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ING/MASIL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라고 하기에는 원화가 부족했던 원화전

d0u0p 2024. 3. 25. 08:10
728x90
반응형

이제는 원화라고 해서 꼭 종이 위에 연필과 물감을 사용해서 그려야 한다는 법은 없는 그런 시대가 되었지만, 원화가 따로 있을 것 같고 심지어 원화의 사이즈도 훨씬 클 것만 같은 그림들이 많았는데 전시회장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 중에서 물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은 많지 않아서 그 점이 아쉬웠다. 

서울 시내에서 집과는 정 반대편에 있는 전시장까지 다녀오면 하루 만 보는 채울 수 있겠지 생각하고 운동삼아 다녀왔는데 그 날의 걸음수는 5천보가 채 넘지 않았더랬다. 

섹션이 다섯 가지는 더 넘었던 것 같기는 한데 다섯 섹션을 다 돌았는데도 5천보 미만이었다는 건 그만큼 공간이 협소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미로같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작품에 집중해서 걷다 보면 마지막 세션 쯤에서는 작품이 너무 많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언제나 늘 그렇듯이 어떤 전시를 구경하더라도 좁은 땅덩이에 살고 있음을 여실히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 바로 작품과 작품 사이 공간이 여유가 없다는 것이고, 때문에 그림 하나 하나에 집중하기에는 방해물이 많아서 혼란스러우며 답답할 따름이다. 관람을 위한 비용 지출이 있게 마련이니까 그림 하나라도 더 걸어 넣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 같은 값을 냈어도 그림 하나라도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 싶은 관람객들의 마음도 충분히 알겠으나 편한 자세로 그림을 감상할 여유가 없으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중간 중간 직접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삼삼오오 모여서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도 있었고, 마지막 구간에 마련된 동화책을 마음껏 즐기는 어린이들도 있었지만, 길고 좁은 복도에 마련된 독서 공간이 편해만 보이지는 않았다. 

실제 볼로냐에서 볼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벽을 바로 옆에 있는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사진에 있는 색종이 가득한 산만한 벽보다는 훨씬 멋있고 그럴듯했다. 실제 일러트레이터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이니 멋진 그림이 가득하고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아이디어 넘치는 생기발랄한 공간일 것이라는 상상을 머리 속에 가득 채우며 집으로 돌아왔다. 

실제 펜드로잉 원화를 처음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일상적인 아이템들을 소소하게 펜 드로잉해서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작업을 시도해 볼 단초가 되는 작품도 있어 좋았다. 

그리고 꼭 원화가 아니었더라도 손바닥만한 작은 지면이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내년 원화전도 기대해 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