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미쿡스타일버거가 궁금해서 찾아가 본 더현대서울 파이브가이즈

d0u0p 2023. 11. 2. 08:00
728x90
반응형

오픈한 날은 정말 혼잡해서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전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새벽 여섯 시에 가서 미리 대기 등록을 하면 열시 반 오픈할 때 바로 입장을 할 수 가 있다 하고, 그건 또 선착순으로 백 명 까지만 가능하고 그 이후부터는 테이블링 앱으로 대기 등록을 하면 된다고 하길래 점심을 먹고 나서 한가해질 무렵 테이블링 앱으로 대기 인원 추이를 살펴보니 생각보다 대기가 많지 않아서 본격적인 저녁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대기 등록을 하면 저녁 시간에 맞춰 버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라 길을 나서 보기로 했다. 


급하게 팀장님과 약속을 잡고 백 팀이 대기할 경우 한 시간 이내로 입장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다섯 시 십 분 전 쯤 대기 등록을 하고 집에서 나왔다. 내 앞으로 207팀이 대기중이라고 하니 늦어도 일곱시 빠르면 여섯 시 반에는 입장할 수 있겠다는 어림짐작으로 길을 나섰는데,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기도 전에 30팀 정도가 빠져 나가고 여의도 역 근처에 버스가 들어설 때 쯤에는 100팀 정도가 빠져서 오히려 당황했다.

 

팀장님은 여섯 시가 지나야 사무실에서 나올 수 있는데 그 전에 입장해 버릴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미리 줄을 서고 일행이 뛰어 오고 있으니 봐 달라고 간청이라도 해야 할까 하다가 그냥 조금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 시간에 아예 대기를 하나 더 걸어 보기로 했다.

 

백화점에 들어서서 분위기를 살펴 보고 시간이 아직 남았으니 대기 인원이 사라지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다른 매장을 둘러 보며 다들 햄버거를 얼마나 빨리 후다닥 먹고 나가길래 이렇게 대기가 빨리 사라지는가 하는 어리석은 망상을 하고 있자니,

 

퇴근 시간이 아직 한참 남은 다섯 시 삼십 칠분에 알림톡이 도착했다.

 

알림톡을 받고 20분 이내에 줄을 서지 않으면 대기가 자동 취소될 것이며, 일행이 모두 도착하지 않으면 줄을 설 수 없다는 내용도 함께 도착했다. 37분에 받았으니 57분까지는 팀장님이 오셔야 줄을 설 수 있는데 땡땡이를 쳐야 가능한 택도 없는 상황인지라 일단 대기 등록을 취소하고 결국 나중에 팀장님이 다시 등록한 대기 순서에 입장하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나와  백화점까지 오는 시간도 계산해야 하니 적어도 10분 정도 여유가 더 필요했다.

 

 

나중에 등록한 대기건도 대기가 신속하게 줄어서 여섯 시 반 근처에 입장할 수는 있었는데, 문제는 대기 줄에 들어서고 다시 주문줄에 들어서면서 아무런 의심 없이 아무런 안내 없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계산대에 도착했는데 앉을 자리를 미리 마련하지 못했냐면서 붐벼서 자리가 없기도 하니 자리를 찾지 못하셨다면 포장 주문으로 권해드리고 있다고 했다. 바깥쪽 대기줄에서 빈 테이블이 없으면 바로 포장을 해서 밖에서 먹어야 한다고 미리 말을 해줬어야 했다. 그러면 포장을 각오하고 주문 줄에 들어섰거나, 빈 테이블이 생길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겠다거다 선택을 했을텐데 이미 계산대 앞이고 자리는 없고 포장해서 나가라고 하니 왠지 쫓겨나는 기분이었다. 

대기가 빨리 줄어드는 이유는 다들 급하게 버거를 먹어치우기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백화점이라서 공용 테이블도 있고, 여의도니 날씨 좋으면 강변에 나가서 먹어도 되겠지만 첫 날이고, 저녁이고, 푸짐한 땅콩을 퍼 먹을 일념으로 들어왔는데 밖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아서 자리를 찾아 보겠다고 하고 부지런히 매장을 누볐다. 

천만다행으로 분명 빈 자리지만 좌우에 이미 만석이라 비좁아 보이는 반입석 테이블이 남아 있어서 자리를 잡기는 했고 땅콩도 퍼먹고, 대혼돈 카오스 미쿡식 버거도 받아서 먹었다. 

버거에 들어갈 소스와 토핑은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의 버거답게 스스로 선택해서 넣어먹어야 하므로 그 맛은 온전히 본인의 책임이다. 기본적으로 넣는 토핑과 소스를 모두 다 주문하고 몇 가지를 추가해 보았는데 내 입에는 별로였다. 그냥 전부 다 몽땅 때려 넣으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케찹과 소금, 후추가 준비된 코너에 신기하게도 식초까지 있었지만 후추를 일단 가져다 뿌려 먹으니 그나마 좀 나았고, 소금도 입맛에 맞게 쳐 먹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러나 좁은 테이블이 이렇게 버거와 감자와 땅콩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으니 마음이 심란했고, 높은 의자에서 내려가 소금을 다시 가지러 갔다가 비좁은 의자 사이를 헤치고 다시 돌아올 기력도 의지도 없어서 싱거운대로 그냥 먹었다. 바로 받아 먹으니 따뜻하고 고소한 맛도 있었지만 이걸 또 포장해서 들고 나가면 이 맛이 아닐 것이고, 게다가 들고 나갔는데 싱거우면 해결할 방법도 없었을 것이고, 땅콩을 더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고 콜라 리필도 불가능한 그런 경우없는 경우가 될 것인데 첫 날이니 몇 개를 팔아 내느냐가 중요했나보다. 

미국식 버거는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 에피소드가 있다. 

옆 자리가 비었고 다른 손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굳이 자리를 봐달라 부탁하신 건 아니지만 가방을 놓고 주문을 하러 가셨고 그 사이에 다른 분이 오셨는데, 가방을 옆으로 치워 달라고 하셨다. 제 가방이 아닌 것을요? 심지어 그 가방은 가방을 치워 달라 하신 그 분의 일행 가방이었다. 하하! 우리만 혼돈의 카오스를 겪은 것이 아니라 다행이다. 당분간 버거는 그냥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가서 먹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