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WATER COLOR

누구나 쉽게 배우는 수채화 기법 빌리 샤월의 꽃 그리기라고?!

d0u0p 2018. 4. 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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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쉽지 않다. 그리고 물감 참 비싸고, 붓도 비싸다. 


몇 년 전부터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아름답고 화려한 수채화 꽃그림에 반해서 나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점가에 들러서 여러가지 그림 그리는 책들을 구경하는데, 1일 1그림이라는 수채화 책이 눈에 들어와서 사들고 왔다.

처음에는 1일 1그림에 있는 수국과 작약이 예뻐서 그려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샀다. 그리고 집에 장난 삼아 구매했던 사쿠라코이 고체물감이 있어서 써 보았는데, 책에 있는 작약의 색과 수국의 색이 내가 가진 물감에서 표현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1차 좌절하고 책을 고이 접고 색연필 보타니컬 아트에 잠시 빠졌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그 때 샀던 본격적인 보타니컬 아트용 책은 아니지만 적당히 색연필 아트북인 '그림그리기 좋은 날'이 나쁘지는 않고 연습하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계속 그려 볼 수록 부족함이 느껴진 부분이 초록 잎을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색에 표현된 색과 사용하라고 표기된 색연필의 색 사이 간극이 너무 컸고, 가지고 있는 어떤 색으로도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오지 않아서 약간 심드렁해 졌었다. 그래서 다시 사쿠라 코이를 꺼내 들었다.

수채화를 하자면 뭐부터 해야 하나 싶어서 검색을 해 보니, 자기가 가진 팔레트의 발색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 색의 농담을 조절하는 것부터 연습하는게 좋다고 하여 일단 연습을 해 보았다.

사쿠라코이로 발색해본 컬러 차트, 종이는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의 수채화 용지

그리고 나서 그려 보려고 저장해 두었던 그림을 꺼내 따라 그려 보았다.
처음에는 당연히 잘 안되서, 꽃 그림만 따로 연습해 보기도 하고 붓 연습도 할 겸 여러 가지를 그려 보았으나, 결정적으로 결과물을 보면 전반적인 색채가 칙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때는 이미 사쿠라 코이 안에 내장되어 있던 워터 브러시는 저 멀리 내동댕이 쳤다. 워터 브러시가 물 조절이 생각보다 까다로웠고, 브러쉬 털이 정말 ㅋ, 지금은 그냥 초등학생 조카 손에 마음껏 쥐어 주고 있다. 

내가 잘 못 했나 싶기도 한데, 꽃에 쓰인 색만 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발색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1일 1그림을 펴 보니, 일부 벚꽃이나 작약에 쓰인 핑크색이 사쿠라 코이 파레트에서는 비슷하게 발색할 수 없는 색임을 깨닫고 책에 표기된 물감을 샀다.

1일 1그림에서는 미젤로 미션과 신한, 쉬민케 등을 사용하고 있어서 미젤로 미션과 신한 컬러 몇 가지를 사서 발색해 보았다.

그리고 신나게 화사한 핑크색을 사용한 벚꽃을 튜토리얼대로 그려 보았지만, 실패했다. 이파리 표현하는 법을 모르겠고, 컬러는 비슷하긴 한데 성에 차지 않았다. 덧칠하다가 이파리 부분에서 망해 버렸고, 다시 그릴 때 쯤 벚꽃이 한창 피는 때라, 벚꽃의 모양을 제대로 살린 그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그리는 취미용 꽃 그림으로는 괜찮다. 
그러나, 교수님에게 과제 들고 갔다가 캥거루 발톱이 세 개냐 네 개냐,  손목이 이렇게 접히는 거 맞냐 같은 걸로 까이던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그 때 교수님께 왜 까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벚꽃은 일단 뒤로 하고, 새 그림을 그려 보았다. 

꽃다발 그림이었는데, 책에 있는 색감과 비슷하게 표현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 쉰 것은 아주 잠깐이고, 이파리 수정하다가 또 망했다. 옆에 계시던 엄마는 왜 망쳤냐 하시지만, 망쳤다. 

이제 이파리를 잘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또 서점에 갔다. 

1일 1그림의 저자가 새로 낸 책이 있었다. 초록 잎들만 모아 놓은 책이었고, 바탕 그림도 있고, 칠하기만 하면 되는 수준이었으나 결과물 그림들이 약간 애매했다. 전체 책 중 마음에 드는 그림이 몇 장 안되어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서 발견한 책이 같은 코너에 전시 되어 있던 빌리샤월의 꽃 그리기였다.  무엇보다 꽃의 묘사가 좋았고, 테크닉이 정리되어 있어서 도전하기 좋을 것 같았다.

벚꽃은 아니지만, 아마도 벚꽃을 표현한다면 이와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벚꽃은 또 가지에서 연두색 꽃대가 뻗어 나오고 그 끝에 꽃이 핀다.

문제는 책에서 추천하는 물감과 붓, 종이의 가격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수채화 하는 사람들의 기본서격이라고 하니, 재료와 도구도 전문가인 빌리샤월이 쓰는 것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고, 이미 다른 책을 사서 다른 물감으로 시도해 보고 결과물이 흡족하지 않았던 나는 다시 물감을 사고 있다. 

붓은 다행인지 작년에 워터브러쉬를 내동댕이 치기 위해 담비 붓을 사 두었었다. 차마 한 자루에 14만원씩 하는 윈저뉴튼 콜린스키는 살 수 없었고, 세 자루에 10만원 근처인 에스꼬다 콜린스키 정도는 괜찮겠다 싶어서 샀다.

