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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웠던 공예용 커팅 머신, 크리컷조이

d0u0p 2023. 9. 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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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집이 좁으니 마음대로 디자인을 뽑아 자동으로 잘라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종류의 모델 중에 제일 작고도 저렴한 크리컷 조이를 들이기로 했다. 전문 작업용 모델은 가죽도 자르고, 아크릴에 각인도 하고, 나무까지 자를 수 있고, 게다가 사이즈도 크게 크게 자를 수 있지만 그렇게 큰 기계를 따로 배치할 장소를 마련하기도 힘들었고 그런 전문적인 작업을 모두 할 수 있는 기계라 할지라도 주인이 그런 작업에 관심이 없고 작동시킬 마음이 없으면 기껏 비싼 기계 들여와서 머리에 이고 다니기만 할 것 같았으므로 가장 작고 간편하고 심플해 보이는 모델을 들여왔다. 

이걸 비즈니스로 가져갈지 말지 결정도 못했고, 비즈니스로 가져가도 너무 손 많이 가는 작업 탓에 일을 만들어서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프로세스가 머릿 속에 그려져서 그냥 어쩌다 한 번 씩 취미로만 다뤄 보기로 했으니 그냥 작은 것도 괜찮았다. 주변에 선물용으로 토퍼를 만들어 준다고 해도 너무 큰 사이즈는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가로 세로 너비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로라고 해야 하나 가로라고 해야 하나 한 쪽으로 길게 만들면 또 길게는 뽑을 수 있다고 하니 그 정도면 여러 모로 쓸모는 있을 것 같았다.

패키지는 버리지 않고 벨크로를 달아서 다른 도구 정리하는데 쓰기로 했다. 처음에 붙였을 때에는 그럭저럭 버티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위에 얹어 놓은 크리컷조이가 무거워서 벨크로를 부착했던 양면 테이프가 힘없이 나가 떨어지는 바람에 뚜껑이 계속 열렸다. 결국 드디어 그렇게 오매불망 살까 말까 했던 몬스터겔 양면테이프를 주문해서 처리했다. 다른 부재료도 함께 넣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 책상 위에 자리를 잡아 놓으니 기분이 좋았다. 작은 모델로 주문하기를 잘했다. 

패키지에는 고급 카드지와 퍼머넌트 바이닐이 한 장 씩 샘플로 들어 있었고, 커팅할 때 종이를 고정시키는 매트도 기본으로 하나는 포함되어 있었다. 8월 말까지 이벤트 기간이라며 추가로 기본 도구와 매트를 하나 더 받았다. 매트가 왜 필요한가 처음에는 알쏭달쏭했는데 기본적으로 기계에 맞는 규격의 지지대가 있어야 종이를 안정적으로 자를 수 있는 구조였고, 매트는 종이를 여러 번 붙였다 뗄 수 있게 접착면이 약간 끈끈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 끈끈함이 다 닳아 없어질 때 추가로 끈끈해지도록 표면 처리를 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었다. 임시 고정용 3M 스프레이를 써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필요한 때가 되면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기계를 켜고 컴퓨터를 켜고 파일을 준비하고 테스트를 하기까지 심란하기는 했다. 일단 과정을 잘 모르고 어떤 프로그램을 받아 쓰는지도 다시 다 확인해야 해서 만사가 귀찮은 여름에 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운을 내서 예전에 봐 두었던 엣시의 상품을 찾았는데,  스타워즈의 데스스타를 시트지로 오려서 액자를 만들 수 있는 파일 포맷을 묶어서 판매중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 무언가의 제2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는데, 어차피 이 파일을 다시 판매하 것이 아니라 시트지 한 번 오리는데 사용할 것이라면 그 또한 굳이 사서 써야 하겠냐는 마음이 들었고, 정면 이미지까지 나와 있는데 그냥 캡쳐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다시 한 번 누끼를 따내면 그만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정성까지 들여서 기계 테스트를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어도비에서 제공하는 캡쳐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어지간한 형태는 전부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수정 편집이 가능한 SVG포맷으로 변경해주니 이만큼 편한 세상이 또 없다.

