있임을 방송으로 귀동냥으로 접하게 되어 다시 한 번 다녀 오기로 결심을 하고 올 해는 장미 축제가 시작하는 계절에 맞춰 가기 위해 연초부터 리조트를 예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약이 가능한 시점을 알기가 예매해서 수시로 들르다가 또 한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들렀을 때에는 이미 5월과 6월 주말 예약은 거의 끝나있는 상태라 하는 수 없이 일요일에 출발하는 일정으로 결정했다. 일요일에 출발해서 월요일에 돌아 오는 일정이라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아주 훌륭한 일정이지만 엄마마마님과 나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의 일정은 오리무중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온 가족이 함께 출발할 수 있게 되었고, 의외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즐거운 여정이 되었다. 

이 계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여행이고 변수가 생길 수 있으니 일단 뼈대를 잡기만 한다는 생각으로 적어 보았다. 핵심은 구인사이고 카페 산 정도는 모두 좋아할 것 같으니 들르면 될 것 같았다. 이끼 터널은 내가 궁금해서 가고 싶었던 곳이고 스카이워크도 새로 생겼다 하여 궁금했지만  카페 산에서도 전망은 즐길 수 있어서 굳이 두 군데를 갈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기도 했다. 
식사는 모두 사 먹을 생각이었다. 열심히 검색해서 식당 두 군데를 선택했는데 점심을 먹고 나오니 유명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 과정으로만 모두 지쳐서 저녁은 숙소에서 챙겨 먹기를 원했고 그렇게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는 했다. 

출발은 순조로웠고, 이제는 휴게소에서 만나는 엔젤리너스가 반갑기까지 했다. 엄마마마님께서 각종 음료수 캔을 골고루 구비해 주셨지만 그냥 차가운 커피가 필요했다. 잠시 동생(차)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간식 거리를 사 들고 점심 식사할 식당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단양에서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검색하면 나오는 메뉴는 정말 심플하게 떡갈비, 마늘갈비, 쏘가리 매운탕 세 가지 정도였는데 어느 집에 가야 좋을 것인가 고르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제목만 봐서는 이 곳이 맛집이구나 싶지만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다시 가지 않겠다, 반찬이 별로더라, 등의 솔직한 후기가 올라와 있는 블로그도 있었고, 그 식당에서 홍보용으로 썼을 법한 틀에 박힌 내용의 블로그도 있어서 어느 식당이 좋은 식당인지 가려내는 것이 힘든 일이었다. 
여러 번 검색에 검색을 하다 보니 쉐프와 지역 주민 추천 식당 포스팅이 있어서 살펴 보니 그나마 믿음직스러운 내용이라 해당 포스팅에 나온 식당에 가는 것으로 정했다. 점심은 리조트와 조금 더 거리가 가까운 락송정이었다. 

음식은 나무랄데 없이 다 좋았다. 떡갈비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라 많이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먹어 본 떡갈비 중에 가장 맛이 있었다. 고기 잡내도 없고 달지도 느끼하지도 않은 감칠맛 나는 맛있는 떡갈비였고, 있을 때만 서비스된다는 신선한 소 생간을 받고 생 간을 처음 보는 아이들이 선뜻 손을 댈 수는 없었지만 한 때나마 간을 소재로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나오는 선지 해장국이 의외로 정말 맛이 있었다. 서울에서 선지 해장국이라는 메뉴를 만났을 때에는 늘 거북했고, 맛을 보면서도 잡내 때문에 먹기를 거부했었는데, 이렇게 맛있게 끓일 수도 있는 메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음식은 훌륭했으나, 메뉴판 사진으로는 마늘 정식 메뉴에 원래 조카가 좋아하는 각 1개의 돌솥밥이 나오는 것이었으나 갓지은 밥이긴 하지만 돌솥이 아닌 압력 밥솥을 통째로 하나를 가져다 주셨다. 밥 말고 냉면도 함께 주문하기는 했으나 냉면은 특별할 것이 없는 보통의 냉면이었다. 비빔냉면은 양념을 이래 저래 더 추가해 보아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상큼하고 매콤한 비빔냉면을 먹으려고 주문했는데 뜻밖의 선지국을 열심히 먹게 되었다. 
제일 불편했던 점은 오후 두 시 반부터였나 세 시 부터였나 그 때쯤이 브레이크타임이 시작되는 시간이었고, 도착한 때가 한 시 반이었으나 단체 손님이 예약되어 있어서 다른 일반 손님은 자리를 비워둔 채로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 사이 배도 고프고 마음도 급한 편인 가족들은 30분 기다리는 일을 힘들어했고, 다른 곳으로 옮길까도 해 보았으나 이제서야 옮겨 봐야 기다림만 더 늘어날 것 같았고, 자리가 빨리 나는 것 같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그렇다고 식당 주인 및 종업원들 모두 미안해하지도 한고, 친절한 기색 역시 없으니 이 식당을 추천한 나는 기다리면서 꼭, 여기서 먹어야 하는 것이냐, 다른 데는 없는 것이냐, 왜 여기냐, 기다려야 하냐 등등의 질문 세례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엄마마마님, 조카님들 눈치를 보며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무사히 자리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었음이 천만다행이었다. 늦게 도착한 손님들은 심지어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식사도 못 하고 발 길을 돌려야 했다. 사실 테이블이 만석이었으면 모두들 체념하고 기다렸을 것 같은데, 단체 예약석이라고 식당의 반 이상을 고기를 깔아만 놓고 앉지 말라고 하니 그것이 모두에게 빈정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점심을 마치고 나니 아이들이 의외로 학구열을 불태우며 수양개 선사 유적지를 가야한다고 했다. 원래 일정에는 이끼 터널을 볼 때 유적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터널을 구경하면 되니까 적어 놓기는 했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유적지인지 박물관인지를 보겠다고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사실 나도 교재에서 글로만 읽었던 슴베찌르개나 긁개 등을 눈으로 보고 싶었지만 엄마마마님께서 오랜만의 나들이인지라 피곤하실 것 같이 일단 선사 유적지에는 아이들 가족만 보내기로 하고 리조트에 먼저 들어가 체크인을 했다.

