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GKING

시작만 거창했던 스타벅스 프리퀀시 적립 일지

d0u0p 2024. 6. 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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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일곱 개를 모두 특별한 지점에서 마시면 좋았겠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특별히 휴가도 낸 김에 처음 두 번 정도는 나들이 겸 길을 나서서 커피 한 잔 쯤은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서 큰 맘 먹고 멀리 다녀와 보았다. 

5월 16일 첫 프리퀀시, 신메뉴 씨솔트 콜드브루 (1)

첫 날은 특별히 무려 북한산 리저브 매장까지 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704번 버스에 올라타서 한없이 졸면서 도대체 언제쯤 내리는걸까 궁금해하다가 저 멀리 산자락 끝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정신이 말짱해지기 시작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혼자 내리면 부끄러울 것 같았는데 내리시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지도를 확인하고 방향을 틀어 가다 보니 등산하고 내려 오시는 분들이 '버스 타고 스타벅스까지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나가시는데 괜히 내 이야이긴 것 같아서 잠깐 긴장도 했지만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그냥 다 좋기만 했다. 

오후 세 시 무렵이었는데도 연이어 주차하는 차들이 있었고, 네모 반듯한 스타벅스 북한산 리저브 매장은 높은 산자락을 등에 지고 넓은 잔디밭을 옆에 끼고 있었다.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계신 분들도 있는 걸 보니 매장 안에 자리가 없으면 돗자리 펴고 앉아 커피 한 잔 마셔도 괜찮을 것 같기는 했다.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스타벅스 장우산을 대체 언제 잃어버렸는지 홀랑 잃어버려서 마침 장우산이 없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었는데 또 마침 프리퀀시 이벤트로 장우산이 나와 있으니 어쩌면 평생 장우산은 스타벅스 MD만 사용하게 되려나 싶기도 했다. 동행이 있었으면 북한산 R점의 스페셜 메뉴인 바움쿠헨 한 입 정도는 먹었을텐데 그냥 음료만 주문했다. 

음료를 일단 주문하고 자리를 찾아 나섰는데 정말 빈 자리 찾기가 힘들었다. 산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3층은 두 말 해서 뭐하나 싶게 자리가 없었고, 2층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마침 빈 자리가 생겨서 신속하게 착석하였으나 해가 많이 드는 자리였고, 날은 더웠고, 본격적인 냉방이 시작되기 전이었던 터라 무척 더웠다. 

일단 신메뉴인 바다소금 콜드브루를 받아 들고 앉아 있다가 눈치껏 산이 잘 보이는 자리로 옮겼다. 더운 소파 자리에서는 다른 좋은 자리로 언제쯤 옮겨 볼 수 있을까 눈치보느라 책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새로 옮긴 자리에서는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산이 좋아서 또 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책은 겨우 한 챕터 읽고 덮었는데, 뭐 그냥 앞만 보고 있어도 시원한 초록 산이 눈 앞에 펼쳐져 있으니 좋았다. 네 시가 지나가니 군데 군데 빈 자리가 보였지만, 네 시면 이제 일어나서 부지런히 다시 서울 반대편으로 돌아나와야 할 시간이었다. 

나중에 혹시 또 한 번 가게 된다면 돗자리를 필참하리라 다짐하며 넓지 않은 건물 밖을 구석 구석 둘러 보며 돌아 나왔다. 

걸어 들어갈 때는 몰랐는데 나오면서 보니까 북한산 국립공원 표지판이 있는 자리 근처에 자판기가 서 있는 작은 휴식 공간도 있었다. 텀블러를 챙겨서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다시 서울 안쪽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비군 훈련 종료 시간과 맞아 떨어졌는지 버스 안에 군복 입은 사람들이 한가득이었고, 기사님이 열심히 손으로 태울 수 없다는 표시를 하시며 그냥 지나쳐 가버리셨다. 

