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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볼트 배터리 부자된 사연

d0u0p 2023. 12. 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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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숙원이었던 튜너 내장형 어쿠스틱 기타를 사서 아주 잠깐 기타를 퉁기다 한 쪽에 고여 모셔두기만 한 지 어언 2년이 지나 다시 기타를 잡았더니 튜너가 작동하지 않았다. 고여 모셔두시 시작할 무렵에도 이미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열의를 가지고 기타를 꺼내들었을 때 배터리를 갈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자각했다. 

배터리는 기타 몸통 아랫 쪽에 있는 약실 문을 살짝 열어서 쉽게 교환할 수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드라이버를 들고 튜너가 장착된 부분을 뜯어냈다가 화들짝 놀라서 다시 곱게 닫아 주고 그제서야 기타 몸통 아래를 살펴보고 알았다.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이다. 

약실에서 배터리를 꺼냈는데 처음 보았을리는 없지만 처음 보는 것 같은 9V 사각형 배터리가 나타났다. 이 9볼트 배터리는 도어락 배터리가 닳아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을 때 긴급 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 가까운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심지어 전에 그런 일이 있어서 배터리를 사서 썼던 적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는데 기타 몸통 안에서 이런 배터리를 꺼냈다는 사실이 어색해서였는지 배터리를 꺼낸 직후에는 대체 이런 배터리는 어디서 구해야 할 지 몰라서 일단 쿠팡을 뒤졌다. 

9볼트 건전지로 검색하니 다음 날 바로 받을 수 있는 번개표 배터리가 보였고 가격이 대략 8,000원이길래 규격이 달라서 비싼가 싶어 순식간에 주문을 마쳤다. 

문제는 다음 날 도착한 택배를 열어 보니 1개씩 포장된 건전지가 무려 10개나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주문 내역을 그제야 또 자세히 들여다 보니 1개입, 10개가 8,360원이었는데 1개입과 8,360원에만 집중했나 보다. 분명히 읽고 있으면서도 이게 무슨 소리냐며 8,360원이니까 거부감 없이 그냥 주문했던 것이다. 어쩐지 배터리 한 개가 8,360원이면 비싸다는 느낌이긴 한데 듀라셀은 또 두 개에 만 원 언저리인 걸 보면 한 개에 5,000원도 가능한 가격이니 8,360원도 조금 비싼 가격이 아니겠나 싶기도 하고 번개표는 왜 또 이렇게 싼지도 모르겠고 뭐 그렇다.

결국 우리 집에는 기타에 배터리를 새로 하나 넣고 아직 포장을 개봉하지 않은 9볼트 번개표 배터리가 9개 남아있다. 앞으로 적어도 18년 간은 기타 튜너 배터리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아주 그냥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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