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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드 도넛과 올드페리, 말똥 도넛까지, 다이어트 하기 힘든 여의도 직장인

d0u0p 2022. 3.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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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도넛 가게가 문을 열기 전에 얼마간이라도 체중 감량을 했었다는 것이 위로는 되긴 하지만, 도처에 넘치는 새로운 달콤한 먹을거리들을 마주하고 있다. 여의도는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하루에 열 개 씩만 판매한다는 얀쿠브레의 바닐라 밀푀유도 먹어 버렸다.

얀 쿠브레가 정식으로 오픈한 첫 날, 출근하자 마자 사무실에 가방을 던져 놓고 커피를 사러 가는 척 달려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혹시나 싶어 바닐라 밀푀유를 먹을 수 있냐 물으니 그런 주문은 처음 받아본다는 듯이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지만 주문받으신 분도 아리송했는지 다른 분에게 확인하셨는데, 밀푀유 나베 되냐고 물어보시는 바람에 속으로 잠깐 즐거웠다. 나만 메뉴 이름이 헛갈리는 건 아니었나 보다.

음료는 카페 콤마에서 주문하고, 얀 쿠브레에서는 얀 쿠브레만의 디저트를 주문할 수 있다. 일단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고 잠깐 기다렸다. 출근하자 마자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다니 너무 호사스러운 기분이 들어 좋았다.

클래식한 밀푀유와는 약간 다른 형태로 만든 밀푀유라 아주 오래 전에 디저트 상을 받았던 적이 있나 보다. 여러 겹의 페이스트리 대신 얇고 바삭한 나뭇잎 모양 비스킷이 여러 겹이었고 그 사이에는 바닐라 크림이 들어 있는데, 바로 만들어진 상태에서 먹을 때가 아마도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라 포장이 불가능하고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게 준비되는 메뉴인 것 같다. 

페이스트리로 만들어진 밀푀유도 그렇겠지만 잘 잘라서 먹어야 하는데, 특히나 바삭거리는 느낌의 과자 층을 깔끔하게 잘라서 모양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단 내키는대로 다 잘라서 맛있게 먹었다. 혼자 살 찌우기는 싫어서 일단 주문해 놓고는 사무실에 앉아 계시는 팀장님을 호출해 불러 내려서 함께 먹었다. 원래 2인분이라는 듯이 스푼도 두 개를 주셨으니 아침부터 함께 달콤한 여유를 누렸다. 

우여곡절 끝에 맛 볼 수 있었던 노티드 도넛 

얀 쿠브레와 카페 콤마가 오픈한 바로 다음 날은 노티드 도넛이 문을 여는 날이었다. 사촌 동생과 사인이 맞지 않아 박장대소했던 날이다. 일단 출근을 했고, 노티드 도넛은 열시에 오픈을 한다 하고 설마 이 시간에 사람이 많을까, 정말 많을까, 궁금하던 차에 멀지 않은 동네에 거주중인 사촌 동생에게 여의도에 출동할 예정이 있냐고 물으니 바로 뛰어 나온다고 했다. 얀쿠브레와 카페콤마는 이미 한 번 다녀갔으니 당연히 노티드 도넛에 갔으리라 생각하고 대기 인원이 많은지 물었는데, 알바만 오백명 있다는 소리에 급발진하여 노티드 도넛으로 부푼 희망을 품고 뛰어 갔는데 그것은 부푼 희망이 아니라 망상이었다. 매장 앞에는 이미 대기행렬이 다른 매장 앞까지 뻗어 있는 상황이라서 잠깐 아연실색했다. 사촌동생이 거짓부렁으로 나를 낚았나 싶어 위치를 확인할 겸 전화를 했더니, 그 분은 얀 쿠브레에서 바닐라 밀푀유를 주문하고 있다고 해서 더 망연자실했다. 

아무데도 다녀오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돌아가 앉아 있어야 하니 다시 발길을 돌렸는데, 대기 전쟁에서 승리하신 분이 도넛 박스를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앞서 가고 계셨다. 처음 보는 분이지만 몇 시에 나와서 줄을 서신 것인지 진심으로 물어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사촌 동생이 노티드 도넛에서 줄을 서서 도넛을 사다 줘 다행히 도넛을 먹었다. 근 한 시간은 서서 기다려서 받아 들고 와 전해 준 도넛은 정말 맛이 있긴 있었다. 