원래 타려던 버스는 진짜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탈 수가 없었고 그 다음 버스를 타고 서울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는 3호선 지하철이 닿는 역 앞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려서 다시 집 근처까지 오는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으면 그 날은 저녁 시간 전까지 집에 돌아올 수 없을 수도 있었겠다. 차로 갔으면 길도 쉽고 돌아오기도 편했을텐데 괜히 사서 고생했나 싶기도 한데, 버스에 실려 가니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며 쉴 수 있어서 좋았고 네비게이션에 집중하느라 지나쳤을 풍경을 꼼꼼하게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기는 했다. 그래도 다음엔 차로 가자. 
 

 

5월 17일 날씨도 좋고, 휴가도 냈으니 내친 김에 강바람을 쐴 수 있는 웨이브 아트센터점에서 아이스드 커피로 적립한 두 번 째 프리퀀시 (2)

웨이브 아트센터점에 들르기 전에 신세계 센트럴점에 새로 조성했다는 스위트파크를 잠깐 구경하고 달달한 무언가를 챙겨 들고 가려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스위트파크를 찾지 못했다. 끈기를 가지고 두 바퀴 쯤 식품 매장을 돌았는데 새로운 식품관 조성을 위해 공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가벽을 발견했다.

이 안내문은 푸드홀 공사에 대한 안내문이었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스위트 파크가 21일에 다시 오픈한다는 줄 알고 발걸음을 돌려 나왔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그 날 포기하고 돌아섰던 스위트 파크가 다른 쪽에 있었음을 발견한 오늘, 3주 쯤 지난 오늘에서야 스위트 파크 안에 있는 피에르 마르콜리니 매장에 자리 잡고 앉아 고급 초콜릿과 마카롱, 아이스 커피를 즐기며 이 글을 끄적거리고 있다.
다시 그 날로 돌아가면 아직도 약간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날이었다. 고속터미널에서 한강 공원에 있는 웨이브 아트센터까지 걸어가는 길이 꽤 길었고 강변이 아닌 도로변은 무척이나 더웠다. 

그에 비해 돌아올 때에는 바람도 쐴 겸 강 쪽 산책길을 따라 걸었더니 정말 선선하고 좋아서 해가 떨어져서 시원해졌을까 싶었는데 강을 벗어나자마자 만난 아파트 단지 사이 아스팔트 길부터는 또다시 더워져서 당황했다. 시원한 강변에 둥둥 떠 있는 웨이브 아트센터점 스타벅스는 평일이라 그런지 여유가 있어 좋았다. 

강 건너로 남산타워를 바라 보며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앉아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역시나 북한산점과 마찬가지로 글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바로 눈 앞에서 강물이 출렁거리고 있으니 어지럽기도 해서, 가지고 간 책 한 챕터를 겨우 마무리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며 돌아오는 길에 빼먹을 수 없는 파노라마샷도 몇 장 찍을 수 있었고, 유채꽃 축제도 시작했다는 서래섬까지 내달릴 수도 있었지만 참았다. 웨이브센터에서 서래섬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고, 들어 오는 길도 한참이었는데 그 길을 다시 돌아 나가 다시 복잡한 지하철을 타야했으니 마음이 벌써 지쳐버려 서래섬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그 다음 주 쯤 유채꽃 축제에 대한 다른 분의 포스팅을 보았는데 꽃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원래 어마마마님을 모시고 길을 나설까 했었던 일정이었는데 모시고 갔었으면 어마마마님의 노발대발을 진정시켜드리느라 진땀 뺐을 뻔 했다. 앞으로도 어마마마님께서 싫다 하실 때에는 과감하게 혼자 외출하기로 하자.

5월 18일 동네 리저브점, 사케라또 비안코 오버 아이스 (3)

리저브에서 마셨던 사케라또가 생각나서 일부러  찾아가 보았다. 전에 주문했던 메뉴가 아이스크림인지 크림이 올라갔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냥 보이는 메뉴 중 사케라또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메뉴를 주문했다.

달콤하고 쌉사름하고 향기롭고 다 좋았지만 역시나 북적거리는 매장은 오래 앉아 있기도 책을 읽기도 불편하고 답답하고 정신사나웠다. 시끄러운 동네에 거중이니 주말은 어쩔 수 없다. 이제 동네 매장에는 또 못 갈 것 같다. 텀블러 챙겨서 공원으로 도망다녀야겠다. 

