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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월의 제주 세 번 째 날, 붐비는 오설록 티뮤지엄, 붐비는 깡촌흑돼지

d0u0p 2019. 12. 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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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이 언제부터 이렇게 인기있는 곳이었나? 왜 우리만 몰랐을까?

2019/11/21 - [TOURING/FRIENDLY] - 2019, 10월의 제주 세 번 째 날, 제주 맥주 공장 견학

 

2019, 10월의 제주 세 번 째 날, 제주 맥주 공장 견학

2019/11/18 - [TOURING/FRIENDLY] - 2019, 10월의 제주 첫 째 날, 동문 시장, 미로공원, 명진전복 2019, 10월의 제주 첫 째 날, 동문 시장, 미로공원, 명진전복 이제 기운차게 뛸 기력은 없어서 뛰어 다니지는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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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공장에서 오설록까지 멀지 않은 길이어서 적당히 여유를 두고 출발을 했는데 일단은 내비게이션이 자꾸 엉뚱한 길을 안내해줘서 오설록 앞 로터리에 도착했을 때 쯤에는 약간 멘붕 상태가 되었다. 오설록 건너 편 길로 접어 들어가는 상황이고, 바로 앞에서 유턴하면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는데 내비게이션은 한참을 더 가서 돌아 오라고 한다. 다른 차들도 유턴을 하고 있고 길도 분명히 유턴이 가능한 도로여서 일단 그 자리에서 차를 돌리고 있는데 더 멘붕이었던 것은 오후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주차장이 만차였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적당한 만차가 아니었는지 주차 관리하시는 분들이 여러 분 보였고, 경광봉을 열심히 흔드시며 자꾸 다른 쪽으로 길 안내를 하셨다.  

1. 붐비는 오설록, 붐비는 주차장, 여유로운 티뮤지엄 티클래스 

로터리가 그나마 넓고 시야가 트여 있어서 안내하시는 쪽을 보니 임시 야외 주차장 내지는 대형 버스 주차장 같은 광활한 곳이 보여서 신속하게 주차를 했다. 주차를 하고 내리자 마자 티뮤지엄에서 어디 계시냐며 연락이 왔다. 이렇게 주차가 힘들고 멀리 주차해서 티뮤지엄까지 한참 걸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 내려서 걷기 시작한 시간이 클래스 시작 5분 전 쯤이었다. 오설록에서 티뮤지엄은 또 어느 건물인지 열심히 찾아서 급하게 들어가면서 보니 주변에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고요하고 온화한 분위기의 티 뮤지엄에 들어서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되는 티 클래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절대로 온전히 조용하게 차를 즐길 수 없는 시장 바닥같은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시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사실 카페테리아도 조용하겠지 생각했었는데 티뮤지엄 가는 길에 들러 지나간 카페테리아는 정말 난장판이었다.   

간단한 안내지의 그림과 똑같은 구성으로 그릇이 준비되어 있었고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 놓고 차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달라고 하셔서 온전히 차만 마셨더니 지금은 차를 마시며 들었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입구에서 받은 웰컴티는 아침을 상징하는 차였고, 해가 둥실 떠 오른 낮을 상징하는 차를 각자 직접 정성껏 우려 친구와 함께 마셔 보는 시간이 되었다. 차를 마시면서 찻잎을 살펴 보기도 하고 함께 나오는 티푸드에 대한 설명도 들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전혀 모르겠다. 찻잎을 살펴 보는 일을 두 글자로 콕 집어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단어가 무엇이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상 차려서 정성껏 내려 마신 차는 반발효차 중 하나인 화산암차였던 것 같고, 티푸드와 함께 마실 홍차는 우려진 상태의 차를 티팟에 담아내 주셨다. 

홍차 마시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둘러보시라 하여 한 켠에 곱게 놓여진 우롱차 다구들도 구경하고, 추사 김정희의 벼루를 모티브 삼아 만들었다는 테이블이며 티푸드 사진도 열심히 찍어 보았다. 그리고 문제의 저 티 팟 덕분에 제주에서 다녀 오자 마자 포트넘메이슨의 티팟을 구매하게 되었다. 

