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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불편한 이케아 온라인 구매, 스코디스 페그 보드로 작업 공간 정리하기까지의 험란했던 길

d0u0p 2021. 6. 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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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작가는 아니지만 일단 시작을 했으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처음으로 접했던 수채화 보타니컬 일러스트에 관한 빌리 샤월의 책에서 수채화는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다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되도록이면 도구가 항상 펼쳐져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두고 수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는 내용을 보고 깨달은 바는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정말 오래 걸렸다.

버려야 할 미련과 취해야 할 도전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집이 넓었으면 더 쉬웠지 않았나 싶다가도, 집이 넓다고 모든 사람들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사는 것은 아니므로 집이 넓었다 하더라도 공간을 알차게 쓸 생각은 못 하고 어영부영 지냈을 것 같기도 하다. 좁은 공간 탓 하기를 그만 두고 적극적으로 환경 개선을 하겠다고 나서기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핑계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이제라도 어느 정도 정리가 마무리되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기분이 좋다.

지금은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 틀어 박혀 재택 근무도 불사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소규모 기업 직장인에게는 재택 근무 역시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하루 하루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야 책도 사고 물감도 사고, 아직 더 필요한 인테리어 소품도 살 수 있으니 꾹 참고 부지런히 출근하고 있다.  

이케아 제품을 이케아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처음으로 주문해 보았다.

공식적으로 이케아 제품을 구매할 루트가 마땅히 없던 예전에는 중간 업체를 통해서 침대도, 소파도 온라인으로 구매했고, 한 번도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이제는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니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구매 과정에 의외의 복병이 숨어 있었다.  

멀티 독서대도 설치하고, 팔레트를 고정할 거치대도 만들어 걸고, 벽 단장 까지 새롭게 끝낸 작업 공간에서 부족한 부분이라면 연습하는 도중 백색 소음을 내 줄 영상이나, 빌리샤월의 동영상 강의를 틀어 놓을 아이패드를 거치할 공간이 마뜩잖았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젊은 작가들의 모임에서 옥션으로 구매한 특별한 그림이 일반적인 종이가 아니라 나무 상자에 그려진 것이라 책상 앞에 두고 가끔 그 위의 공간을 작은 소품을 놓을 때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림도 제 자리를 찾아 주어야 하기도 하고, 아이패드를 거치할 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으니, 아이패드를 거치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던 것이다. 

하필 영상은 홍석천 님이 등장했던 전지적 참견 시점

언제부터인지 아이패드 프로에 사용하던 정품 키보드가 정상적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OS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따라갔더니 액세서리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만나게 되었다. 어느 쪽이 문제인지 아직 확인해 보지는 않았으나 지금은 키보드를 사용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기도 했고, 애저녁에 키보드는 누르는 촉지적 경험 역시 불만족스러워서 거의 커버로만 사용하고 있었으니 까짓 거 그냥 떼고 사용하면 그만이다. 액세서리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떴을 때 키보드를 떼지 않으면 메시지 창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 어떤 다른 동작도 할 수 없어서 정말 떼 놓고 사용하는 편이 편한 상황이다. 키보드를 떼면 아이패드는 스스로 설 수 없는 상태가 되니 거치대가 역시 필요했던 것이고, 책상 앞 벽에 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쪽 저쪽으로 찾아 보다 보니 이케아의 타공 보드를 찾아내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 IKEA ONLINE SHOP https://www.ikea.com/kr/ko/p/skadis-connector-white-10320794/

전에도 비슷한 제품을 쓰긴 했었는데 철판이라 무거웠고, 독립적인 스탠드형으로 사용하거나 벽에 걸 수만 있는 제품이라서 쓰다 보니 거추장스러워서 치워 버리고 말았더랬다. 다행히 이케아의 스코디스 페그 보드는 훨씬 가볍고, 벽에도 걸 수 있고, 옷장 안에도 걸 수 있고, 게다가 연결 부품을 사용하면 책상에 고정시켜 연결할 수도 있게 만들어져 있었으니 다른 제품을 찾아 보는데 품을 더 들일 필요가 없었다.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찾았지만 실제 구매에 성공해서 제품을 받는데까지 한 달은 걸렸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스코디스로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는데 단품도 있지만, 콤비네이션으로 구성해 놓은 것도 있으니 콤비네이션 중에 잘 선택하면 전체 보드를 쉽게 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각각의 콤비네이션을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보려고 했지만 재고가 없었다. 대체로 거의 모든 콤비네이션 종류가 재고가 없었다. 다들 재택 근무 하는데 필요해서 이미 다 팔린 것일까. 콤비네이션은 재고가 없으니 단품으로 하나 하나 선택해서 구매해야겠다며 단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중요한 책상에 연결할 수 있는 연결부품이 재고가 없었다. 그러니 1차 구매 시도는 여기서 그냥 접었다. 1차 구매 시도를 했던 때에는 벽을 뜯고 페인트를 칠하고 새로 보드를 붙이고 정신이 없던 때라 쉽게 마음을 접고 내려 놓을 수 있었고, 단장이 다 끝나고 나니, 책상 앞 공간이 다시 아쉬워졌다. 

