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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너무 그리운 소듐(구 나트륨) 메뉴 포장

d0u0p 2021. 9. 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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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이 언제부터인지 소듐이 되었다고 한다. 교과서에 실리는 용어들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 젊은 사람인 척 하려면 새 교과서에 실린 용어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부탄도 메탄도 이제는 부테인, 메테인이고 나트륨은 소듐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열 한 시 반 전에 주문해야 포장이 가능한 기소야 

더위가 식을 무렵 장마가 다시 찾아 와 비가 한참 오고 있고, 비가 오는 날이라면 응당 국물 있는 따뜻한 메뉴를 먹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배달앱을 뒤적거리니 약간 거리가 있는 다른 기소야 지점에서는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소야도 포장이 가능한지 확인이 필요했다. 앱에는 보이지 않으니 앱으로는 주문할 수 없었고, 매장에 직접 전화를 하면 포장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전화해 보니, 열한시 반이 지나면 정신없이 바빠지는 탓인지 열한시 반 전에 주문해야 메뉴 포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치 우동을 먹고 싶은 날에는 하는 수 없이 열 한 시 반 부터 점심을 먹어야 하나 보다. 너무 오랜만에 급작스럽게 먹게 된 김치 우동은 너무 반갑고 맛있었다. 아무래도 포장해서 점심을 먹다 보니 국물 있는 음식은 그간 어쩔 수 없이 덜 먹고 있었는데 노력하면 불가능한 메뉴도 아니었다. 

라면 대신 만두를 넣어 끓여 주는 꽃섬탕

꽃섬탕은 비조리와 조리를 선택할 수 있고, 비조리인 경우는 라면 사리가 별도로 포함되어 있으나 조리 포장인 경우에는 라면은 빼고 만두가 대신 들어간다. 조리가 가능한 환경이 아니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이 만두와 함께 꽃섬탕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앱에서는 배달 주문만 가능하고 포장 주문은 불가능해서 역시 직접 전화해서 포장을 부탁드렸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찌개 위의 체다 치즈는 남의 스타일이라 빼달라고 부탁드려야 했는데 꽃섬탕에 치즈가 이렇게 다소곳하게 올라와 있을 줄은 몰랐다. 매장에서 끓여 먹었을 때에도 치즈가 있긴 있었겠지만 다 끓고 난 뒤에 살포시 얹은 치즈라 그런지 생소한 느낌이었다. 맛은 똑같으니까 뭐 맛있게 잘 먹었다. 

배추도사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으니 김치도사가 더 어울릴 것 같은 김치도가

김치가 맛있어서 어쩔 수 없이 찌개하는 집이라는 슬로건을 내 건 프랜차이즈 김치찌개집이 아주 가까운 위치에 새로 생겼다. 하늘 높게 달린 새 간판이 반가웠지만 김치 찌개라니, 직접 가서 보글 보글 끓여 먹는 메뉴여서 그 언젠가 상황이 나아지면 가서 먹겠노라고 마음 속 깊은 곳에 넣어 두었다가 구질 구질 계속 비가 오는 어느 날 호기심이 동해 찾아 보니 포장이 가능한 식당이었다. 

  • 묵은지고기 김치찌개 8,000원
  • 묵은지꽁치 김치찌개 8,000원
  • 묵은지햄 김치찌개 8,000원
  • 묵은지 오겹살 (1인) 12,000원
  • 묵은지 닭볶음탕 (1마리) 32,000원
  • 묵은지 두루치기 23,000원

역시 앱에서도 주문은 가능하지만 옵션이 약간 애매했다. 8,000원 짜리 일반 김치찌개 메뉴는 포장 주문은 할 수 있는데 "비조리"만 가능하고, 10,000원 짜리 김치찌개 정식만 "조리"된 메뉴로 포장이 가능했다. 정식은 일반 찌개 메뉴와 달리 계란 후라이나 스팸 구이를 얹은 밥이라는 것만 달랐는데 2,000원이나 더 내야 하니 앱에서 주문하는 것은 일단 포기하고 가까운 곳에 있으니 직접 매장에 가 보기로 했다. 전화로 미리 물어봤어야 했는데, 직접 가서 주문 하니 끓이는 시간이 있어 대기 손님이 많지 않아도 포장된 메뉴를 받아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매장에는 앱에 있는 정식메뉴가 안 보였고, 일반 찌개 메뉴 위주로 메뉴가 적혀 있었다. 묵은지 고기 김치 찌개 2인분을 포장해서 들고 나오는데 15분 쯤 걸렸고, 달걀 후라이나 스팸이 없어도 김치 찌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고, 무엇보다 일반 김치찌개 메뉴 역시 솥밥이라 밥 맛이 아주 좋았다. 

숭늉까지 챙겨 먹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뼛 속까지 한국사람임이 틀림없다. 거하게 김장을 하지 않는 우리집은 묵은지도 없고, 김장 김치도 없어서 김치찌개를 해 먹기 어렵다. 사 먹기라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다시 생각해도 밥이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먹고 나갈 수가 없으니 체중이 늘기만 해서 큰일이지만, 곧 조만간 또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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