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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십년 지난 튀김 정식집 바삭

d0u0p 2018.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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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는데, 퇴근하면서 혹시나 하고 들여다 보니 아직 영업중이어서 너무 반가워서 기회가 되면 꼭 가보기로 찜해뒀다가 마침 팀장님과 둘만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게 되어 가보게 되었다. 10년 전 그 때는 젊었던 청년들이 메뉴 연구에 매진하며 부지런 떨어 맛 있는 튀김을 내 주던 식당이었는데, 이제 그 때 멋지게 수염을 기르고 맛 있는 튀김을 내 주던 그 청년은 온데 간데 없었다.

십 년 넘게 터 잡고 있는 다른 식당들은 대부분 아직도 손님이 많았는데 줄을 서야 할 수 있으니 미리 나갔던 터라 손님이 덜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앉았지만 맛을 보다 보니 왜 손님이 줄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마 수염 청년이 없어서일까?) 

점심과 저녁 메뉴 구성이 조금씩 다르고 가격이 다르다. 메뉴는 선택이 필요 없고 일인 만삼천원이고, 바 형태의 자리에 앉으면 차례로 올려 주시는대로 먹으면 된다. 가게 이름이 바삭인 것은 맨 윗 줄 오른쪽에 있는 볼 튀김이 시그니처 메뉴이고, 그 완자 안에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서 종류별로 별도로 포장도 가능했었는데 초심을 잃었고, 초점이 흐려진 메뉴 구성이 되었다. 튀김이 제일 맛있어야 하는데 감자와 완자, 새우 튀김 세 가지가 다인데 감자부터 실망스러웠는데 원래도 그런 감자를 내 주었던가 기억을 되살려 보면 여러 깻잎이나 다른 종류의 튀김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던 것 같고, 완자 형태의 튀김 역시 소스는 비슷한 요구르트 소스인 것은 맞는데, 고구마소를 감싸고 있는 튀김옷이 애매했다. 쫄깃함을 넘어서 끈적한 느낌이라 식감이 좋지 않았다. 또한 시판 냉동 감자를 다시 튀겨 내 주는 듯한 느낌의 성의 없는 메뉴를 원해서 찾아 갔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스와 곁들임이 과하게 달다. 세월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 입맛이 변했을까, 음식이 맛이 없어졌을까.

여의도 말고 홍대에도 같은 지점이 있었는데 그 쪽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그나마 새우튀김이 제일 먹을만 했고, 오뎅도 요즘 맛 있는 오뎅 많은데, 밀가루 냄새 풀풀 나는 오뎅이라 하나만 먹었다. 

마지막 메뉴는 변함 없는 맛이어서 놀라긴 했다. 올려 주시는 순간 아, 이게 복숭아향이 있었는데-라고 떠올리며 맛을 보니 같은 맛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손님들과 나누려고 잠깐 올려 둔 깻잎을 몽땅 맛있게 집어 먹어 버렸던 추억의 그집은 더 이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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