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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월의 제주 세 번 째 날, 제주 맥주 공장 견학

d0u0p 2019. 11. 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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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 [TOURING/FRIENDLY] - 2019, 10월의 제주 첫 째 날, 동문 시장, 미로공원, 명진전복

 

2019, 10월의 제주 첫 째 날, 동문 시장, 미로공원, 명진전복

이제 기운차게 뛸 기력은 없어서 뛰어 다니지는 못하는 컨디션이지만, 걸어 다녀도 더 이상 허덕이지 않아도 되는 선선한 계절이 돌아오고 심지어 글을 저장해 둔 사이에 계절은 겨울로 달려가고 있다. 살랑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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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 [TOURING/FRIENDLY] - 2019, 10월의 제주 두 번 째 날, 로컬크랩, 사려니 숲, 곰막

 

2019, 10월의 제주 두 번 째 날, 로컬크랩, 사려니 숲, 곰막

2019/11/17 - [TOURING/FRIENDLY] - 2019, 10월의 제주 첫 날 불러오는 중입니다... 전 날 사온 오드랑베이커리의 부드러운 식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뒹굴다가 천천히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로 한 날이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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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다. 길다. 빡세다.

세 번 째 날은 드디어 정해진 시간에 예약된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이동 시간도 꽤 걸리는 빡빡한 날이었다.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확정하고 출발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녁 일정은 자연스럽게 전 날 찜해 두었던 깡촌 흑돼지에 가기로 하고 아침과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함덕에 들어가는 길에 순옥이네 명가가 있다는 것을 보았으니, 적당히 아침 먹기에는 늦고 점심 먹기에는 이른 시간에 들러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점심과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정하려고 할 때 그 때 그 때 위치한 자리에서 가까운 맛있는 식당이 있어도 쉬는 날인지, 영업 시간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그래서 식당을 미리 정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다. 전 날의 로컬 크랩은 김녕으로 갈까, 성산으로 갈까도 여러 번 확인해야 했는데 심지어 김녕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 식당은 저녁 다섯 시 전에 문을 닫았다. 맛집 중에는 점심에만 장사하시는 식당과 재료가 소진되면 그 날 마감하시는 식당들이 많아서 여정과 위치만 확인하고 식당을 냉큼 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번 제주에서 맛 본 딱새우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딱새우를 일정에 꼭 넣고 싶었는데 함덕에는 그나마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새우 조나단이 있었지만, 저녁까지 먹고 나면 배부르고 등따셔서 새우를 먹으러 밖에 다시 나갈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딱새우는 동문시장에서 먹었던 얄딱구리한 상태의 딱새우 꼬치가 전부였다. 

함덕의 순옥이네 명가는 오전 일찍부터 문을 열었다.

오란다를 담아가겠다며 스타벅스 제주 한정 에코백도 사고, 먼 길 가야 하니 미리 커피까지 사 들고 순옥이네 명가에 들러서 오분작 뚝배기와 물회를 주문했다. 

오분작 뚝배기는 오분작이 우너래 작지도 하지만 뭔가 덜 실하고 껍질 붙은 해물이 많아서 크게 감흥은 없었지만 아침에 뜨끈하게 먹기에는 좋았다. 날씨가 흐려서 찬 물회가 오히려 괜찮을까 싶었는데 지금 보니 반짝거리는 전복 물회 안먹었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겨울로 접어 들어 더 이상 찬음식은 그리워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적당히 따뜻한 날 시원한 물회 한 사발, 회 국수 한 사발, 성게 모밀 한 사발씩 하면 좋겠다. 공항 근처의 순옥이네 명가는 낡았지만 오래된 동네 맛집인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새로 들어선 함덕의 순옥이네는 더 이상 순옥이네가 아닌 것 같이 멀끔하고 번듯한 식당이라 그 또한 생경한 느낌이었다. 너무 새 것같은 반질반질함 때문에 음식도 다른 맛일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함덕 순옥이네 명가 옆에는 만춘 서점이 있다. 

순옥이네에는 주차 공간이 거의 없다. 차를 서 너 대 정도만 주차할 수 있어서 도착한 때에는 이미 만차인 상태였는데 그나마 번화한 길이 아니고 주변에 작은 골목길들이 보여서 잠깐 골목에 주차를 하기로 했다. 골목이라고 했지만 주차를 해도 남은 길로 다른 차들이 왕복할 수 있을만한 공간은 있었다. 한가한 곳이라 일단 실례를 하기로 하고 나오는데 건너편에 하얀 건물이 보였고 들여다 보니 서점이었다.  

이미 유명한 독립 서점일 수도 있는데 전혀 아무런 정보 없이 물회 먹으러 갔다가 잘 얻어 걸렸달까, 밥 먹고 나오는 길에 잠깐 들러 보았다. 들어가기 전 마왕의 추모비가 반가웠다. 나도 그립습니다. 그의 젊은 시절 음악들과 도전 정신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음악들을 아직도 사랑한다. 비록 CD는 집구석 어딘가에서 굴러 다니고 있을지라도 때가 되면 챙겨 듣고 있다. 

