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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월의 제주 두 번 째 날, 로컬크랩, 사려니 숲, 곰막

d0u0p 2019. 11. 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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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7 - [TOURING/FRIENDLY] - 2019, 10월의 제주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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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 사온 오드랑베이커리의 부드러운 식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뒹굴다가 천천히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로 한 날이었다. 그래도 커피는 빼 놓을 수 없으니 스타벅스에 잠시 들러 열심히 기념품을 구경했고, 바람부는 함덕해변에 잠시 앉아 우연히 제주에 내려와 있는 다른 친구를 만나는 친구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길을 나섰다. 

로컬크랩에서 점심을 먹고 사려니숲에 가는 것, 저녁은 고등어회 먹는 것 정도 외에는 정해진 일정이 없고 느긋하게 다니기로 내 마음대로 결정한 날이다. 

로컬 크랩은,

핫플레이스는 아니었는지 손님이 많지 않았고, 숙소인 함덕에서 가까운 김녕에도 로컬크랩이 있다고 가물에 콩 나듯 검색 결과가 나오는데 현재 지도를 찾아 보았을 때에는 횟집일 것 같은 상호명만 표기되어 있어서 아마도 그 사이 업종이 바뀌었으리라 짐작하고 성산에 있는 로컬 크랩을 찾아 갔다. 

칠리크랩이나 이렇게 판 깔아 주는 해산물 식당이 있는 관광 여행은 가 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고, 물론 해산물이 싸고 풍부한 나라에서 먹는 것보다는 비싸겠지만 적당히 특색있어서 좋았다. 스노우크랩이나 가재를 추가로 주문하면 더 풍성해지겠지만 기본 메뉴로도 충분히 배불리 먹었다. 남은 하나를 니가 먹어라 하고 싸울 정도로 배 부르게 잘 먹었다.  

비바람이 몰아친 뒤라 그랬는지 서핑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한 여름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북적댈 때 들르면 또 다른 흥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김녕에 있는 식당은 어떤 지리적 상황인지 잘 모르겠으나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바라볼 수 있는 바다 앞에 자리한 식당이라 식사를 하고 나와서 한동안 바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이폰 망원 렌즈가 망가졌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바보 상태인 렌즈를 들고 실컷 바닷 바람 맞고 있으니 해가 반짝 뜨기도 해서 상쾌하고 좋았다. 딱 등 따시고 배 부른 상태가 되어 좋았다. 

카메라 렌즈 또 갈아야 하니? 

 

 

로컬 크랩에서 사려니숲길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오전 내내 꾸물거리다가 반짝거리는 하늘 아래를 달리던 우리는 날씨만큼 반짝거릴 수 없었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바로 출발한 터라 카페인을 챙겨 먹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가는 길에 카페인을 충전할만한 곳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단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완만한 경사의 산 길로 접어 들어 길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심지어 길이 막히는 것 같기도 했고, 좁은 차로에 차들이 주차를 하고 있어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 들어가 보니 용눈이 오름 쯤 도착한 것이었다. 주차를 하고 내려서 오름을 올라가 볼 생각은 없었지만 그 많은 차들이 서 있는데에는 다 까닭이 있을 것 같으니 일단 차들을 따라 주차장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차를 꺾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오름의 억새는 정말 장관이었다. 넘실대는 억새에 잠시 넋을 빼았겼으나 높은 오름을 오를만한 충분한 체력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우리는 주차할 여유도 없는 비좁은 주차장을 바로 돌아나올 수 밖에 없었다. 부족한 카페인 대신 한라봉 쥬스와 산딸기 쥬스 정도를 서둘러 구매해 나오는 것이 전부였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었어야 했는데 아깝다. 

