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여의도 직장인 점심 : 가격은 가격이고 최애는 최애다, 신상처럼 반가운 샐러드 맛집, 마치래빗

d0u0p 2021. 5. 11. 08:00
728x90
반응형

농협빌딩 지하에 새롭게 식당가가 생겼다. 얼마 전에 도쿄 등심이 새롭게 매장을 오픈한다며 메시지가 왔는데, 위치가 농협빌딩이라서 어찌된 일일까 궁금했었지만 그나마도 깜빡 잊고 지냈다. 전에는 고깃집 하나가 지하 층 전체에 자리 잡고 있던 농협 빌딩 근처를 지나면서 드디어, 우연히, 푸드 스퀘어라는 간판에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일단 식당 이름들을 확인하고 내려갔다. 

아직은 입점된 식당이 많지 않은데다가 한가운데 자리는 휑하니 비어 있었지만, 그래도 김밥집과 샐러드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 반가웠다. 그 어느 식당들보다 일단 초근접 거리인지라 더 반가웠다. 

새털같이 많은 날이 남아 있으니, 방배김밥은 천천히 맛을 보기로 하고 일단 메뉴만 확인했다. 해물라면도 밀면도 방배김밥도 다 먹어 보고 싶지만 샐러드를 먼저 먹었다. 가로수길 골목 어디에선가 마치래빗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외진 골목이라 한 번 가 보고 말았고, 또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무슨 메뉴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도 상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도 꽤 유명하다고 했었던 것 같았으니 열린 마음으로 일단 신나게 먹기로 했다. 

마치래빗 메뉴

  • 심플 샐러드 : 두부 샐러드 6,500원 / 닭가슴살 샐러드 7,500원 / 비프 샐러드 9.000원
  • 라이스 보울 샐러드 (밥+스프+피클) : 두도(두부 라이스 보울) 8,000원 / 치도(치킨 라이스 보울) 8,000원 / 스도(스테이크 라이스 보울) 10,900원
  • 래빗 시그니처 : 해피 비건 14,000원 / 콥 15,500원 / 비바멕시코 16,000원 / 스태미나 19,000원
  • 온어샌드위치 : 닭가슴살 샌드위치 14,000원 / 새우샌드위치 16,000원 / 비프샌드위치 19,000원

매장에 들어서자 마자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보이는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하고, 선반 위에 나란히 앉은 목각 토끼들을 구경하며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비바멕시코 메뉴에는 고수가 들어가는데 괜찮으시겠냐고 물어 보셨다. 고수 때문에라도 선택한 메뉴였는데 무슨 그런 섭섭한 질문을 다 하실까, 고수는 다다익선, 듬뿍 주시면 정말 반가울 뿐이다. 비바멕시코가 저렴한 메뉴는 아니라서 살짝 고민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케일 사과 쥬스를 마실 수 있다는 반가움에 케일사과 쥬스도 함께 주문했더랬다. 

사무실에 돌아와 열어 보니 비바멕시코에는 지금까지 먹어 본 샐러드 중에 고수가 최고로 듬뿍 들어 있어서 신이 났다. 게다가 함께 들어 있는 케이준 새우는 오리지날 케이준 양념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맛이었다. 물론 케이준 스파이스를 어떻게 배합하는지도 잘 모르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일천구백구십사년 쯤 처음 TGI 붐이 일어났을 때 비싼 가격에 시큰둥해하는 나를 질질 끌고 간 친구가 정말 맛있다고 처음 추천했던 메뉴가 케이준 치킨 샐러드였고, 그 때는 나름 센세이셔널한 맛이었기도 해서 그 이후로도 한동안 TGI에서는 빼놓지 않고 주문하는 기본 메뉴가 케이준 치킨 샐러드였는데, 그랬던 케이준 치킨 샐러드는 이제 맛이 변했다. TGI가 빛이 바래서인지, 원가 절감 때문인지, 성의가 없는 것인지, 가장 최근이라고 해도 3년 전 쯤 먹었던 것 같은 그 케이준 치킨 샐러드는 예전의 케이준 치킨 샐러드가 아니었다. 짠 맛만 강하게 살아 있고 치킨은 모래알과 함께 씹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케이준 따위는 잊고 살았었는데, 마치래빗의 케이준 새우는 케이준 양념에 대한 인상을 다시 바꿔 놓는 맛이었다. 

