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ING/MASIL

휴직한 직장인 마실,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 오랜만에 서울식물원

d0u0p 2023. 5. 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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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조성된 식물원을 먼저 돌아 보려면 식물원 입구와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되지만 도착하기를 원했던 장소는 식물원 안에 있다는 편의점이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스케치를 하든, 야외 정원을 구경하든, 하려고 했는데 끝내 그 편의점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식물원이 정식 개관하기 전에 들렀을 때 기억을 떠올려 정문을 지나쳐 다음 정류장에 내려도 가로 질러서 식물원 안으로 걸어서 진입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겸재정선 미술관 정거장에서 내렸는데, 중간에 있는 인도 구역은 한참 공사중이었고 샛길이 있었던 곳은 벽으로 막혀 있어서 한참을 걸어 마곡 레포츠 센터 앞까지 도착해서야 식물원 야외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한 정거장 더 지나서 내렸어야 했다. 

레포츠센처를 오른쪽에 두고 식물원 야외 정원 쪽으로 진입했을 때 편의점이 있다고 표시된 그 자리에는 굴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 굴다리를 지나면 한강까지 닿을 수 있다고 한다. 굴다리를 지나면 편의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지도에 표시된 자리에는 굴다리만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산책하는 직장인을 따라 정원을 돌다 보니 파라솔이 펼쳐져 있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한창 피어나고 있는 꽃산딸도 너무 아름답고, 파라솔 옆으로 우뚝 서 있는 계수나무도 신기해서 일단 자리를 잡고 앉기로 했다. 

따로 식사가 될 만한 메뉴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어차피 야외 테이블이고 하니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해 앉아 미리 준비해 온 버거를 먹기로 했다. 식어도 맛이 있어서 굳이 집 앞에서 포장해간 보람이 있기는 했는데, 식물원 주변에도 수제 버거 집들이 있고 좋은 베이커리들도 있는 것 같으니 다음엔 마곡동에서 해결해 봐야겠다. 

이쪽으로 보고 저쪽으로 봐도 예쁜 꽃산딸을 쓱싹 스케치해 보기로 했다. 

사진 위에 오버레이하지 않고 비교해가며 스케치하자니 시간도 꽤 걸렸고, 파라솔이 있어도 정오의 햇살은 눈이 부셔서 사리 분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바람까지 불어와서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야외활동이 쉽지 않았다. 식물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도서관도 있고 카페도 있으니 일단 자리를 옮기려다 보니 식물원 정문 쪽이 아니라 뒷문 쪽으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그 뒷 켠에서 아담하지만 아름답게 가꿔 놓은 공간을 발견해 냉큼 자리를 잡았다.  

우리 집 앞 마당이 이렇게 꾸며져 있으면 매일 즐거울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해가 많이 들지 않는 공간인 것 같은데도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훌륭하게 자라고 있었다. 역시 금손들이 지배하시는 공간이라 그럴까, 난간에 자리잡고 자라고 있는 민들레 조차 그 키가 족히 1미터는 되는 것 같아서 정말 경이로웠다. 

집에 돌아와서 늦게 핀 라일락들도 나름 괜찮아 보인다며 한참 구경하다 식물원에 있던 작은 안개꽃 비슷한 흰 꽃이나 무럭 무럭 잘 자라는 조팝을 좀 들여 놓으면 라일락과 잘 어우러져 더 괜찮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실행에 옮길지 기약은 없지만 만약 다시 이 공간에 무언가를 심게 된다면 우선 고려할 놈들 목록에 올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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