도구와 재료를 설명하는 도입부에 좋은 발색과, 지속력이 좋은 질 좋은 물감과 좋은 붓, 좋은 종이 쓰기를 권하고 있는데 그 중 붓은 해결되었고, 종이는 일단 있는 것으로 더 써 보기로 하고, 물감은 애매했다. 

미젤로 미션도 나쁘지 않고 쓸 만 하다. 그냥 이 사람이 쓰는 윈저뉴튼은 무엇인지 궁금했고,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가격이 일단 예상을 뛰어 넘었었다. 그러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기본 원색 12~15가지를 가지고 있고, 혼색하여 쓰면 된다는 것이다.

1일 1그림같은 경우는 그 물감이 아니면 그 색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른 색을 중첩해서 표현하는 부분은 있는데, 물감의 혼합에 대한 부분은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양이 적고 색 수가 많은 세트로 사 두어서 잘 했다 싶었다.
빌리샤월의 책에서 일단 도전하고 싶은 꽃을 고르고, 그 꽃에 필요한 물감만 사기로 했다. 

그나마도 처음에는 색 전부를 사지 않았고, 다섯 개를 구매하고, 나머지는 미젤로에서 골라 사용했다. 

물감도 고체형을 살 지, 튜브형을 살 지 고민했었는데, 윈저뉴튼은 팔레트에 굳히면 생각보다 잘 녹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고체 작은 사이즈로 사 보았다.  미젤로 미션이나 신한이나 국산이고 옛날보다 (저는 진짜 조금 옛날 사람입니다.) 잘 나오고 많이 비싸지도 않아서 미젤로 미션 살 때 다른 고민은 없었는데, 윈저뉴튼은 하프 팬 하나에 만원 정도 하니까, 덮어 놓고 사서 취미 생활 하다가 거지 될 판이라 무서웠다.

빌리샤월의 꽃 그리기로 처음 도전한 수선화

첫 시도한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발색을 해보고 화 아닌 화가 난 이유는 발색과 발림성이 너무 좋아서, 그래서 결국 비싼 물감을 계속 사야 함을 깨달았고, 사쿠라 코이같은 물감을 덥썩 산 내가 바보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나도 그럴듯한 팔레트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 동안 위시리스트에 담아 두었던 황동 필통을 샀다.

오늘도 월급날이라 물감을 새로 사왔다.

자석으로 붙일 생각을 하고는 붙지도 않는 황동 필통을 산 바보같은 짓을 해서, 필통의 밑바닥에도 자석 스티커를 함께 붙여 쓰고 있다. 원래의 결심은 한 달에 물감 한 개만 사서 내년 쯤 팔레트를 완성하는 거였는데 쉽지 않다.
막상 물감 매대 앞에 가면 하나씩 자꾸 더 집어 들게 되고, 스트레스 빡빡한 날이면 화방에 드나 들어서 벌써 10개나 된다. 

물감을 지금 10만원어치를 쓰고, 붓을 10만원어치를 쓰고, 종이를 오늘 드디어 2만8천원 주고 스케치북을 새로 사왔는데,

수선화 그림의 상태는 저 사진의 상태 그대로이다.

물을 뜨고 팔레트를 펴고 하면 시작하는데 한참 걸리고, 정리하는데 한참 걸리고, 책상 치우는데 한참 걸리고, 수채화는 또, 마르기를 계속 기다려야 하니까 그리는데도 한참 걸리고, 여유가 철철 넘쳐야 가능한 일이라 은연중에 밀리고 있다. 일상이 빨리빨리인 사람에게 여유를 갖는 연습을 하기에는 좋은 취미인것 같다. 

그러니 이게 어떻게 누구나 쉽게 배우는 수채화인가,

책으로 기법에 대한 내용은 다섯 번 정도 읽었는데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고, 실제로 칠하면서 다시 보아도 물칠을 얼마나 하라는 것인지, 물감의 농도는 얼마나 내야 하는 것인지, 혼색할때 반반인지, 물감의 양은 어떻게 조절할지 궁금한 점이 계속 생기게 되었다. 

결국 동영상이 있나 책을 다시 뒤지니, 전문가답게 사이트를 운영하고 계신다.
http://www.billyshowell.co.uk

한정적이지만 기초 코스는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글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이 이해가 되었는데, 유료 코스는 뭐 정말 궁금하면 결제할 순 있지만 일단은 연습이 먼저일 것 같고 파레트도 꽤 구성되었으니 있는 색들로 가능한 그림들부터 연습하기로 한다.

담당 교수님이 대학 1학년 때 방학 숙제로 수채화를 내 주셨었는데, 사실 다니던 학원에 가서 실제로 한 장만 그리고, 원장 선생님이 챙겨주신 비슷한 화풍의 다른 학생 그림 석 장을 함께 가져가서 검사를 받았었다. 이제 와서 그 때 좀 배울 걸 생각한다 해도, 입시 수채화랑은 기법이 너무 다르다. 중첩과 붓자국이 턱턱 찍히는 수채화도 좋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수채화기법에 도전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좋다. 

+ 그리고, 오늘 물감 사는데 계산대에 계시는 분이 고체케이크가 뭐에 쓰는 거냐고 물으셔서,
화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모르시다니 놀라와서,
물감이라고 말씀드리니, 비싸다 하시길래 멋쩍게 웃으며 나왔다.
비싸니까 좀 깎아 주시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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