처음 구매 시도를 하고 2주 쯤 지난 주말에 쉬면서 2차 주문을 시도했다. 온라인으로 재고를 다시 확인하니 용케도 재고가 있길래 신속하게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을 시도했는데 무슨 일인지 우편번호를 검색해서 주소를 넘기는 과정에서 계속 에러가 발생했다. 주말 내내 속이 탔다. 설마 집에서 가까운 광명에는 재고가 없고 기흥에 재고가 있어서 기흥 매장으로 주문을 넣었는데, 기흥에서는 우리 집까지 배송하기가 어려워서 주소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며 주말을 보냈고, 일시적인 오류일지도 모르니 출근해서 사무실 데스크 탑으로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지만 데스크탑에서도 여전히 같은 오류가 있었다. 망할. 1)

재고는 있지만 온라인 구매는 불가능했다. 매장으로 직접 갈 수도 있지만, 재고 찾아 기흥 매장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으니 다시 중간 업체가 눈에 들어 왔다. 이케아 스코디스로 검색을 하니 원래 주문하려고 했던 콤비네이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가 있었고, 물론 이케아에서 직접 주문하는 것보다 만 오천원에서 이만원 정도 더 비쌌지만 직접 재고 찾아 삼만리하는 것보다는 수고비라고 생각하고 중간 업체가 가지고 있는 재고를 주문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또 문제는 그 중간 업체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이 함정이었고, 그 업체에서도 개인이 주문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케아에 주문을 대신 넣는 것이었고, 이케아에는 재고가 없으니 그 업체도 제품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망할. 2) 

주문을 취소하기 전까지는 매일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고 주문을 시도하겠다고 했으니 진득하니 기다려 보려고 했지만 사흘쯤 지나 다시 주말이 다가올 무렵 이케아 온라인 사이트에 재고가 있는지 다시 확인을 하고 주문이 가능하면 다른 사이트에서의 주문을 취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케아 온라인 샵에서는 재고가 있으면서도 없는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 결제까지 가는 과정이 매우 귀찮은 일이었다. 가까운 매장에 재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다 담았는데 결제 진행을 하다 보면 그 중 몇 가지는 재고가 없으니 빼라고 했다. 몇 번을 반복하고 제품을 넣었다 뺐다 다른 물건으로 대체하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결과적으로 원래 사려고 했던 세트로 구성된 상품은 재고가 있다고 나와도 재고가 없어서 구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주 기본적으로 필요한 몇 가지만 담아서 구매에 성공하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커다란 보드 하나와 책상 연결 부품, 컨테이너 두 개, 아이패드를 받칠 수 있는 받침대 세트를 겨우 골라 담았다. 집에와 넓은 접시형 컨테이너는 역시 재고가 있지만 재고가 없어 구매할 수 없는 상태라서 살 수가 없었다. 일단 붓을 정리하고 자질구레한 소품까지 담아서 걸고 싶었는데 가로로 긴 컨테이너가 없으니 고민을 하다가 사무실 근처에 있는 다이소에 들러 네트망에 사용하는 바구니를 사들고 왔다. 

구멍에 맞지 않아도 철사를 요리 조리 움직이면 끼울 수 있겠지 생각하고 들고 왔는데, 철사가 생각보다 단단했고 고리 부분이 조금 길어서 꽂아 쓸 수 있게 만들려면 힘을 많이 써야 할 상황이라 아쉬운대로 맨 윗 부분에 꽂아 보니 너무 쏙 잘 들어가서 그냥 이대로 쓰기로 했다. 

보드에 자리가 남아서 스코디스 전용 선반을 하나 더 사서 걸어도 될 것 같다. 완성된 벽과 완성된 책상을 보니 마음이 너무 좋다. 다른 집에 온 것 같다. 정말 다른 집에 온 사람인 것처럼 책상만 정리해 놓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6월이 가기 전에 그림 한 장 더 그려 보자. 집게는 영영 못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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