좋은 날이니 좋은 마음으로 강변 뷰로 업그레이드도 하고 탁 트인 강과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은 좋았다. 
유적지를 돌아 보고 온 아이들이 화려한 호텔이 아니라며 잠시 실망을 하였으나 숨박꼭질 세 판으로 다시 즐거워졌고, 엄마마마님의 메인 일정인 구인사로 다 함께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먼 곳에 

구인사는 천태종 본산이기도 하고 국대 최대의 사찰이기도 하지만, 초대 주지를 부처로 신격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외면당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사찰의 제일 깊고 높은 곳에 가면 엄마마마님께서 법명도 알고 계시는 그 주지스님의 금불상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고타마싯타르타도 어차피 인간이었고 추종하는 사람들에 의해 신격화되었던 것이니 일개 주지승이었다 하더라도 누군가 우상시하면 신으로 승격할 수 있는 것일까? 부처의 철학과 사유는 좋아 하지만, 부처가 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부처에게 빌어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도 믿지 않는다. 가끔 이렇게 찾아가서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해 주시는 데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할 뿐이다.  
올 해에는 엄마마님께서 힘들어 하셔서 맨 꼭대기까지는 가지 않았고, 대법당에서 조카들과 함께 기도만 잠시 올리고 나오셨다. 대법당까지 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는데, 주차장에서 기다리면 셔틀이 온다고 하시던 관리인분들 덕에 약간의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에는 택시로 입구까지 올라갔다. 버스가 정기적인 간격을 두고 운행을 하고 있고, 경내외 소일을 보는 소형 밴 한 대가 수시로 오락가락하며 태워 주시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버스 운행은 끝난 시간이었다. 관리하시는 분들이 차가 곧 올 것이라고 말씀하신 그 "차"는 셔틀 버스가 아니고 소형차량이었는데, 우리는 그것이 셔틀버스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지 않으니 궁금해졌고, 소형 차량은 정기적으로 다니는 차량이 아니라 언제 내려올지 몰라 '곧' 온다고 말씀하신 것도 모르고 왜 차가 안오냐며 투덜대며 기다리다 보니 입구까지 운행하는 택시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택시 기사님은 솔직하게, 입구까지만 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탈까 말까의 고민에 빠져들게 되었다. 경내까지 가는 차량은 입구 너머  안쪽에서 내려 주실 것이고 기다리면 탈 수 있다고 하시니, 기다리면 되지만 시간이 점점 흘러 결국 더 기다리지 못하고 택시를 다시 타고 입구까지 올라갔다. 그러다가 또 경내로 들어가는 차량이 지나가시며 엄마마마님을 태워 주셨고, 남은 가족은 조금 더 걸어 올라갔다. 
조카들과 엄마마마님의 간단한 기도가 끝나자 바로 저녁예불시간이어서 염불하시는 소리와 종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법당에 들어서기 전 이제 초등 5학년밖에 안된 큰 조카가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벗어 놓은 신발을 스스로 정리하는 경이로운 일이 일어났다. 부처님 앞에서 갑자기 예의를 차리고 싶었나 궁금하다.