5월 19일 공방 앞 매장, 아이스드커피 (4)

일요일이었고, 가죽 공방에 가는 길에 잠깐 쉬어 갔다. 일요일이지만 쨍하고 시원한 카페인이 필요한 더운 날이라 아이스드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앉았다 일어섰다. 공방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있는 기회라 들렀던 것이었는데 매장 화장실이 매장 안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열쇠로 열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였고 심지어 열쇠의 행방이 묘연했다. 이미 앞서 나가신 분들이 열쇠 찾아 삼만리 중이셨기 때문에 시원하게 포기하고 공방으로 향했다. 

5월 20일 출근길, 돌체라떼 아이스 (5)

이렇게 맹숭맹숭한 돌체라떼는 처음이었다. 사케라또만큼 진하지 않아서인지, 지점마다 맛이 다른 것인지, 내 입맛이 변해서인지 알 수 없으나 참으로 맛이 없었다. 지난 달 쯤 달달한 라떼가 생각나서 새로운 매장에 들렀을 때도 너무 묽어서 깜짝 놀랐었는데 이 날 마신 돌체라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 돌체라떼는 그만 마셔야 할 때인가 보다. 

5월 21일 출근길, 플랫화이트 아이스 톨 (6)

맹숭맹숭한 돌체라떼보다는 진하겠지 싶어서 플랫화이트 아이스를 주문했는데도 그냥 별로였다. 플랫화이트를 내세우는 여타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고소하고 진한 플랫화이트와는 거리가 멀다. 아이스 메뉴라 톨 사이즈부터 시작하는 게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전에 있던 따뜻한 바닐라 플랫 화이트를 숏 사이즈로 마실 때에는 진하고 좋았는데, 바닐라 플랫 화이트는 그냥 사라진 것일까? 

5월 22일 오늘의 커피 숏사이즈 (7)

일주일이 왜 7일인지 절실히 깨달았던 날이다. 기본 중의 기본인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는데 너무 지겨운 느낌이 들었다. 내 입은 다른 카페의 스페셜티 원두 커피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지만 그 놈의 장우산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원래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싶었는데 원두 이름이 썬드라이드 어쩌구라고 적혀져 있어서 왠지 상큼 발랄한 느낌일 것 같아서 주문해 보았던 것인데 7일째라 그랬는지 정말 너무 시큰둥한 맛이었다. 

 5월 23일 아이스드커피 톨 (8)

다른 브랜드 커피숍은 못 가지만 다른 지점의 스타벅스는 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서 일부러 머리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바로 그 앞에 있는 매장에 들어갔는데 왠일인지 손님이 너무 많았고, 이미 내려져 있어 바로 받을 수 있는 경우가 태반인 아이스드 커피 한 잔을 받는데 20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다시 한적한 매장을 찾아 보기로 했다. 

5월 24일 오늘의 커피 숏사이즈 (9)

메뉴 정하기도 귀찮고, 따뜻한 숏사이즈 오늘의 커피는 많이 비싸지도 않은데다가 텀블러 할인까지 받을 수 있으니 부담없이 주문하게 된다. 살기 위해, 프리퀀시 적립을 위해 카페인을 몸에 넣을 뿐 맛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았다. 

5월 24일 아이스드커피 한 잔 더, 금요일이라 오케이 (10)

금요일이라 내친김에 오후에 시원하게 한 잔 더 마셨다. 유튜브도 찍을 겸 늦은 시간까지 정신 바짝 차리고 싶었다. 

5월 25일 리저브 아이스 아메리카노 톨 (11)

쇼핑몰에 잠시 마실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리저브에 주문을 넣으려고 보니 리저브 원두가 거의 매진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리저브로 마셔 본 적은 없어서 일단 주문해 보았는데, 확실히 일반 아아보다는 아로마가 풍요롭고 좋았다. 역시 돈을 더 써야 즐거움이 배가 되나보다. 