적당히 달콤하고, 부드럽고 폭신하고, 고소하고 신선한 도넛 맛이라 매일 먹으라 해도 부담 없이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민트 초코 크림도 궁금하긴 했는데 언제 다시 줄을 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끔 주중에 IFC몰에 나가서 대기줄의 상태를 살펴 보니 금요일 오후에는 사람이 많은 편이지만 다른 요일에는 아주 약간 여유가 있다. 너무 한가하지는 않고, 30분 내외로 기다리면 구매할 수 있을 법 해 보였다. 아직 카카오톡 예약 주문 채널은 열리지 않았으니 언젠가 주중에 정말 한가한 날 노력을 해 보기는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곧 조카 생일도 돌아오는데 스마일 케이크도 하나 들고 와야겠다. 

언제 올릴 지 몰라서 하드 디스크에 사진만 쟁여 두었던 올드페리 도넛

번호표와 대기줄은 맛을 보장한다. 노티드 도넛은 여유만 있으면 줄을 서서 기다리면 되지만 현대백화점 지하에 있는 나이스웨더에서 구매할 수 있는 올드페리는 조금 더 난이도가 있다. 매일 한정된 수량만 들어 오고 판매를 개시하는 시간이 한 시 반으로 정해져 있고, 한 시 반부터 구매를 하기 위해서 대기표를 발행하는데 그게 열두시 반이었나, 한시부터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그 때부터 대기표를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작년 상황이라 올 해에는 여유가 있는지 더 혼잡한지 알 수가 없고, 구매를 위한 대기표 발행 역시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는 상황이다. 

처음 도넛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턱대고 갔을 때에는 도넛이 다 품절된 상태였고, 두 어 번 시도 끝에 도넛을 구매해서 맛은 볼 수 있었다. 종류 별로 열심히 사먹었다. 그간 살이 괜히 찐 게 아닌 것 같다. 

올드페리 역시 부드럽고 폭신하고 달콤하고 신선한 도넛이라 맛있다. 너무 맛있다. 때 맞춰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다가 도넛을 주문해서 받아 오기 힘들어 휴가나 써야 먹어 볼 수 있는 도넛이라 더 감질나고 맛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도 맛은 있다. 사이즈 때문인지 노티드 도넛과는 가격 차이가 있지만 막상 맛을 보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올드페리 도넛 메뉴

  • 크림브륄레 도넛 5,000원
  • 라즈베리 도넛 5,000원
  • 피넛버터 도넛 5,000원
  • 티라미수 도넛 4,500원
  • 초코몽키 도넛 5,000원
  • 캔디넛 5,000원
  • 코코넛 도넛 4,500원
  • 애플 시나몬 도넛 4,300원
  • 버터 피스타치오 도넛 5,000원

라즈베리와 크림브륄레는 빨리 소진되는 편이라 먹기 더 힘들었다. 여러 번 도전 끝에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다이어트 한다고 요란법석 떠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즐거운 맛의 도넛이었다. 이렇게 인기 있는 도넛이 많아지니 비슷한 컨셉의 도넛 브랜드들도 많이 생겼는지, 백화점에 잠깐 점심 시간에 들러 보면 수시로 바뀌는 팝업 스토어 자리에서 각종 도넛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었다. 

최근에 파주에 문을 열었다는 말똥도넛

말똥도넛도 그 중 하나였는데, 기사에서도 본 적이 있고 동생이 휴가 내서 한 번 다녀 온다고도 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더랬다. 백화점 내에 잠깐 문을 여는 팝업 스토어지만 눈길을 사로 잡는 네온 사인 덕에 홀린 듯이 도넛을 주문해 들고 돌와 왔다.  

파주 매장은 주말에 늦게 가면 주차도 못 할 정도로 성업중이라는데 매장 인테리어가 사진 찍고 놀기 좋게 이국적인 탓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노란 색 말똥이 뿅 얹혀 있는 말똥 도넛은 식감도 그렇고, 향도 그렇고 고급진 느낌보다는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한 맛이라 굳이 파주까지 달려가서 사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파주 매장은 사진 맛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야 맛있는 도넛을 먹을 수 있다. 도넛이 경제적 여유 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나? 돈 쓰고, 시간 쓰고, 살 찌고? 이럴 수는 없다. 일단 도넛은 당분간 그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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