아들과 아들과 아들

구인사 주차장은 절보다 훨씬 아래에 있는 평지에 있는데 주차장 입구 나무에 커다란 그네가 걸려 있다. 어린 조카들은 처음 보는 나무 그네를 한동안 즐겁게 탔다. 올라가기 전에도 한참 타고, 내려와서도 출발을 미루고 더 타다 왔다. 동네 놀이터의 작은 그네타듯이 타다가 지나가시는 어르신께서 몸소 서서타기를 시범 보여 주셔서 또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나무 그네를 즐기고 돌아왔다. 이렇게 아이들은 차곡 차곡 새로운 경험을 한다.  
단양은 넓지 않은 곳이고 관광지이다 보니 대부분의 식당들은 주말동안만 호기를 누리시는 것 같았고, 그 중 좀 괜찮다 싶은 곳은 또 손님이 넘쳐 나는 것 같았다. 점심에 이미 한 번 풍파를 겪은 우리는 편하게 리조트에서 밥을 먹기로 했고, 지하 한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포장해서 방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포장해 들고 올라갔는데, 문제는 그 포장된 메뉴가 조리되지 않은 날 것의 재료들이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그 누구도 요리를 하고 치우는 노동을 하지 않는 여행을 하겠다는 계획이 여기에서 무너졌다. 왜! 날 것을 포장해 준 것인가! 나는 왜 다시 묻지 않았는가! 후회하기에는 늦었고 뭐 그나마 반조리상태라 끓이고 데우는 정도라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큰 일 벌이지 않고 뚝딱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블로그였는지 대명리조트 홈페이지 안내문에서였는지 포장이 가능하니 방에서 먹을 수 있다는 글을 그 행간에 숨은 "조리해서"를 빼먹고 읽은 내 탓이다. 
문제의 반조리식품을 사러 내려가서 둘러 보니 오락실도 있었고 그 옆으로 탁구장도 있어서 아이들에게 탁구를 쳐 보겠냐 하니 흔쾌히 응하여 탁구도 치고, 작은 놀이기구들이 있는 야외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오락도 하고 다시 올라와 잠자기 전까지도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연예인 장윤정이 출연하기로 했다는 수변무대의 공연은 홀랑 잊고 말았다. 
어마어마한 촉으로 철쭉제가 끝나는 동시에 장미축제가 시작하는 날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철쭉도 장미도 못 봤다. 물론 다음 날 카페를 구경하고 내려 오는 길에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웠을 때 길가에 있는 돈가스 집 앞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장미를 보기는 했다. 엄마마마님은 장미는 여기도 좋다며 만족하셨고, 본격적인 행사를 하는 장미터널은 근처에도 못 갔다. 걷기 불편하신 어마마마님과 가려고 하니 리조트에서 거리가 애매하게 멀어서 엄마마마님께서 걸어가기에는 무리였고, 차로 가자니 그 근처에 어느 곳에 주차를 해야 좋을지 몰라서 고민도 좀 하기는 했다. 
다음 날은 여지없이 일기예보에서 알려준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큰 비가 아니라서 가볍게 차로 이동하는 여정에는 무리가 없었다. 장미터널은 빼고, 아이들은 수양개 선사 유적지에 이어 가고 싶은 곳으로 정해 두었던 고수동굴에 가기로 했다. 고수동굴 역시 할마마마이신 엄마마마님께서 왕복으로 걷기는 어려울것 같아 아이들 가족을 먼저 출발하게 하고, 엄마마마님과 리조트에서 느긋하게 정리를 하고 나와서 카페 산으로 먼저 출발했다. 

양파빵이 나중에서야 나와서 못 먹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양파빵이 제일 아쉽다. 올라가는 길이 험하리라 이미 예상을 하고 출발했는데, 오대산 뒷길보다는 쉬웠고, 그 전 날 구인사로 가는 꼬불꼬불한 구인사로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짧은 구간이었고, 오르고 오르다 보니 벼랑 끝을 올라가는 기분이다가 탁 트인 전망을 보니 다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이었기도 하고, 비오는 날이었기도 해서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좋았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깨찰빵과 앙버터, 치즈롤을 골라 들고 와서 동굴에 간 아이들을 기다리며 과식을 했다. 생각보다 빵이 맛있어서 많이 먹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잠깐씩 하늘이 보이면 얼른 나가 부지런을 떨며 사진을 찍었다. 

날이 맑아 하늘을 달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볼 수 있기를 바랐는데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안타까운 점이 그것이었다. 두려움을 딛고 벼랑에서 뛰어 날아가는 사람들을 보여 주고 싶었다.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하루 종일 카페에서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만나 한동안 망중한을 즐기며 경치를 구경하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서울로 돌아왔다. 
원래는 이영자가 소개한 맛있는 메뉴가 있다는 충청도 근처의 휴게소를 들러서 올까 했으나 카페에서 빵을 꽤 먹어서 바로 점심을 먹기도 애매했고, 그 휴게소는 서울로 올라오는 길목에 있는 곳이 아니라 약간 경로를 돌아서 올라오는 곳에 있어서 순식간에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목의 마지막 휴게소에서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모두 만족스러운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며느리 빼고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좋았다. 단양 관광 홍보 책자를 미리 다운로드받아 보았는데 예상 외로 볼 거리가 풍부한 지역이어서 넋놓고 들여다 보게 되었다. 동굴 말고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이 제법 많아서 엄마마마님 컨디션만 허락된다며 또 가도 될 것 같다. 장미 터널도 가 봐야 하고,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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