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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더현대서울 햄버거 투어

d0u0p 2021. 4.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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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석 구석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버거 브랜드가 한 데 모여있으니 투어를 안 할 수 없다. 일주일에 한 군데씩 들러서 버거를 먹었다. 굳이 맛 집을 찾아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이 이제는 드물어서 이렇게 한 데 모여 있으니 호기심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편했다. 

건강한 햄버거, 번패티번

저온 숙성한 100% 소고기 패티와 그 날 구운 건강한 브리오슈 번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 날 구운 번이라면 맛도 좋고 풍미도 살아 있는 폭신한 상태일테니 빵의 상태는 건강한 것이 맞는데, 몸에 건강한 빵으로 착각할 뻔 했다. 정제된 탄수화물의 집약체인 빵이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 스크램블 버거 5,900원
  • 치즈버거 6,900원
  • 베이컨 치즈 버거 7,900원
  • 해쉬브라운 버거 8,500원
  • 닭가슴살 치킨버거 7,300원
  • 닭다리살 치킨버거 9,800원
  • 번패티번 버거 9,300원
  • 트러플 머쉬룸버거 9,800원
  • 과카몰리버거 9,800원
  • 포테이토 쉬림프 버거 10,800원
  • 플래터(그린샐러드, 어니언링, 소시지, 치즈프라이, 아메리칸윙, 소스) 18,900원

그래도 빵은 확실히 건강했다. 폭신한 느낌이 살아 있었고 고소한 풍미도 솔솔 풍겨서 좋았다. 패티도 물론 맛이 있었다. 매장에 가기 전에 메뉴를 한 번 훑어 보고 갔는데, 딱히 특별해 보이는 메뉴는 없어서 심드렁했던 것도 사실인데 매장에 있는 메뉴판 사진을 직접 마주 하고 보니 느낌이 달랐다. 다 맛있어 보였다. 

현대 식품관 앱에서 테이크 아웃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불가능했다. 테이크 아웃 주문이 가능한 매장 목록에 번패티번이 나와 있어서 주문을 넣고 결제까지 했는데 오픈 시간 전이라 그랬는지 바로 자동 취소되어 버렸다. 오픈 시간 전이라도 시간 예약을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고 착각할 만하게 앱이 구성되어 있어서 시간을 넣고 예약을 했는데 대뜸 취소가 되어 버려서 황당했다.

현대 식품관 앱은 도무지 일관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어느 때는 예약이 되다가, 어느 때는 대기만 되다가, 어느 때는 아무것도 안되고, 예약이 된다 해도 날짜가 제한적이거나, 테이크아웃도 예약이 될 것처럼 보여도 예약이 안되거나, 수시로 앱을 그 때 그 때 확인해야 예약이든 뭐든 할 수 있다. 번거롭기 짝이 없다.

오픈 시간에 맞춰 버거를 사러 가면서 다시 한 번 앱을 확인했는데, 열 시 반에 테이크아웃 예약을 하면 열 한 시 반부터 픽업이 가능하다고 표시되어 있었고 이미 사무실을 나와 버린 터라 다시 돌아가기도 어려워서 테이크아웃 예약 없이 그냥 매장으로 갔다. 아마도 테이크 아웃 예약 가능한 시간은 기본적으로 한 시간 이후로 설정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매장에서 직접 시그니처인 번패티번과 트러플 머쉬룸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블루보틀에서 볼 일도 다 해결하고 시간 맞춰 버거를 받아 나오는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직장인이 한 시간 씩 자리를 비우려면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배 채우려고 햄버거 사 들고 오는 사이에 내 책상이 사라지는 모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다소곳한 번으로 덮인 버거는 메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외관이 비슷해서 조금 당황했는데, 한 쪽 버거에 급하게 쓴 것 같은 트러플 머쉬룸 버거 표시를 보니 안도할 수 있었다. 예쁜 손글씨 스티커 붙어 있으면 좋겠는데, 내가 만들어 드릴 수는 없으니까 급한 마음이 묻어 있는 글씨로 만족하자. 

트러플 머쉬룸이 생각보다 강하게 오일오일해서 하나를 다 먹기는 어려운 느낌이었다. 열심히 반 씩 잘라서 팀장님과 나눠 먹기를 잘 했다. 패티 없는 스크램블 버거도 궁금하고, 과카몰리, 닭다리살, 플래터까지 다 궁금하다. 혹시나 양이 모자랄까 싶어 어니언링도 함께 주문했는데, 어니언링은 생각했던 것 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정말 그 옛날 일본 브랜드 수제 버거집에서 칠리 소스 찍어 먹던 어니언링보다 더 맛있는 어니언링이 없어서 아쉽고, 안타깝다. 감자 튀김보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데 왜 어니언링을 맛있게 만들지 않는 것이냐며 칭얼거려 본다.  