5월 26일 공방 앞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톨 (12)

오랜만에 비가 왔고, 비를 뚫고 공방에 다녀 오면서 따뜻한 디카페인을 한 잔 주문했다. 일요일 늦은 시간이면 카페인을 무턱대고 들이부을 수는 없는 일이라 디카페인으로 마셨다. 우산과 텀블러를 양 손에 쥐고 있다가 텀블러를 내동댕이치는 바람에 소중한 텀블러가 찌그러졌다. 이 날을 계기로 텀블러에 대한 애정이 식기 시작했다. 
2024.01.15 - [SHOWPPING] - 스뎅 스멜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스뎅 텀블러, 펠로우 텀블러

 

스뎅 스멜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스뎅 텀블러, 펠로우 텀블러

보온 보냉 기능이 강력하지만 한참 커피를 마시다 보면 은은하고 시큼한 쇳덩이 스뎅 냄새가 커피 향기와 섞여서 은근히 기분이 좋지 않아질 때가 있었다. 플라스틱 텀블러의 상처난 표면 깊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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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플랫화이트 숏 (13)

월요일이니까 진한 플랫화이트로 시작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큰 타격감은 없었다. 숏사이즈였는데도 커피보다 우유 맛이 조금 더 강한 느낌이었다. 플랫화이트는 이제 다른 브랜드에서 마시기로 한다. 

5월 28일 커피 더블샷 (14)

실로 오랜만에 달콤 쌉싸름한 커피 더블샷을 주문했는데, 심지어 커피 더블샷도 뭔가 맹맹했다. 날이 더워서일까? 매장에서 사무실까지 그렇게 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커피 더블샷의 상태가 원래 레시피에다가 물을 더 넣은 느낌이었다. 커피를 너무 마셔서 미뢰세포에 오류가 생긴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되는 날이었다. 

5월 29일 블론드 아이스 아메리카노 (15)

블론드 메뉴를 정말 처음 주문해 보았는데, 그나마 신선한 충격이었다. 진작 블론드로 마실 걸 그랬다 싶게 괜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궁금하다. 기본 아메리카노는 원래 맛이 없었나, 맛이 없어진건가, 미뢰 세포 오류인가?

5월 30일 콜드브루 톨 (16)

첫 날 마셨던 화끈하게 달지도 짜지도 않았던 씨솔트 크림 콜드브루에 실망해서 메뉴판에서 쳐다 보지도 않았었는데 뭐 그냥 시원한 메뉴가 필요해서 주문해 보았다. 콜드브루 특유의 아로마가 있지만 뭐 콕 짚어 훌륭하네 마네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뭐 역시 이 날도 살기 위해 마셨던 걸로.

5월 31일 대망의 마지막 프리퀀시, 블론드 아이스 아메리카노 (17)

전 전 날, 처음 마셔 보고 좋아서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주문했는데 전 전 날 만큼의 감동은 또 없었다. 그냥 마지막이라 좋았다. 이제 해방이다. 

냉큼 e-쿠폰을 발행하고, 신나게 증정품을 예약했다. 비교적 가까운 매장에서 빠른 시점에 받을 수 있었고 우산을 받은 바로 그 날 저녁 집에 가는 길에 비가 와서 받자마자 개시했다. 

원래 잘 쓰고 있던 오래된 장우산을 도대체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안그래도 장마철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장우산인데다가 가볍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장우산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접는 우산도 탐이 나고 파우치도 탐이 난다. 가벼운 무게에 초점을 두고 만든 제품이라 그런지 일단 우산 천이 매우 하늘거려서 얼마 못가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펼 때 자동으로 펴지지 않아서 매우 당황했었다. 자동 우산으로 옵션을 변경하는 순간 아메리카노 톨사이즈보다 무게가 무거워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자동이 아니라 실망이었다. 

아무리 다른 MD들이 탐이 나도 또 한 번 열 일곱 잔 연속으로 같은 브랜드 커피 마시기에 도전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우산 필요하면 사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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