서점 안에는 책 외에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책과 관련된 문구, 음반들이 있었다. 작은 규모라서 오래 머무르기엔 버거웠지만 밥 먹고 잠깐 지나가며 보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헤밍웨이와 안톤체홉 등의 초상이 그려진 엽서와 연필과 책갈피가 결합된 제품을 기념으로 챙겨들고 나왔다. 

이제 한참 달려야 하는데, 제주 맥주 공장까지는 거리가 한참이니까 애월에 잠시 들르기로 하고 친구 추천 찬스를 사용했다. 

친구가 추천한 애월 핫플레이스 선셋클리프에는 주차장이 없었다. 

무턱대고 알려주는 대로 선셋 클리프 앞까지 차를 몰아 갔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심지어 차를 돌리기 곤란한 좁고 막다른 길이어서 겨우 차를 돌리는 사이에 친구가 들어 가서 물어 보니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하고 공용 주차장에 차를 놓고 다시 걸어 오는데 얼마나 걸릴지, 공용 주차장 주차는 얼마나 수월할지 가늠이 안되서 혼란스러웠는데, 선센 클리프에 들어가기 직전 새로 생긴 투섬플레이스에 버젓한 주차장이 있는 걸 보았더랬다. 여유가 충분하면 공영 주차장에 가면 되지만 예약한 시간에 맞게 다시 가려면 그렇게 넉넉한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서 아쉬운 대로 투섬플레이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대형 브랜드 카페 정도나 되어야 자동 출입이 가능한 주차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인가보다. 자리는 꽤 여유가 있었고 따뜻한 햇살 받으며 특별히 제주 전용 메뉴인 한라봉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해서 잠깐 바다를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산책하기에도 좋은 날씨였지만 시간이 정말 애매하게 모자라서 5분만에 돌아나와야했다. 

산책로를 내려가며 잠깐 올려다 본 선셋 클리프는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아주 잠깐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크로아티아 어디 쯤에서의 장면과 비슷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다시 찾아가볼 곳으로 찜해둔다.

부랴부랴, 시간 맞춰

그 날의 제 1 목적지인 제주 맥주 공장으로 달렸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규모의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무언가 열심히 만들어 내고 있고, 바깥 세상을 위해 그 의지를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그 열의가 느껴지는 곳이라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었다. 

투어가 시작되기 전 라운지에서 기념품 구경도 하고 맥주도 마실 수 있다. 투어 시간에 거의 딱 맞춰 도착한 우리는 잠깐 구경하고 바로 견학모드에 돌입했다. 알콜 우등생 친구가 있는 덕분에 제일 난이도 높다는 첫 문제를 순발력있게 냉큼 맞춰 버려서 다른 모든 분들을 놀라게 해 드리고 맥주 시음 쿠폰을 넉넉히 받았다. 

견학 시작되었을 때 보이는 설명문만 잘 읽어 두어도 맞힐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은 지금 사진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막상 퀴즈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알콜 우등생의 답을 그대로 재빠르게 전달하여 쿠폰을 받았다.  

견학 내내 열공 모드로 필기를 엄청 많이 했다. 블로그에서 다 풀면 아무도 견학을 가지 않으실테지 적당히 가려 쓰고 싶은데 어디부터 어디까지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꽤 흘러 기억도 많이 사라지기도 했다.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맑은 날 제주 앞 바다의 색과 감귤 색을 모티브로 로고가 만들어졌다는 것과 상징적인 의미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었고, 에일과 라거의 특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었다. 

열심히 받아 적은 보람을 바로 다음 날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에서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하필 다음 날 바로 뉴욕 편을 방영중이었는데 상면 발효와 하면 발효 즉 에일과 라거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있었다. 견학 때 들은 설명으로는 사실 냉장고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맥주는 대부분 상면발효인 에일이었다고 한다. 냉장 보관이 가능해지고 나서부터 낮은 온도에서 만들 수 있는 라거 맥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청량감도 있고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아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 계속 설명을 듣던 중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홉을 섞어 다양한 향을 만들 수 있는데 만드는 과정 중 좋지 않은 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 중 느끼한 버터향인 디아세틸과 식초 향인 아세트알데하이드, 통조림 옥수수 향이 나는 디메틸설파이드가 들어있는 맥주는 먹지 않는 것이 좋지 않다고 했다. 지금 보니 이런 원료를 사용하면 느끼한 버터향이나 식초향, 통조림 옥수수향이 난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 해당 원료들은 몸에 좋지 않으니 이런 향을 느끼면 피하라고 하신 말씀이셨던 것 같다. 받아 적느라 바쁘긴 했는데 맥을 잘 못 짚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좋지 않는 것이라고 했으니 세 가지는 기억해 둔다. 

한 가지 더 그 동안 궁금해 했던 질문, 북경에서도 보았던 IPA 맥주가 대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았다.

