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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새로 올라간 우체국 빌딩 식당 메뉴 업데이트

d0u0p 2021. 7. 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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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사러 다니는 길이나 출퇴근길과 동선이 겹치지 않아서 우체국 빌딩이 완공되고 나서 새로 식당이 들어왔을 것이리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어떤 식당이 생겼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새 빌딩 1층에 또 하나의 빌리 엔젤이 생겼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들어서는 입구부터 헤앴다. 이 쪽 저 쪽 헤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중앙이 넓게 비어 있고 주변으로 식당 네 개 정도가 있었다. 내려가고 보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따로 있었다. 애초부터 우체국 빌딩에 있는 식당들을 목표로 출발했던 것이 아니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제로페이를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식당을 검색하다가 새로운 식당을 발견했는데, 그 식당이 우체국 빌딩에 있어서 찾아갔던 것이라 빌딩 바깥에 걸려 있던 화려한 도시락 메뉴가 같은 식당의 메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오며 가며 궁금하기는 했었다.

이미 그로서리 키친의 단품 메뉴 : 치즈 닭갈비 덮밥과 차돌 깍두기 볶음밥

우려했던대로 여느 식당과 마찬가지로 포탈에서는 제로페이 사용 식당이라고 검색되었지만 카운터에서는 아직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정도면 이제 포탈 사이트 정보를 믿고 걸러야 한다. 제철 식재료의 색다른 기쁜 맛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이미'와 쉽게 사들고 나갈 수 있는 도시락을 주문할 수 있어서 '그로서리'이며, 식당 내에서 각종 요리와 식사를 할 수 있어서 '키친'이라 이름이 '이미 그로서리 키친'이라고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봐도 이름이 각인되지 않아 재차 검색하게 된다. 의미를 꼼꼼히 새겼으니 이제 잊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는 색다른 맛이라는 등식이 기존 쉐마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라 조절이 필요하지만 '이미'라는 단어가 가진 정보가 '이미' 자리 잡고 있어서 새 정보를 넣기 거북하고, 꼭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도 아니라서 주의 집중 하지 않아 각인도 되지 않으니 인지적 평형은 끝끝내 이룰 수 없어 '이미'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 이름을 장기 기억 속에 저장 시키는데에는 무리가 있다. 어려운 이름이다.

이미 그로서리 키친 메뉴

  • 프리미엄 도시락 50,000원 / VIP 장어 도시락 32,000원 / VIP 갈비 도시락 32,000
  • 차돌 깍두기 볶음밥 11,000원 / 소불고기 비빔밥 13,000원 / 장어 덮밥 15,000원
  • LA 갈비 덮밥 15,000원 / 삼겹 제육 덮밥 13,000원
  • 마늘 데리야끼 치킨 덮밥 13,000원 / 치즈 닭갈비 덮밥 13,000원
  • 차돌 된장찌개 10,000원 / 해물 순두부 찌개 10,000원
  • 계란 김밥 4,500원 / 치즈 김밥 4,500원 / 샐러드 김밥 4,500원
  • 게살크래미 샌드위치 6,900원 / 치킨베이컨 샌드위치 6,500원 / 햄&치즈 샌드위치 6,500원

제로페이를 사용할 작정이었으니 매장에 직접 가서 주문해야 했는데, 직접 가서 주문하면 오래 기다릴 것 같아서 조금은 걱정스러웠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는 도시락 메뉴라 그런지 신속하게 받을 수 있었다. 매장 앞에 이미 대기선이 있었으나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식당과 카운터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포장 주문은 따로 쉽게 할 수 있었다.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해 보였지만, 아무래도 김밥은 김밥 전문점에서 주문할 일이고 샌드위치는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주문할 일이라 두 종류를 제외하면 값비싼 고급 도시락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한식으로 나눠진다. 같은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에게는 멀리 갈 필요없이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가 있을테니 샌드위치와 김밥도 요긴한 메뉴일 수는 있겠다. 이렇게 도시락으로 먹는 차돌 깍두기 볶음밥은 어느 곳에서 먹어도 프랜차이즈 냉동 깍두기 볶음밥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바로 익혔을 법한 차돌이 올라가 있기는 하지만 뭐 너무 맛이 있다거나 너무 맛이 없다거나 할 여지가 별로 없다. 그냥 한 끼 때우는 맛의 느낌이랄까, 한 그릇에 간단히 차려지는 도시락이 대체로 그런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치즈 닭갈비 덮밥은 생각보다 치즈 느낌도 좋고 매콤한 닭갈비도 꽤 괜찮아서 다음엔 마늘 데리야끼 치킨 덮밥 쯤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된장 찌개와 순두부 찌개가 정말 포장이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이제는 옛날 맛집인 일일향에서 만든 새로운 프랜차이즈 브랜드 미스터향

