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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해물 칼국수와 바지락 칼국수

d0u0p 2023. 2.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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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살코기를 넣어 끓인 육수로 만든 칼국수만으로는 늘 모자람이 있었다. 너섬 칼국수의 얼큰한 칼국수도 구수한 황생가 칼국수도 맛이 있고, 김영삼 대통령이 즐겨 먹었다는 비싼 안동국시를 파는 소호정도 새로 문을 열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너섬 칼국수 메뉴

  • 양지 칼국수 9,000원
  • 얼큰 해장 칼국수 10,000원
  • 손만두국 10,000원
  • 떡만두국 11,000원

너섬 칼국수에서 얼큰한 해장 칼국수를 양지 칼국수보다 천 원 더 내고 먹어 보았지만 딱히 또 다른 환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그냥 기본 양지 칼국수에 다대기를 조금 더 넣고 적당히 얼큰한 정도로만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소호정의 국수는 부드럽고 담백해 보였지만 칼칼하지 않은 메뉴를 선뜻 선택하기가 싫어서 소고기 국밥을 먹었고, 팀장님이 주문한 국수를 한 젓가락 얻어 맛만 보았다. 뭐 담백한 국물의 국수를 먹을 수는 있는데 입이 짧아 그런지 이런 국수를 한가득 담은 그릇을 받으면 중간쯤 가다 지쳐 다 먹지 못하고 남길 게 뻔하니까 칼칼한 국밥으로 대신했다.

소호정 메뉴

  • 한우 국시 : 한국 안동 지방의 전통 국수 14,000원
  • 한우 국밥 : 경상도 지방의 따로 국밥 14,000원

말 많고 탈 많은 대우산업개발에서 운영한다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 '브리오슈도레'가 있던 자리에 생겼는데 자리가 비싸 그런지, 한우로 만든 국수라 그런지 선뜻 가볍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다. 국밥 역시 덕평 휴게소에서 먹던 소고기 국밥이 떠오르는 평범한 맛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끈적한 빨간 곰탕집은 앞으로 평생 못 만나지 싶다.

비빔국수 먹으러 갔다가 잘 얻어 걸린 청정밀 바지락 칼국수

겨울이 되었으니, 이제는 진주집에서 비빔국수 한 그릇 정도는 먹을 수 있을 줄 알고 맨하탄 빌딩에 갔는데 진주집은 여전히 손님이 많아서 줄을 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비빔 국수 외에는 무엇이 먹고 싶은가 궁리 끝에 찾아낸 메뉴가 '바지락 칼국수'였는데, 팀장님이 예전에 자주 갔던 집이라며 반죽을 직접 만들어 국수를 만들어 주는 청정밀을 알려 주셨다.

전에는 훨씬 푸짐하고 저렴해서 자주 가다가 가격이 어영부영 오르면서 그간 잊고 지냈다 하셨다. 왜! 어째서! 그동안 바지락 칼국수를 가끔 찾았는데 모른척 하고 계시더니 이제서야 알려주셨을까!

청정밀 메뉴

  • 들깨 수제비 9,000원 / 들깨 칼국수 9,000원
  • 바지락 칼국수 9,000원 / 바지락 얼큰 칼국수 9,000원
  • 메밀 막국수 9,000원 / 메밀 비빔 막국수 9,000원
  • 팥칼국수 11,000원 / 콩국수 11,000원
  • 뼈해장국 9,000원

그 날은 바지락 칼국수에 꽂혀서 메뉴 중에 얼큰 바지락 칼국수가 있는 줄도 모르고 기본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더랬다. 알이 굵진 않았지만 바지락 살에서 싱싱한 단 맛을 느낄 수 있었고 면도 직접 만드신다 하니 속도 불편하지 않았고, 부드럽고 게 잘 넘어 갔다. 맛있었다. 얼큰한 맛 바지락 칼국수 먹으러 다시 가야 한다.

우리만 몰랐던 해물과 꽃게 전문점, 해화동

우리가 너무 지엽적으로만 살았나 보다. 신경 써서 아주 조금만 더 걸어 나가면 해물을 듬뿍 넣어 주는 해물 칼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여의도에도 있었다. 왜,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대체 언제 나타난 식당일까?! 리뷰를 훑어 보니 뭐, 해물 칼국수는 확실히 맛있어 보여서 기운을 내 찾아가 보았다.

해화동 점심 메뉴

  • 꽃게뚝배기 16,000원 / 꽃게라면 16,000원
  • 전복 해물 뚝배기 16,000원 / 전복 해물 라면 16,000원
  • 꽃게살 양념 비빔밥 : 준비중
  • 해물 칼국수(2인 이상) 14,000원/1인
  • 쭈꾸미 양념찜(2인 이상) 12,000원/1인
  • 오징어 양념찜(2인 이상) 11,000원/1인

칼국수 가격이라 하기에는 만만치 않았지만 맛은 있었다. 문제는 열 두 시 전에 도착해 운 좋게 자리에 앉기까지 했는데 칼국수 한 그릇 나오는데까지 30분이 넘게 걸렸다. 주문이 많아서 그랬다지만 30분은 좀 심하지 싶었고, 이미 음식이 나오지 않아 예민한 상태였는데 서빙하시는 분이 주문 순서도 무시하고 다른 테이블에 칼국수를 먼저 내려 놓아 정말이지 욱했다. 칼국수가 한꺼번에 곧 나올꺼라고는 했지만, 바로 전에 주문이 들어갔는지 다시 확인까지 한 상태에서 나중에 주문한 옆 테이블에 칼국수 그릇을 먼저 내려 놓는 순간 눈에서 불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물 가득한 칼국수 그릇이 테이블에 안착하고 나서야 마음을 풀 수 있었다. 맛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일낼 뻔 했다. 늘 이렇게 붐비면 또 점심 먹기 곤란한데, 다른 메뉴는 어떨지 궁금하다. 조만간 다시 용기내서 도전해 보자.

오래전부터 있었던 종합상가 건물 바지락 칼국수

마지막으로 같은 자리는 아니지만 같은 건물 다른 자리에서 여전히 같은 맛을 내고 있는 바지락 칼국수 집이 하나 더 있어서 오랜만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약간 늦은 시간에 도착했더니 보리밥이 똑 떨어졌다 하셔서 아쉬웠다. 

마늘 겉절이가 아니라 조금 섭섭했지만 잘 익은 열무 김치는 맛있었다. 쫄깃거리는 면발도 좋았고 바지락만으로 육수를 냈을 법한 담백한 맛도 좋았지만 그 옛날에 대유행했던 바지락칼국수와의 궁합 공식에 빠질 수 없는 청양고추를 섞은 다대기가 없으니 섭섭했다. 

다대기는 테이블에서 사라진지 꽤 오래된 것 같기는 한데 이렇게 맑은 국물의 바지락 칼국수를 앞에 두면 꼭 간절해 진다. 

바지락칼국수 메뉴

  • 바지락칼국수 8,000원
  • 얼큰수제비 8,000원
  • 왕만두 8,000원

바지락은 청정밀이 조금 더 신선하고 맛이 살아 있었다. 몇 주 간격으로 먹어 보니 확실히 맛에 차이가 있었다. 김치도 마늘 냄새 솔솔 나는 겉절이었다. 가격이나 맛이나 여러 모로 아주 근소한 차이로 청정밀이 조금 더 마음에 든다. 

아직도 새로 찾아갈 식당이 여전히 곳곳에 숨어 있다니 놀랍다. 신난다. 즐겁다. 

 

유튜브에서는 노출되지 않는 바지락 칼국수 후루룩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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