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여의도 직장인 점심 : 식후 커피 마시기, 더 현대 서울 블루보틀과 카멜커피 웨이팅 도전

d0u0p 2021. 3. 16. 08:00
728x90
반응형

점심을 먹으면서 현대 식품관 앱을 열어 보았다. 앱에서 웨이팅 예약이 가능한 청담 카멜커피에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는데, 열 두 시 십이분에 이미 69팀, 142명이 대기중이라 망설여졌다. 웨이팅 신청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그 순간에 대기가 늘어나 신청이 완료된 순간에는 79팀, 164명이 되어 있었다.

카멜 커피에서 적어도 백 육십 네 잔의 커피를 주문 받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궁금했다.

일단 웨이팅 신청은 했고, 164명이나 기다려야 하니 못해도 한 시간은 걸리겠지 예상을 하고 오후 한 시 반 쯤에 사무실에서 출발해 보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에 순서가 지나가 버린다면, 그래도 일단은 164명의 대기 인원을 소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어림짐작할 수 있으니 다음에 활용할 수 있겠다며 기다려 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순서가 지나가 버릴까봐 불안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정했던 출 발 시간 보다 일찍인 한 시 십 분이 조금 지났을 때 입장해 달라는 알림이 왔다. 3분 이내에 입장하지 않으면 웨이팅이 취소된다는 메시지가 함께 있었고, 사무실에서 700m 쯤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매장까지 뛰어 가도 3분 안에는 입장을 할 수 없으니 포기하고 그냥 새로 웨이팅 신청을 한 번 더 했다.

두 번 째 웨이팅 신청을 했을 때에도 비슷한 수준의 대기 인원이 남아 있어서 이번에는 한 시간을 꽉 채우지 않고 미리 가기로 했다. 두 시 쯤 출발해서 매장 앞에 가 보니 줄이 있긴 있었는데 사람이 많아 보이지는 않아서 예약을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줄을 설 수 있나 궁금해서 줄 끝으로 가 보니, 끝에서 줄 서기 전 웨이팅 신청한 내용을 확인하시는 분이 계셨다.

웨이팅 신청을 앱에서든 현장에서든 일단 하고 나서, 알람이 오면 그 때 줄을 설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줄을 설 때 굳이 일 번이 맨 앞에 들어가서 서 있어야 하는 규칙이 있는 건 아니고 융통성 있게 10번, 20번 단위로 끊어서 호출을 하고, 도착하는 대로 알람을 확인하고 줄을 서서 매장 앞에서 잠깐 줄 서서 기다렸다가 주문하는 형태였다. 곤지암 화담숲 모노레일이 생각났다. 거의 동일한 형식으로 예약과 대기 후 탑승이 이루어진다. 처음 174번 알람을 받았을 때 포기하지 않고 서둘렀으면 줄을 설 수는 있었을 것 같기도 했다. 3분 이내 입장이라고 안내를 하지만 10분 정도는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처음 줄 끝에 도착해서 확인했을 때에는 아직 240번대라며 알람 울리면 그 때 오시라길래 얼마나 더 오래 기다릴지 또 막막해서 식당가 한 켠에 숨은 빈 자리가 반가워서 자리에 앉았더니, 앉아서 외투 한 번 풀썩이자 마자 알람이 오는 바람에 여유라고는 전혀 즐길 겨를 없이 다시 가서 줄을 섰다. 

날씨가 애매해서 따뜻한 커피는 덥고, 차가운 커피는 추울 것 같은 상황이라 고민을 했지만 백 퍼센트 동물성 생크림과 에스프레소의 조합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따뜻한 편이 나을 것 같아 일단 따뜻한 카멜 커피를 주문했다. 

기다리다 보니 지하 식당가는 답답하고 더워서 커피를 받자 마자 바깥으로 나왔는데, 이 자리에서 잠시 쉴 때 커피를 홀짝 마셔 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굳이 편하게 앉아서 마시겠다며 사무실까지 힘차게 커피를 들고 와 열어보니 생크림의 흔적이 온데 간데 없이 (물론 맛이야 자판기 커피보다는 나았지만) 사라져 눈으로 보기에 설탕만 빠졌을 뿐인 자판기 크림 커피와 하나 다를 것 없는 커피가 들어 있었다. 

망했다. 매장에서 커피를 내 주실 때에도 섞지 말고 그대로 커피와 크림을 함께 드시라고 했는데, 이미 크림이 없는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섞어 마신 셈이 되었다. 생크림의 시원하고 고소한 느낌은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 없는 기름진 커피였다. 아이스였으면 멀리 들고 와도 괜찮았으려나, 날씨 조금 더 따뜻해지면 아이스로 도전해봐야겠다. 카멜커피는 이런 비주얼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리고 신나는 금요일, 점심 메뉴를 찾아 볼까 해서 식품관 앱을 열어 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웨이팅 신청할 수 있는 매장 목록에 블루보틀이 있었다. 

