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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필요할 때에는 앞산분식

d0u0p 2021. 4.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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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쪘다. 너도 나도 코로나 때문에 확찐자가 되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한 번도 신체 충실 지수가 정상인 적이 없고 마른 사람으로 지냈는데 드디어 정상인이 사람이 되었다. BMI 지수로만 보면 지극히 정상인데, 전에 입던 바지 입구가 비좁아 입을 수 없게 되어 유명 SPA 브랜드에 새 바지를 구매하러 갔더니, 지극히 중간 사이즈라고 생각되는 M 사이즈 바지도 모두 내 허리와 허벅지보다 작아서 입을 수 없었다. 분명히 정상 체중인데 왜 입을 수 있는 바지는 L 사이즈 밖에 없을까, 정상 체중인데 정상 사이즈인 중간 사이즈를 입기 위해서는 다이어트를 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다. 

2021.02.04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분식 잔치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분식 잔치

마녀김밥은 김밥도 맛있고 떡볶이도 맛있지만 막상 분식 잔치를 열기에는 메뉴 구성이 애매하다. 둘이서 김밥 한 줄 떡볶이 한 줄을 주문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고, 김밥을 두 줄 주문하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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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식단이라는 키토식 김밥을 파는 분식집에는 다이어트 메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의 끝판왕인 떡볶이가 늘 함께 존재감을 뽐내며 유혹하는데, 어떻게 안 먹을 수 있나, 그냥 김밥이라도 키토식으로 먹고 죄책감을 조금 덜어낼 뿐이다. 다이어트는 아직 멀었다. 바르다 김선생의 지글지글한 식감이 있는 키토식 김밥은 새우 튀김이 들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크게 감흥이 없었고 달걀 지단이 주는 어색한 느낌이 더 컸다. 키토 김밥 따위 집어 치우고 그냥 가락 떡볶이나 실컷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컸던 그런 점심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에 문을 연 현대 백화점 식당가에 대구에서 유명하다는 앞산 분식이 입점했고, 키토 김밥이 있으며 맛도 있다고 해서 벼르다가 드디어 유자 샐러드 김밥을 먹었다. 일찍 찾아가지 않고 굳이 벼르다가 갔다는 것은 다이어트가 그만큼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햄버거에 더 끌렸다. 게다가 막상 앞산 분식 앞에 도착해서 메뉴를 보니 다이어트를 위한 키토 김밥만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교토에 갔을 때에도 식빵 사이에 튀긴 소고기를 끼운 가츠산도가 유명하다는 카페에 들러서 커피만 마시고 돌아왔었는데, 새우 백 마리를 다져 넣었다는 백에비산도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새우는 사랑이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심사숙고할 겨를도 없이 유자샐러드 김밥과 소불고기 한쌈 김밥, 백에비 산도까지 골고루 주문하고야 말았다.  

더 현대 서울 앞산 분식 메뉴

  • 소불고기 한쌈 김밥 6,000원
  • 백에비 산도 11,900원
  • 더블참치마요 김밥 6,000원
  • 홍게살 샐러드 김밥 6,500원
  • 유자 샐러드 김밥 6,500원
  • 더블 새우 튀김 김밥 6,000원

정말 다이어트가 목적이었으면 이 중 나름 키토식을 표방하는 유자 샐러드 김밥과 홍게살 샐러드 김밥만을 먹어야 했지만, 그래도 처음이니까 시그니처 메뉴라는 백에비산도를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자 샐러드 김밥은 정확히는 유자향 단무지와 샐러드가 함께 들어있고 밥이 없는 김 달걀말이라고 해야겠지만 뭐 이름은 붙이는 사람 마음이니까 유자 샐러드 김밥이 맞다. 향긋한 유자향이 즐겁고 고지방식 답게 고소한 마요네즈 풍미가 어우러져서 맛이 있었다. 오리지널 마요네즈의 맛을 본 지 오래되서 그런지 훨씬 고소한 느낌이었다. 우리 집 마요네즈도 이런 맛이었나 싶을 정도였고, 확실히 달걀이 포근하고 부드럽게 씹혀서 좋았다. 에비산도는 세 개가 들어 있었는데 마음은 혼자 다 먹고 싶었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양이 부족할가 싶어 함께 데려온 소불고기 한 쌈 김밥도 먹어야 했으니까, 에비산도는 하나만 먹었다. 소불고기 쌈밥이 아쉽지만 일반적인 소고기 김밥과 큰 차이가 없었고, 그 큰 차이가 없다 함은 소고기 특유의 기름냄새가 솔솔 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메뉴를 교차 선택하려다 보니 참치나 홍게살 샐러드 김밥은 유자샐러드 김밥과 대동소이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소불고기 쌈 김밥을 선택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고기 들어간 김밥은 그냥 바르다 김선생의 제육쌈 김밥이 제일 나은 것 같다. 고기 잡내도 많이 나지 않고 매콤 달콤한 양념이 잘 어울려서 좋다. 요즘은 매운 멸치 김밥에 꽂혀서 매운 멸치 김밥만 먹느라 잊고 있었다. 

저탄고지 식단이 굳이 꼭 필요하다면 유자샐러드 김밥 하나를 먹기 위해 앞산 분식에 갈 수는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는 무슨 다이어트인가, 그냥 백에비산도나 실컷 먹고 매콤한 가락 떡볶이나 실컷 먹고 싶다. 열심히 걸어 다니며 운동해 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냥 라지 사이즈 옷 새로 사 입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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