일일향은 방송한지 10년은 지났을 것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탕수육으로 승리했던 식당으로 유명했다. 언주역 근처에서 아주 잠깐 일할 무렵 가끔 맛있는 중화요리가 필요할 때 찾아 가곤 했었고, 여의도 O2 타워에 일일향이 입점했다는 소식에 반가워서 한 번 먼 길을 찾아 갔었는데 하염없이 줄지 않는 대기줄에 아연실색하고 돌아 나온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여전히 코로나 시국인데다가 지금 사무실에서 O2타워까지는 거리도 꽤 멀어서 정말 큰 마음 먹어야 갈 수 있으니 굳이 탕수육을 먹겠다고 그 먼 거리를 걸어 가서 걸어간 시간만큼 대기를 해서 점심을 먹을 용기를 내지 않았었다. 그런데, O2타워보다 절반 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체국 빌딩에 by 일일향이 붙은 도시락 전문 중국집이라는 미스터향이 있어서 많이 반가웠다.

여전히 주변 중국집에 포장이 가능한지 확인을 못 했지만, 도시락 전문이라고 하니 굳이 쭈뼛거리며 포장 되냐고 묻지 않아도 식사를 포장해 오는데 문제가 없으니 좋았고, 메뉴에 마파두부 덮밥이 있어서 또 좋았다.

단품 메뉴로 갑오징어 덮밥과 마파두부 덮밥 하나씩을 주문해서 들고 왔는데, 마파두부가 일반 중국집에서 먹는 한국식 마파두부보다는 조금은 더 중국식에 가까운 맛이라 마음에 들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대중성 있는 마라향을 가진 마파두부의 맛이었다.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한국식 마파 양념은 확실히 아니었다. 갑오징어 덮밥도 아쉬울 데 없이 맛이 있어서 자주 먹을 것 같다.

미스터향 도시락 메뉴

  • 단품 메뉴 : 짜장면 7,000원 / 옛날짬뽕 9,000원 / 하얀짬뽕 9,000원 / 삼선짬뽕 12,000원 / 갑오징어 쟁반짜장 10,000원 / 갑오징어 덮밥 11,000원 / 시금치 고기 덮밥 10,000원 / 옛날볶음밥 9,000원 / 잡채 볶음밥 12,000원 / 마파두부덮밥 10,000원 / 소고기 피망 덮밥 12,000원
  • 2인 이상 주문 가능 메뉴 : 탕수육+칠리새우+볶음밥 15,000원 / 깐풍기+유산슬+볶음밥 16,500원 / 어향동고+꿔바로우+볶음밥 18,000원 / 팔보채+크림새우+볶음밥 19,500원
  • 5인 이상 단체 주문 가능 메뉴 : 탕수육+볶음밥 10,000원 / 깐풍기+볶음밥 10,000원 / 칠리새우+볶음밥 10,000원 / 어향동고+볶음밥 12,000원

그리고 월정산 받은 기념으로 소소하게 2인 이상 주문 가능한 메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탕수육+칠리새우+볶음밥을 먹어 보기로 했다. 앱으로 포장해서 들고 올 수 있기는 했지만, 식당이 어찌나 붐볐는지 앱으로 들어 온 주문을 제 때 확인하시지 않아서, 식당에 직접 가서 주문하고 기다려서 받은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묵직한 세트 메뉴를 들고 돌아와 열어 보니 오동통한 탕수육과 토실토실한 칠리새우가 기다리고 있어서 오래 기다린 만큼 더 기분이 좋았다. 

얇게 저민 돼지 고기를 바싹 튀겨서 딱딱하기까지 한 동네 중국집 탕수육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통통한 고기를 씹는 맛이 좋고, 바삭하면서 부드러운 일일향 특유의 튀김옷도 좋았다. 그에 비해 칠리 새우는 무난하게 평범했던 것 같고, 역시나 양이 많아서 전략적으로 볶음밥을 아예 따로 남겼다가 나중에 먹기로 했다. 

곱게 집까지 싸들고 간 볶음밥은 다음 날 데워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볶음밥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자주 먹지는 않아서 그간 맛있는 볶음밥을 먹어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겠지만, 지금까지 먹어 본 볶음밥 중에서 손 꼽아 놓을 만한 맛이었다. 중국집 볶음밥을 또 먹고 싶은 메뉴로 꼽게 될 줄은 몰랐다. 또 먹고 싶은 맛이다. 

한식당인지 샤브샤브 뷔페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사계라는 식당도 옆에 있었는데, 포장 가능한 맛있는 중국집 하나 찾았으니 됐다. 충분히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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