2018/04/23 - [TOURING/FRIENDLY] - 북경여행 : 따산즈 798 예술구, 북경 IPA 京A

 

북경여행 : 따산즈 798 예술구, 북경 IPA 京A

798은 북경의 외곽지역에 있는 공장 지대를 리모델링한 예술 공간이고 798은 단지 숫자를 나타낸다. 돌아다니다 보면 구역별로 숫자를 바꿔 표기해 두었다. 문래동 예술촌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훨씬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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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 보면 될 일이지만, 그나마도 잊고 있었던 것을 견학하면서 알게 되었다. IPA는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의 약자로 식민지 시대에 멀리 인도까지 맥주를 가져 가려니 맥주가 상해서 장기간 보관하면서 상하지 않도록 방부역할을 하도록 홉을 원래의 양보다 훨씬 많이 집어 넣어서 만든 맥주이며, 역시 에일이니까 상면 발효주이다. 홉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매우 쓰다고 한다. 커피에 비유하면 에스프레소 더블 샷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이에 비해 흑맥주는 맥아를 볶아서 어두운 색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많이 넣으면 역시 쓴 맛이 나서 볶은 맥아의 양을 조절해서 만든다고 한다. 

둘 다 내 타입은 아니다. 

제주 맥주 공장은 이름 그대로 제주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 제주만의 맥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며, 지역 맥주라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출시하고 나서 얼마 동안은 제주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전국에 유통되어 현재 새로 출시된 펠롱 에일도 겨울 쯤 되어야 서울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 맥주에서 만든 맥주 중에는 맨 처음 만들어진 제주 에일이 사실 제일 가볍게 마시기 좋아서 내 입에 딱 맞지만, 그보다 약간 알콜 도수가 높은 느낌이 나는 펠롱 에일은 아직 서울에 없다고 하니 일단 펠롱 에일을 사 들고 왔다.

알콜 우등생 덕분에 얻은 쿠폰으로 우리는 이제 앞으로 출시될지 안될지 몰라서 지금 마시지 않으면 영영 마실 수 없을 것이라는 맥주까지 포함해서 모두 네 종류의 맥주를 받아 마실 수 있었다. 다만 현실은 술 싫어 하는 친구가 하나, 술 맛은 궁금하지만 술은 잘 못하면서 운전해야 하는 나, 술은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알콜 우등생이지만 불운하게도 알콜 금지령을 받아 술을 마시며 안되는 친구 하나, 이렇게 셋이 모여서 이 넉 잔의 술을 다 마실 수는 없었다.  

제주 에일 잔 위에는 특별히 만들었다는 감귤 가니쉬가 올려져 있었는데, 펠롱 에일 구매할 때 가니쉬와 유리 잔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단은 울면서 함께 구매했다. 사실 캔도 큰 사이즈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무거웠고, 게다가 유리 잔이라니 서울로 다시 가져 와야 하는 상황이니 너무 심란한 구성이었다. 가니쉬야 무게도 얼마 안되서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나중에 먹어 보니 사실 제주 그 어느 곳에서 판매 중인 감귤 초콜렛보다 훨씬 귤의 풍미를 잘 살리고, 화이트 초콜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훌륭한 품질의 감귤 제품이었다. 그저 그런 매대에서 파는 대충 말려서 귤 향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심지어 끕끕하기만 한 느낌의 감귤 초콜렛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몇 박스 더 살 걸 그랬다. 다음에는 견학은 빼고 느긋하게 앉아서 맥주 마시고 감귤 초콜렛 잔뜩 사서 짊어 지고 오고 싶다. 

깨질세라 애지중지 들고 온 맥주 잔은 동생에게 펠롱 에일과 함께 선물했다. 아직 남아 있는 펠롱 에일은 감귤 초콜렛은 없겠지만 크리스마스 쯤 몰래 마실 예정이다. 

캔 맥주는 수화물로 부칠 수 없다. 

맥주 캔과 유리 잔을 샀으니 돌아 오는 길이 힘들었다. 이리 저리 짐을 분배하느라 분주했고, 캔이 무거우니까 한꺼번에 몰아서 캐리어에 싸서 부치려고 했는데, 캔은 화물칸에 들어가면 기압이 낮아서 부풀어 오르고 상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차라리 기압 조절이 되는 기내에 들고 타는 편이 낫다고 해서 수화물로 보내는 것을 포기하고 무게 조정을 위해 짐을 다시 이리 저리 조정하느라 바빴다. 

그렇지만, 북경에서 맥주를 들고 왔을 때에는 그냥 수화물로 부쳤던 것 같은데 모를 일이다. 맥주는 다 멀쩡하게 잘 가져왔다. 그냥 말이 안 통해서 알려 주지 않았던 것일까, 비행기 기종에 따라서 컨디션이 다른 것일까, 상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지 100퍼센트 터져 버리는 것은 아닌 것일까, 모르겠다. 위험하다고 하니 피했을 뿐이다. 미리 알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절대 음주는 아닐  정도로 혀 끝에 맥주를 맛만 보고, 기념품으로 맥주를 한가득 들고 나와 오설록 티뮤지엄으로 출발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라운지에서 더 노닥대고 싶었지만 근처에 있기는 했어도 다음 예약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 나가야 했다. 

티뮤지엄과 흑돼지 이야기는 또 한참 해야 하니까 세 번 째 날 이야기는 이쯤에서 일단락하고 다시 해야겠다. 세 번 째 날은 그만큼 빡센 날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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