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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고가 사용하는 3D펜을 쓴다고 모두 사나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d0u0p 2019. 9. 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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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걸어 놓았던 3D펜이 도착했다.

사용법을 잘 몰라서인가, 버튼이 여러가지가 있고 더블클릭하면 연속으로 나오기도 하는 그런 기능이 있는데 읽기 싫으니까 내던져 버리고 일단 막 써 보았다. 사나고만큼 단번에 잘 할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은 했지만 아무렇게나 똥처럼 뿌려대고 있노라니 한심한 기분도 들었다. 

똥이냐?

​더블클릭에 꽂혀서 더블클릭을 해서 연속으로 나오게 해 놓고 속도 조절만 해 봐 가며 움직여 보았는데, 일단은 자세가 편해지지 않아서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기가 어려웠고 연속 설정을 했더라도 필라멘트가 일정하게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온도가 오르락 내리락하다보니 중간에 나오다가 끊어지는 타임이 있고 그러다가 다시 나오다가 그러다가 다시 안나오다가 불규칙하게 디니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속도가 문제인가 싶어서 조절해 보아도 느린건 너무 느리고 빠른 건 너무 빠르고 내 작업 속도와 펜의 속도의 합을 찾는게 우선인 것 같다. ​

호기롭게 별꽃을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정교하고 깨끗하게는 안되나 보다. 적당히 크게 덩어리만 잡는다고 생각하고 결국 후가공의 길로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결과물의 퀄리티는 둘 째 치고 필라멘트 녹을 때 냄새가 났는데,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PLA는 옥수수에서 뽑아낸 수지로 가공한 생분해 가능한 합성 플라스틱이라 탈 때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매캐한 연기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고 이 정도 잠깐 그렸는데 주변 공기에 타는 냄새가 섞여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반드시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마스크 착용하고 작업하는 것이 나의 미래를 위해 좋을 것 같다. 더운 여름에 에어콘 켜고 창문 닫은 채 마스크 쓰고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하다. 날이 더 선선해지면 창문 활짝 열어 놓고 뭐라도 해 봐야겠다. 일단은 환기하기 힘든 내 방에서는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다시 잠깐 써 보니 목이 따끔거린다. 그렇다고 아직 더운데 마스크를 쓸 수는 없다. 

PLA 필라멘트는 3D프린터에도 사용되는 거라서 다시 만나니 새록 새록 사용 방법 몇 가지가 떠 올랐다. 

둥글게 말린 필라멘트는 그래도 나름 탄성이 있으니 펜에 넣기 전에 손으로 꾹꾹 눌러 반듯하게 펴 주는 것이 좋고, 중간에 혹시 끊어져 있는 곳이 있는지 잘 살펴 봐야 한다. 덩어리로 말려 있는 대용량 필라멘트의 경우 들어가다 꼬여서 끊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라멘트를 넣는 부분은 반듯하게 단면을 잘라 주어야 하는데, 프린팅에서 배운 방법은 니퍼로 깨끗하게 자르되 45도 각도로 뾰족하게 잘라내는 것이었다. 펜 설명서에는 그냥 똑바로 자르는 것이라고 안내되어 있으나 아무래도 3D프린터와 동일한 구조의 기계라고 보면, 내부에 톱니가 있을 것이고 그 톱니에 뭉툭 잘려진 필라멘트 보다는 어슷하게 잘려진 필라멘트가 조금 더 잘 물릴 것 같다. 

필라멘트를 녹여서 뱉어내는 토출구가 매우 뜨겁다. 토출구만 뜨거울 줄 알았는데, 펜의 앞 부분, 그러니까 손으로 쥐는 그립 근처까지도 뜨거워서 조심해야 한다. 당장 손이 데일 것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뜨끈한 기운이 있다. 어린 학생들이 쓰기에는 위험한 물건이다. 어린이용 저온 펜이 있는데, 저온 펜이라고 안전할지 모르겠다. 녹아 나오는 필라멘트 역시 195도 온도로 녹아 나오는 것이라 손으로 직접 만지면 당연히 뜨겁다.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 온기가 남아있을 때 손으로 만져 준다거나 다시 라이터로 가열해서 모양을 잡아 주기도 하는데 불을 무서워하는 나는 그 부분에서 이미 겁을 먹었다. 게다가 그립이 뜨끈해지니까 쥐는 모양새가 편해지지 않았고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어려웠다. 

프린팅 수업할 때에는 노즐 안에 들어 있던 여분의 필라멘트가 녹아져 나와서 지저분하게 되니 초반에 그 부분을 헤라로 깨끗하게 제거해 주었었는데, 3D펜도 마찬가지로 보조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노즐 근처가 늘 깨끗하지 않고 하나의 펜으로 만들다 보니 필라멘트가 섞이니까 잔여물을 제거해줘야 한다. 헤라는 조만간 구입할 예정이고, 니퍼는 서랍장 깊은 곳에 숨겨진 놈을 꺼내야한다. 

녹은 필라멘트가 다시 건조되고 나면 수축한다. 수치를 넣어서 기계로 프린팅을 해도 실측을 하면 오차가 생긴다. 건조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가열을 해서 서서히 굳도록 히팅베드를 사용하면 조금 나아진다고 하지만, 뜨거운 열을 내뿜는 펜을 뜨거운 장판 위에서 쓸 수는 없다. 얼마나 수축하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수작업이니 어차피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궁금해서 사이즈 재 보려고 판을 하나 만들어 보았다. 일주일쯤 지나서 다시 보고 싶은데, 장마철이라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PLA는 심지어 추운 겨울에는 잘 부러지기도 한다고 했다. 더 튼튼한 플라스틱이 필요하면 ABS를 사용하면 되지만 ABS는 백퍼센트 천퍼센트 환경오염물질을 뿜뿜하는 재료이니까 개인 취미생활용은 아니다. 후가공하는 것도 인두로 녹여내거나 그라인더로 갈아내는데 정말 괜찮을까 의심하게 된다. 이미 인두를 써 보았는데 타는 냄새 더하기 타는 냄새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데다가, 그라인더로 먼지가 풀풀 날아다니게 될 것 까지 생각하면 또 이래서 작업실 한 칸이라도 마련하려면 열심히 돈 벌어야한다로 귀결되고 만다.

그나마 다른 유투브 동영상을 열심히 시청 중에 문득 갑자기 사용방법에 대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펜을 켜고 스르륵 움직여 보니 전보다는 확실히 이거구나 싶었다. 

필라멘트 이렇게 연습한다고 마구 쓰고 버리고 있는데, 프린팅 교육하는 곳에서는 필라멘트는 한꺼번에 모아서 재생 처리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다시 녹여서 다시 필라멘트로 만들어질 것 같은데 일반가정에서는 다들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생분해된다고는 하지만 정말 버려도 될까?

일단 처음 구매한 필라멘트를 소진할 때까지는 뭐라도 열심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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