 

 

다시 차를 달리면서 카페인이 여전히 섭섭했는데, 사려니 숲으로 가는 방향 건너 편 길에 핑크뮬리 축제를 하고 있다고 내 건 현수막이 보였다. 가을 제주에서 볼 만한 풍경이 무엇이 있을까 미리 찾아 보았을 때, 핑크뮬리가 나오기는 했는데 대부분 카페에서 그들의 정원에 적당히 핑크뮬리를 심어 놓고 그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면 사진을 찍게 해준다는 치사한 내용들이 있었고, 유명하다는 핑크 뮬리 카페는 심지어 계획한 이동 경로와는 거리가 먼 곳에 있어서 핑크 뮬리를 보는 것은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항목이었는데 부득불 카페인을 충전해야 하니 적당한 곳에서 차를 잠시 세우고 다시 돌려 카페로 향했다. 

카페 글렌코의 커피는 저렴하지 않았다.

대신 맛은 있었다. 제주 산 길에서 이만큼 맛 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북적 북적 손님도 많았는데 친절도 잃지 않았고 밖에 나가면 바로 핑크 뮬리도 볼 수 있고, 제주 특유의 건초같은 풀로 만들어 놓은 강아지도 구경하 수 있고 다 좋닸다. 다만 핑크 뮬리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관리하시는 분들이 카페를 이용해 주셔야 한다며 반강요같은 관리를 하고 계셨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는데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 보셔야 할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무단으로 들어와 앉아 있는 것도 아닌데 덩달아 빈정 상하는 느낌이 고스란히 함께 느껴진다. 관리하시는 분도 피곤하게 서서 그러실 것이 아니라 뭔가 뾰족한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한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잠깐 반짝거리던 하늘이 글렌코에 도착했을 때부터는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핑크 뮬리고 뭐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 되었다. 원래 목적했던 바였던 카페인은 채웠으니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맛도 있었으니 충분했다. 바람 불어대는 핑크뮬리 밭보다 사실 화장실이 더 좋았다. 화장실 거울에 무언가 코팅이 되어 있는데 거울 너머로 사진을 찍으니 레트로 무드 가득한 이미지가 만들어져서 신기했다. 오가는 손님들 피해 열심히 사진을 찍다 나왔다. 

 

 

 

삼나무 숲 길 입구가 아닌 붉은 오름 쪽 사려니 숲의 입구는,  

지난 번에 갔던 삼나무 숲 길의 입구보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2018/06/05 - [TOURING/FRIENDLY] - 제주 2012 숨은 비경과 숲 #0303 사려니숲

 

제주 2012 숨은 비경과 숲 #0303 사려니숲

5월이니 숲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던 여행이고, 그 이후 5월에 가기는 힘들어서 다시 초록 숲을 보기 힘들었던 걸 보면 이 때 숲에 다녀 오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봄에는 숲이다. 사려니숲은 전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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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은 시간이라 그랬는지 차는 많았지만 금세 주차할 수 있었다. 2012년에 보았던 그 삼나무 숲 길은 확장 공사를 한다고 나무를 뽑아 버려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길이 되었을까 궁금하다. 북쪽 입구보다는 동쪽 입구가 점심 먹은 식당에서 접근하기 쉬워서 겸사 겸사 동쪽 입구를 택했던 것인데 남아 있는 다른 입구가 어떤지 보고 싶어졌다. 다시 갈 때에는 절물 휴양림과 함께 북쪽 입구를 확인해 봐야겠다. 

이제는 북쪽 입구도 번화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붉은 오름 근처의 동쪽 입구에서는 다양한 푸드트럭들이 있어서 내리자마자 소떡소떡 하나를 사서 나누어 먹었다. 바로 길 앞에서 팔던 음식이었으니 아무 생각없이 먹으면서 안내판을 보고 있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숲 안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주의를 주셨다. 당연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무래도 길 앞에서 음식들들을 팔고 계시니 주의하지 않으면 부지불식 간에 간식을 손에 쥔 채 숲 속을 걸어들어가는 일이 부지기수로 생길 것 같다. 아차싶은 마음으로 서둘러 먹어 치우고 들어갔다.  

빼곡한 나무 사이로 얼마 걸어가니 산수국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여름이었으면 화사하게 핀 산수국들을 만났겠지만 그건 정말 불가능한 일이니까 상상하지도 않겠다. 