2019/11/01 - [SHOWPPING] - 갑자기 고상하게 차 마시고 싶어서 구매한 포트넘앤메이슨 티팟

 

갑자기 고상하게 차 마시고 싶어서 구매한 포트넘앤메이슨 티팟

아직 포스팅하지 않아지만, 제주 오설록에서 티 클래스를 마치고 차를 좀 사고 싶어서 잠깐 매장에 들렀는데, 판매하고 있는 차의 종류가 대체로 그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했던 피라미드 백에 포장된 선물용 차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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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드는데에는 티웨어도 한 몫 단단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티팟에 어울리는 작은 찻잔 세트도 얼른 마련하고 싶다. 그러고보니 우롱차 다구를 얹은 쟁반 마음에 든다. 찾아봐야지. 

차를 마시고 나면 기념품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것을 주시며 밖으로 나서게 되는데 지하에 있는 후발효차를 한 번 더 보여주시는 걸 모르고 다 끝난 줄 알았다. 티클래스에서 제일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그 기념품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텀블러라 하기에는 그냥 생짜 플라스틱 일회용 텀블러처럼 생겨서 뜨거운 차를 마시면 안될 것 같았다. 그냥 연필꽂이같은 기능으로 쓰라는 것일까? 티클래스에서 그렇게 좋은 그릇들과 함께 차를 마셨는데 현실에 돌아가면 이 플라스틱 컵에 차를 마셔야 한다는 것일까? 텀블러는 누가 쓰던지 말던지 일단 집 구석 어딘가에 쳐박아 두었다. 결과적으로는 쓰레기를 기념품으로 받아온 것일 수도 있다. 텀블러만 받았던 것은 아니고 시음해볼 수 있도록 몇 가지 종류의 티백을 받았다. 그 중 몇가지는 마음에 들어서 서울에서 주문해서 잘 마시고 있다. 

시장바닥 같은 카페테리아 옆에서 차를 판매하고 있어서 잠깐 들렀는데 정말 너무 정신이 없어서 뭘 고를 수도 없었다. 그리고 꼭 제주에서 사야하는 것은 아닌지라 일단 빠져 나왔다. 나오면서 한 편에 있던 각국의 찻잔을 잠시 볼 수 있었는데, 급하게 지나쳐 오면서 설명문도 다 읽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찍고 나와 여기에 다시 옮긴다. 

독일, 미국의 잔

독일에서는 요한 뵈트거에 의해 중국식 자기 제작 비법이 밝혀지면서 드레스덴과 마이센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찻잔들이 제작되었다. 특히 중국의 청화백자를 모방한 쯔비벨무스터는 마이센의 대표 양식이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의 도자 회사들은 1876년 필라델피아 센테니얼 박람회를 계기로 다양한 자기를 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념일을 상징하는 그림을 넣은 찻잔들이 제작되었다.


유럽의 잔 

영국의 토마스 프라이는 동물의 뼈를 원룔 중국 자기를 모방한 본차이나라는 새로운 자기를 탄생시켰다. 이후 본차이나를 활용한 웨지우드와 로얄덜튼은 영국을 대표하는 도자 회사가 되었다. 마욜리카 도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는 리차드 지노리에 의해 본차이나 찻잔이 제작되기 시작하였으며, 그의 이름을 딴 제품들이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다. 체코를 대표하는 찻잔으로는 망치 모양 로고를 지닌 피르켄하머 자기가 있다.

세브르 찻잔은 독일의 자기 제작 기술에 영향을 받아 초기에는 마이센 양식과 유사성을 보였으나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독자적 방식으로 각종 다구를 만들어내면서 프랑스의 대표 자기가 되었다. 로모노소프 도자는 러시아 황실에 소속된 도자 제작소에 만들어진 찻잔 중 하나이며, 황실 제작소는 현재 러시아 왕립 자기 제작소로 불리며 다양한 찻잔들을 제작하고 있다. 로얄 코펜하겐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도자 회사이며 왕실 전용 자기를 주로 생산하였다.