케이준 새우에 고수, 할라피뇨, 게다가 매운 치뽈레 소스까지 어울려서 정말 너무 맛이 있었다. 매워서 콧물 찍찍 흘리며 열심히 먹었다. 땅콩 빼고는 다 좋았다. 땅콩을 빼고 싶었는데 키오스크에서는 불가능했고, 고수 물어보실 때 땅콩 얘기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 때에는 또 당황해서 깜빡하고 말았다. 병아리콩도 한가득인데 땅콩까지 먹으려니 힘도 들고 배도 불렀다. 콩 먹는 일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채소 양도 상당히 많아서 점심에 이 샐러드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했다. 반 쯤 먹고, 반은 네시 쯤 다시 먹었다. 정말 위하수 때문일까, 같은 메뉴를 한꺼번에 많이 먹는 일이 쉽지 않다. 요즘들어 출퇴근 시간을 변경해서 약간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있어서, 중간에 허기도 달랠겸 나머지를 먹었더니 오히려 귀가하기 전까지 든든해서 좋았다. 사과 케일 쥬스도 함께 마셨으니 양이 더 많았었을지도 모르겠다. 사과 케일 쥬스는 너무 세상 건강한 맛이라 깜짝 놀랬는데, 일단 사과가 달지 않은 사과였을 것 같고, 달지 않다고 설탕을 추가로 넣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 놀랬다. 어떻게 늘 달콤한 사과만 있을 수 있겠나 싶었지만 약간 섭섭하기는 했어도 단 맛 좋아하지 않는 나는 신나게 잘 마셨다. 

적어도 위가 반으로 접혀 있는 나에게는 두 번에 나눠 먹을만큼 많은 양이라 하더라도 16,000원은 한 끼 식사라 하기에는 무서운 가격이니까 저렴한 버전으로 한 번 더 먹어 보겠다는 마음으로 한 번 더 갔는데, 케이준 새우의 유혹을 참을 수가 없었고, 저렴한 두부 샐러드에 케이준 새우를 추가하는 순간 이미 12,500원이 되었으니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베이컨도 넣고 샐러리도 넣어 주문했다. 

그러나, 카운터에서 샐러리가 없다고 했다. 샐러리와 고수 중에 고민하다가 샐러리를 선택했으니 대번에 고수로 바꾸기로 했다. 심지어 고수가 200원인가 300원 더 비싼 가격이었지만 일단 없는 재료 대체해 주시는 상황이라 별도 추가 요금 없이 그냥 바꿔 넣어 주셨다. 취소 후 결제는 다시 카운터에서 해주시려나, 키오스크에서 주문하지 않고 카운터에서도 주문은 받으시는 것 같았는데 대면 접촉이 위험한 시절이니 키오스크가 마음이 놓이는 부분도 있지만 키오스크 주문에는 여전히 구멍이 있다. 부분 취소 및 재결제 프로세스는 결국 사람이 필요한 부분일까 궁금하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케이준 새우를 포기하고 두부샐러드에 베이컨과 버섯, 올리브를 추가해했고 10,300원을 결제했다. 여전히 한 번에 다 먹지 못해서 오후에 나눠 먹었다. 두부 샐러드에는 오리엔탈 드레싱이 기본으로 되어 있는데 오리엔탈 드레싱마저 맛이 있다. 피자집에서 올리브 추가하면 피자 한 쪽에 고작 두 어개 더 올려 주는게 기본이라 이렇게까지 넉넉하게 넣어주실 줄은 몰랐다. 두부 샐러드만 먹게 되면 짠 맛이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굳이 베이컨, 올리브, 케이준 새우 같은 짭조름한 토핑을 추가해 보고 있는데 올리브가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당황했다. 

오늘 처음 넣어 본 버섯 토핑도 맛이 있었고, 자꾸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 보고 싶어서 한동안은 투썸플레이스의 저렴한 샐러드는 찾지 않을 것 같다. 투썸플레이스 샐러드도 가격 대비 훌륭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냉장해두고 판매하는 샐러드라, 주문했을 때 토핑을 바로 따뜻하게 조리해서 얹어 주는 마치래빗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가격도 더 비싼 것이겠지만, 그만큼 또 맛이 있으니 먹지 않을 수가 없다.

2021.03.23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지갑도 함께 홀쭉해지는 다이어트 메뉴, 샐러드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지갑도 함께 홀쭉해지는 다이어트 메뉴, 샐러드

샐러드가 언제부터 이렇게 비쌌나, 비싼데만 골라 다녀서 그랬나, 메뉴를 정리하며 반성하고 있다. 지갑이 홀쭉해지는 만큼 몸도 홀쭉해 지면 좋겠는데, 몸이 마음 같지만은 않다. 대륙의 기운

d0u0p.tistory.com

2020.05.29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삼고초려해서 새우샐러드 먹기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삼고초려해서 새우샐러드 먹기

탄수화물 및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무기질 및 비타민 섭취를 높이기 위해 식단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퍽퍽한 닭가슴살 대신 좋아하는 새우를 넣은 새우 샐러드를 찾아 먹기 시작

d0u0p.tistory.com

10G의 크고 싱싱한 새우가 들어 있는 쉬림프 샐러드 역시 이제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만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