 

방문객이 너무 많고 방역 수칙 무시한 줄 세우기 때문에 드디어 앱으로 예약이 가능한가보다 생각했는데, 3월 5일 금요일 이 날 딱 하루 앱에서 블루보틀을 예약할 수 있었고, 그 이후로는 다시 목록에서 블루보틀은 찾을 수 없었다. 하루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한 것이었는지, 이후에는 그다지 붐비는 일이 없어서 앱에서 뺐는지, 아니면 전략적인 이유로 줄 세우기가 필요해서 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H포인트 적립도 안되는 협력사라 앱에 등록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기라도 하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안보이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앱에서 웨이팅 예약이 불가능하고 불편하다. 물론 앱에서 웨이팅 예약하는 기능은 백화점 내에 있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유용한 기능이라 이렇게 백화점 밖에서 예약해 놓고 기다렸다가 커피만 쏙 받아오는 손님이 백화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근무 중에 잠깐 시간 내서 맛 있는 커피 한 잔 뛰어 가서 들고 와야 하는 일반 직장인의 애환도 배려해 주면 고마울 것 같다. 

블루보틀에서는 얼마나 기다려야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앱으로 웨이팅 예약한 날, 카멜커피와 마찬가지로 대기인원이 얼마나 빨리 줄어드는지 궁금해서 그 날 하루 열심히 지켜 보기는 했다. 

첫 번 째 예약을 했을 때 63팀, 127명이 대기중이었고 역시 예상했던 시간보다 입장 알람이 빨리 울렸는데 다행히 점심을 일찍 먹고 점심 시간 여유가 남은 상태인 12시 15분이라서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고 서둘렀다. 혹시 너무 늦었다고 거절당할까봐 예약을 한 번 더 해 놓고 서둘러서 매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가 막 10분 쯤 지난 무렵이었는데, 그 때 입장을 알리는 알람이 한 번 더 울렸다. 융통성 있게 조정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1호점이 생겼을 때 텀블러를 사고 싶다고 떼 쓰는 바람에 팀장님이 이 쪽 저 쪽으로 구해 주신 텀블러가 이미 집에서 굴러다니고 있어서인지 MD에는 크게 마음이 쏠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걸음을 또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니 떡 본김에 제사 지내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값 비싼 기념 뱃지 하나와 언젠가 한가해지는 날 방문하겠다며 시큰둥하고 있는 동생에게 가져다 줄 싱글 오리진 더치 캔 하나를 추가로 구매했다. 

이른 봄인데도 더운 날씨에 팀장님은 밋밋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드셨고, 사무실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얼음이 또 죄다 녹아 버려서 더 밋밋해서 더 감동이 없었고, 진하고 고소한 플랫화이트를 마셔 보겠다며 지브롤타를 주문했는데 초강력한 쓴 맛에 깜짝 놀라 팀장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바꿔 마셨다. 

나중에야 커피 좋아하는 남동생이가 치커리 뿌리와 섞어서 내린 뉴올리언스가 맛있는 메뉴라고 알려줘서 기회를 한 번 더 노려야 했다. 앱으로 예약 신청도 안되는 상황이니 오픈 시간에 맞춰 가는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 주 불금을 불태울 생각으로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 백화점 문 앞에 이미 대기중인 손님들이 많았고 오픈하고 5층 블루보틀 매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딱 봐도 앞으로 50명 정도는 이미 줄을 서서 웨이팅 신청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옆 매장에 들러 점심도 사야 했으니 일단 웨이팅 신청을 했다. 줄이 길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아찔한 마음도 있었는데, 두 줄로 분리해서 전화번호를 넣으니 생각보다 웨이팅 신청은 빨리 끝났다. 웨이팅 신청만 빨리 끝났고 커피를 주문하는 줄에 들어가는데까지는 다시 25분 쯤 기다렸다. 지금 보니 25번이었는데, 단순하게 계산하면 1분에 한 팀, 전 주 금요일에 앱으로 예약했을 때에는 63팀이 35분밖에 안 걸렸던 것은 아마도 앱으로 예약을 받아서 63팀 중 절반 정도가 허수였기 때문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맞는 계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수학이고 통계고 너무 몰라서 확신할 수가 없다. 수학을 잘 했어야 했다. 어릴 때는 이게 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했지만, 잘하면 여러 모로 유익하다. 

뉴올리언스를 받는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픈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나서서 웨이팅을 걸고 기다리는 동안 버거를 주문해서 받고 다시 커피를 받아서 사무실에 다시 도착하는데까지 꼬박 한 시간이 걸렸고, 열 한 시면 이미 증권사 및 금융사 점심 시간이 시작되는 시간이라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침부터 기운 쓰고 허기에 지친 나머지 뉴올리언스는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제일 맛있는 메뉴라더니 맛이 없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또 한 시간을 투자해서 굳이 이 라떼를 마시러 블루보틀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브롤타가 맛있었다면 뻔질나게 줄 서러 갔을 수도 있는데, 라떼는 불호 아이템이라 다행이다. 궁금해서 도전해 봤을 뿐이다. 가 본 사람들은 맛도 없는데 뭐하러 줄 서러 가냐고 하지만, 맛이 없다고 말 할 수 있는 건 이미 가 봤기 때문이고, 맛을 본 적도 없는데 맛이 있네 없네 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 가 봤을 뿐이고, 각자의 취향이 다 다르니 내 입에 맛없다고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내 입에 맛있었다고 무작정 추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각자 알아서 해야지. 더운 날 여유 넘칠 때 아이스크림 동동 띄워주는 놀라 플로트는 한 번 마시러 가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