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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최근 베이커리 인싸, 잠봉뵈르

d0u0p 2021. 9. 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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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잠봉(Jambon, 얇게 저민 햄)과 뵈르(Beurre, 버터)를 바게트 등 사이에 채워 넣은 샌드위치라는데, 검색하면 특별히 맛 집이 따로 있을 정도로 유행중인가 보다. 간단하게 먹겠다고 근처 빵 집에 갈 때마다 전에 없이 잠봉뵈르가 눈에 들어왔다. 짭조름한 햄과 고소한 버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니, 베이커리마다 저마다의 잠봉뵈르를 뽐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1. 독일 베이커리 브로트 아트의 잠봉뵈르 크로와상 6,500원

독일식 베이커리인 브로트 아르트에서는 바게트 대신 브로트아르트만의 고소한 크루와상을 사용한 잠봉뵈르를 먹을 수 있었다. 한가득 들어 있는 버터가 아주 고소하고 부드러운데다가 바로 갈아 넣은 후추 알갱이 씹는 맛이 더해져서 지겹지 않은 맛이라 좋았다.


알싸한 후추 맛이 좋은 브로트아트의 잠봉뵈르 크루아상 6,500원

 

2. 뉴욕 베이글, 데이비드 베이글의 잠봉뵈르 베이글 샌드위치 9,000원

대파 베이글 맛에 빠져 다른 베이글은 잘 들여다 보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두 가지 정도의 샌드위치 메뉴가 있는 것을 보고 언제 한 번 점심 간단히 먹고 싶은 날 찾아 먹겠다 벼르고 있었다.

  • 베이글 샌드위치 세트 1 : 잠봉뵈르샌드위치 + 아메리카노 11,000원
  • 베이글 샌드위치 세트 2 :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 아메리카노 11,000원

아메리카노는 필요 없어서 단품으로 잠봉뵈르 샌드위치만 주문해서 받아 왔다. 베이글은 아마 곡물이 가득 뿌려진 에브리띵 베이글일 것 같은데, 간간히 씹히는 여러 종류의 깨들이 고소해서 좋았다.

고소한 깨 씹는 맛이 좋은 데이비드베이글의 잠봉뵈르 베이글 샌드위치 9,000원

담백한 베이글과 햄, 버터 역시 잘 어울렸지만 베이글 표면이 그렇게 부드럽지는 않아서 꽤나 꼭꼭 씹어야 한다. 턱관절 안 좋은 날은 못 먹을 수도 있다. 데이비드 베이글이라면 굳이 샌드위치를 버겁게 먹는 것 보다는 대파 베이글이 바람직할 지도 모르겠다.

데이비드베이글의 최애베이글, 대파베이글

익은 대파에서 달큰한 맛과 향이 나고, 짭조름한 베이컨이 담백하고 쫄깃한 베이글과 정말 잘 어울린다. 종종 생각나는 맛이라 자주 찾아 먹고 있다.

3. 한 없이 질긴 바게트와 함께였던 파리크라상의 잠봉뵈르 바게트 샌드위치 7,900원

베이글보다 훨씬 질겼던 바게트가 문제였지만, 그게 오리지날은 원래 얇게 저민 햄과 버터를 바게트에 넣는 메뉴이니 나름 오리지날에 제일 가까운 메뉴가 아닐까 싶다. 바게트가 정말 갓구워낸 상태라 바삭함이 살아 있고 속이 쫄깃했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시간 탓인지 기술 탓인지 다시 먹고 싶은 바게트 맛은 아니라 아쉬웠다.

질깃한 바게트라 먹기 어려웠던 파리크라상 잠봉뵈르 7,900원

4.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컨버젼스, 슈퍼막쉐의 잠봉붸르 트라메찌니 8,500원

먹는 내내 탄수화물의 주요 공급원인 식빵이 한 장일까, 두 장일까 궁금했던 트라메찌니는 이탈리아에서 식사와 식사 시간 중간에 먹는 간식을 말하는데, 아주 옛날 무솔리니 시절에 걸어 다니며 파니니를 먹는 모습이 꼴 보기 싫다며 파니니를 먹지 말라고 금지해 버려서 대신할 음식으로 흰 식빵 귀퉁이를 잘라내고 그 사이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가볍게 먹는 트라메치니가 나타났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이름이 어려워서 찾아 봤다.

슈퍼막쉐의 원산지 표기에 트라메찌니는 이탈리아산이라고 되어 있다. 트라메찌니가 이탈리아 음식이라 이탈리아산인가, 식빵이 국내산인지 이탈리아산인지 써야 할 것 같은데 트라메찌니가 설마 식빵인가 싶어서 이탈리아 어학 사전을 찾아 보니 식빵은 빠네(pane)고, 트라메치니(tramezzini)는 샌드위치라고 나온다. 이제보니 버터는 독일산이고, 잠봉은 국산이라고 써 있다. 뭔가 정확한 표기는 아니지만 왠지 정겹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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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볼 수 있는 롤 샌드위치가 이렇게 생겼던 것 같은데, 보통 롤 샌드위치를 만들 때에는 식빵을 얇게 밀어서 늘여준 다음 내용물을 넣고 김밥처럼 돌돌 말게 되어 있고, 집에서 그렇게 말아 보았을 때 절대 이런 사이즈의 롤이 만들어지지 않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돌돌 말린 식빵의 원래 사이즈와 장 수가 궁금했었던 것이었다. 이탈리아산 거대 식빵을 사용했을까, 그냥 너무 궁금하다.
이탈리아식 잠봉뵈르인 잠봉뵈르 트라메치니는 정말 간편하게 손으로 잡고 먹기 좋았다. 우유 식빵의 고소한 풍미와 함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메뉴지만 식사라고 하기에는 양도 그렇고 헛헛한 느낌이 들 수 있으니 백화점 식품관에서 눈으로만 보고 말았던 애플 망고 샐러드를 추가해서 들고 왔다.

생 애플망고 향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덜 했어도, 정말 오랜만에 비싼 돈 내고 먹는 애플 망고니까 맛이 없어도 맛이 있어야 했다. 망고향은 미미하였으나 샐러드 드레싱이 맛있었다. 오렌지 필이 살아 있는 마멀레이드가 섞인 상큼하고 달콤한 드레싱이었다. 마멀레이드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애플망고가 오렌지에 눌려서 향이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애플망고 천국인 북경이 그립지만 참는다. 그냥 이렇게 아쉬움만 달래 본다.  

브리오슈도레야말로 진짜 잠봉뵈르다운 잠봉뵈르가 있을 것 같은데 있고 있었다. 다음 주에 도전하자니 이미 추석이 코 앞이라 언제 갈 지 모르겠다. 브리오슈도레는 잠시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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