이제 보니 이 코너는 뭔가, 성의가 없거나 급조한 상태인 느낌이 든다. 찻잔의 모양을 잘 살펴 볼려면 적어도 찻잔이 눈 높이에 있어야 살펴보기 좋을 것 같은데, 허리를 낮춰 찍는다고 찍었는데도 사진이 이렇게 다 부감이 되어 버렸다. 그냥 찻잔을 테이블에 많이 깔아 놓았을 뿐이다. 이왕 깔아 놓고 보여 주실 것이면 조금만 더 성의를 보여 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직전에 티클래스를 마치고 나와서 주차장으로 돌아가다 보니 낯 선 꽃들이 보였다. 이니스프리 뒷 편 화장실 가는 길에서도 앵두꽃 구경하느라 한참 즐거웠었는데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꽃들도 반갑고 즐거웠다.

그리고 그 광활했던 주차장으로 다시 가 보니 주차장 너머 억새밭이 저녁 햇살에 반짝이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차에 올라타기 전에 실컷 억새 구경에 셀피 찍느라 또 한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날이 궂으면 중산간 도로를 달리는 일이 매우 힘든 일이라 왠만하면 가로지르지 않고 돌아돌아 가볼까 했으나 해가 아직 떠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 습하지 않은 날씨라 안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내비게이션이 가르키는 중간 산길을 택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해를 볼 수 있는 높은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렇게 좋은 중턱길을 안개구름 때문에 무서워 했었는데 이제라도 신나게 달려볼 수 있어 좋았다. 높은 산길은 정체없이 나름 빨리 달릴 수 있었는데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막히기 시작한 무렵부터 숙소에 도착하기까지는 길고 긴 지루함과의 싸움이 있었다. 적당히 막히는 길을 안전하게 달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깡촌흑돼지집으로 갔다. 

2.  피크타임이 딱 지나서 여유로웠던 깡촌 흑돼지

길이 막혔던 것이 다행이었는지 아주 바쁜 시간을 피해서 흑돼지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거의 마지막 손님인 분위기였는데, 바쁜 한 숨 돌리신 주인장이 여유를 찾아 너무 기쁘셨는지 원래 너스레가 좋으신 분이신지 고기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찬 너스레를 한바탕 보여주셔서 즐거웠다.  

근고기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는데, 사실 둘이 찾아 갔으면 굉장히 서운할 뻔 했다. 일단 흑돼지 근고기를 주문하면 오겹과 목살 그리고 깡촌 흑돼지만의 치트키인 어느 부위였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비계임에도 불구하고 고소하고 맛있는 비계 맛에 눈을 뜨게 해주었던 부위가 함께 근에 맞춰 나온다. 

사진에서 윗부분에 잘게 잘려진 부분이 비계 부분인데 묵은지와 특제장에 함께 먹으면 정말 꿀맛이었다. 목살 역시 이렇게 부드러운 목살은 처음 드셔보실 것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셨는데, 가장 비슷한 맛을 찾아 보자면 서현동에 있는 실비집 목살 정도랄까? 실비집에서도 목살이 이럴 일인가 싶게 부드럽고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동안 제주에서의 안좋았던 흑돼지고기의 기억을 말끔히 사라지게 해 주는 맛이었다. 

특히, 고기를 구울  때 굳이 왜 고추를 굽나 궁금했었는데 그 구워진 고추를 잘게 잘라 쌈장에 넣어 섞어 먹는데 정말 맛있다. 새로운 맛이었는데 계속 먹고 싶은 맛이었다. 옆 테이블에 올려진 보글보글 찌개에 사로잡혀 김치찌개도 추가 주문했는제 정말 너어어어어어어무 맛이 있었다. 진짜 즐거운 맛이었다. 다시 돼지고기를 찾아 함덕에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제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하는 순간이었는데 맛있는 고기로 잘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장 바쁜 일정이 무사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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