2019/11/03 - [SHOOTING/FLOWER] - 2019 제주 사려니숲 산수국

 

2019 제주 사려니숲 산수국

색은 좋은데 핀이 이렇게나 어렵다. 버리고 버렸더니 겨우 몇 장 남았다. 그냥 펜탁스 들고 갈 걸 그랬다. 2019/07/11 - [SHOOTING/FLOWER] - 수국 2019 수국 2019 2019/01/01 - [SHOOTING/FLOWER] - 퐁퐁퐁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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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봐야 하나 나무를 봐야 하나, 그 무엇도 제대로 못보고 수국만 들여다 보고 나온 것 같다. 글렌코는 주변이 허허벌판이라 그랬는지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춥더니 숲은 전혀 춥지도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조용했다. 그래서 더 꽃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무렵까지만 적당히 돌아 보다 나왔다. 

 

 

숲에서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전 날 발견한 말삭말삭 감귤 젤리를 구매하기 위해 하나로 마트를 들러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숲 속 산길에서 해안도로 쪽으로 빠르게 내려와서 가는 길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 잠시 들렀는데 그 곳에서 목적한 감귤 젤리는 찾지 못했지만 운명같은 오란다를 만나게 되었다. 이제는 백화점 매대나 시장에서 오란다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씹기도 힘들 정도로 딴딴하고 밀가루 냄새만 폴폴나는 맛 없는 과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맛있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오란다만 한 봉다리씩 쥐고 나와서 곰막으로 향했다. 

가을, 고등어 철에는 고등어 회가 대표 메뉴인 곰막에 가야 한다.

곰막은 고소하게 살이 오른 신선한 고등어 회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그 옛날 고소하게 먹었던 황돔회가 그리워서 횟집 하나를 일정에 넣으려고 했었는데 마침 고등어가 제철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당연히 꼭 반드시 고등어를 먹어야 했다.

큰 길에서 동복 해녀 식당이 있는 해안 도로를 지나 곰막에 도착하니 얼추 저녁 시간에 맞아 떨어졌다. 곰막도 역시 바다를 바라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둘이 나란히 앉아 회 한 접시에 술 한 잔 하면, 대체 운전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두운 저녁 바다로 풍덩하기 십상인 곳이다.  

 

 

우리는 세 명이니까 고등어회와 함께 회국수와 따뜻한 성게 국수를 주문했는데, 그 어느 블로그에도 곰막의 국수 양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았다. 국수는 적어도 키 180cm 이상 되는 거구의 성인 남성이어야 혼자 다 먹을 수 있는 만큼이 1인분으로 나온다. 

따뜻한 성게 국수와 차가운 회국수 둘 중 그 어느 하나도 양보할 수 없어서 둘 다 주문했는데, 거구의 성인 남성이 아닌 우리는 국수 두 그릇과 회를 다 먹을 수 없었다. 그 때는 배가 부르니 아까운 마음 접어 두고 돌아 나왔는데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 그 때 남긴 고등어들이 다시 생각난다. 하, 다시 가야겠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하루 종일 다이나믹한 하늘을 보여주더니 해 지기 직전까지도 이런 선물이 있다니 고마웠다. 

숙소로 복귀하고 난 후 소화도 시킬겸, 친구의 불편도 해소할 겸, 말삭말삭 젤리도 구할 겸 숙소 주변을 돌면서 우여곡절 끝에 불편도 해소하고, 젤리도 구하고, 그 동네에서 제일 핫한 돼지 고기집도 찾아냈다.

제주에서 돼지고기 메뉴는 갈 때 마다 문을 닫았거나 맛이 없거나 실패를 거듭했던 터라 이번 여행에서는 기대하지도 않았었는데 손님이 많아 복잡하면서, 맛있어 보이는 식당을 찾았으니 다음 날 저녁에 가 보기로 하고 돌아왔다.

소란스러웠던 첫 날과는 달리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조용한 밤이라 편하게 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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