그렇게 간단하게 사진 한 장 찍어 SVG파일을 하나 만들고 크리컷 전용 프로그램을 열어 파일을 업로드하고, 새 프로젝트에 파일을 얹기까지도 꽤 오래 걸렸다. 다음 단계로의 이행 버튼이 여타의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고, 원문 번역 수준의 안내문들은 꽤 한참 들여다 보아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궁금했던 점이 가장 작은 사이즈의 크리컷 조이로 자를 수 있는 종이의 두께가 얼마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프로젝트를 생성하고 자르고 싶은 파일을 올려 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그 때 다양한 종이를 선택하는 창이 나타난다. 그 창에서 다시 상세 내용을 살펴 보면 어느 두께까지 자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집에 있는 슈링클스 페이퍼를 또 자를 수 있나 궁금해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슈링클스 페이퍼의 중량은 의미 없을 것 같아서 적당히 가장 두꺼운 종이를 선택해서 넣으니 크리컷이 같은 윤곽을 세 번 돌며 열심히 자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잘려진 것 같아서 실망했었는데 꺼내보니 손으로 살살 뜯어내면 깔끔하게 윤곽선이 나오는 수준으로는 잘라졌다.

이렇게 해서 또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니 또 재미가 있었다. 펜으로 외곽선을 그려주고, 잘라내고, 칠은 손을오 해서 오븐에 구워내면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변신하니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 무궁무진할 것 같다.

처음 잘라 본 시트지는 형태도 복잡한 데스 스타라 시트지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걷어내는 것도 일이었다. 추가 구성품으로 받은 도구를 꺼내 사용해 보았으나 미끄러지기만 하고 잘 뜯어지지 않아서 결국 문구 서랍을 뒤져 더 뾰족한 송곳이 붙어 있는 공예용 칼을 꺼내 썼다. 원래의 구성품보다 훨씬 수월해서 좋았다. 

그렇게 뜯어낸 시트지를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게 부착하고 싶은 위치에 붙이려면 트랜스퍼 테이프가 또 필요했는데, 구성품에는 없어서 눈 딱 감고 그냥 붙여 버리기로 했다. 아직은 시트지를 사서 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테스트용으로 잘라낸 시트지 하나 붙여 보자고 비싼 트랜스퍼 테이프를 또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일부는 우굴쭈굴하게 붙어버렸지만 뭐 어디 출품할 작품도 아니고 괜찮다. 사실 딱히 붙일데도 없어서 상당히 고민스러웠다. 그냥 흰 캐비넷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붙여 보았다.

그리고는 하나씩 하나씩 집에 있는 사진을 장식해 보기로 했다. 여행용 토퍼를 제작해서 판매도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여행지에서 사진 찍으면서 굳이 토퍼를 꺼내들고 요란스럽게 사진 찍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글을 보고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더랬다. 일단은 우리집에 있는 너덜너덜한 사진들을 정리하고 옛날 사진들 옆에 장소와 날짜를 기억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 붙여 보기로 했다.

내년에는 고등학생이 될 큰 조카의 백일 기념 사진도 꾸며 주고 모자의 만리장성 여행 기념 사진도 꾸며 보았다. 그러자니 다양한 종이가 필요했는데, 진짜 오랜 옛날 디자인투어로 일본을 다녀오면서 샘플로 받았던 페이퍼북이 아직 서랍 속에 남아 있었고, 딱히 따로 쓸 일이 없어서 버릴까 말까를 반복했던 그 종이를 이제야 꺼내 제 용도를 다 할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딱히 특별한 색상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동안 종이 찾아 나설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또 액자를 꾸며주고 나서는 쇼츠에 사용할 소품 문자를 만들고 있다. 작아서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 다시 만들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차츰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핀터레스트에서 많이 보이는 페이퍼플라워들도 하나씩 만들어 보고 싶은데 9월인데도 여전히 더워서 기력이 없다. 가만히만 있으면 참을만 한데 책상에 앉아 꼼지락거릴라치면 더워 힘들다. 더위 진짜 언제 끝날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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