맵짠 기름 좔좔 르프리크 캐주얼

성수동이라면 대략 15년 전 쯤 무슨 은행 프로젝트 때문에 억지로 출퇴근 했던 안좋은 기억만 있는 멀고도 먼 동네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고 듣기만 했지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동네인데, 그곳에서 인기몰이중인 르프리크라는 식당의 캐주얼 버전을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호기심을 해결할 겸 찾아가 보았다. 르프리크 역시 현대 식품관 앱에서 테이크 아웃 가능한 식당 목록에 보이기는 하는데 비활성화된 상태로 보여서 메뉴를 확인하기조차 어려웠다. 또 하는 수 없이 직접 가서 주문해서 받아왔다.

  • 내쉬빌 핫치킨 26,800원
  • 내쉬빌 핫치킨 Half 15,800원
  • 핫키친&칩스&치폴레마요 17,600원
  • 핫치킨&칩스&트러플마요 18,600원
  • 내쉬빌 핫치킨버거 9,800원

버거는 내쉬빌 핫치킨 버거 한 종류 뿐이라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대체로 평일에는 백화점 오픈 직후 시간에 맞춰 가면 쉽게 포장해서 들고 올 수 있어서 굳이 앱으로 예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없는 시간 쪼개서 사용하는 직장인을 긍휼히 여긴다면 테이크 아웃 가능한 식당 목록 좀 늘려줬으면 좋겠다. 

맵기 정도가 3단계까지 구분되어 있고, 2단계 정도면 신라면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서 3단계를 먹으면 불닭 수준 쯤 될 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2단계는 안 먹어 봤으니 모르겠고, 3단계는 신라면과 비슷하면서 약간 더 매울 듯 말 듯 애매한 수준이지, 불닭이나 빨계면 수준은 전혀 아니라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워낙 코울슬로를 좋아해서 가득 들어 있는 적양배추 코울슬로가 무척이나 반가웠고, 바삭한 치킨과 고소한 번이 첫 입에는 꽤 괜찮았다. 맛있으니까 너무 놀라지 말라고 패키지에 적혀 있었는데 의외로 마지막 한 입을 먹어 치울 수 없었다는 점에서 조금 놀라긴 했다.  

밀크 번이 폭신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물씬 나긴 했는데, 너무 폭신해서인지 치킨 패티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바닥에 있는 번이 흠뻑 흡수해 버려서 마지막 남은 한 입을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치킨이 기름지다 보니 코울슬로가 시큼한 맛이 강한 편인 것 같은데 계속 먹다 보니 질리는 느낌이 있었다. 내쉬빌 핫 치킨 버거는 맘스터치 가서 먹어야겠다.  

유니크 클래스 클럽, 폴트버거

h포인트 앱을 설치하고 나면, 백화점 인근에 근무중인 직장인임을 인증받아 가입하는 일종의 멤버십 클럽이 있는데 그 클럽에 가입이 되면 매 달 몇 가지 쿠폰이 발행된다고 한다. 첫 달인 3월에 받은 쿠폰 중 하나가 폴트 버거의 10% 할인권이었다. 쿠폰에 있는 브랜드 이름을 보고 햄버거가 있으니 챙겨 먹어겠다 했었는데, 막상 주문하러 갔을 때에는 할인 쿠폰의 존재를 까맣게 잊는 바람에 그냥 정가로 사먹었다. 밤 늦게 물감 치우면서 수도꼭지 잠그는 걸 까맣게 잊고 새 벽 세 시까지 물이 졸졸 흐르게 만드는 사람이 쿠폰의 존재 쯤이야 잊을 수 있다.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지나가면서 봤을 때 폴트 버거 앞에 줄이 길어서, 폴트 버거를 먹기로 한 날은 긴장하고 오픈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갔다. 덕분에 부끄럽게도 일등으로 버거를 받아 나왔다. 

  • 싱글치즈버거 6,800원
  • 폴트버거 8,800원
  • 크레올 치킨 버거 8,800원
  • 더현대 더블 버거 10,800원
  • 슬로피 버거 10,800원
  • 아보카도 쉬림프 버거 12,800원
  • 프라이즈 3,900원
  • 치즈 프라이즈 4,900원
  • 폴트 프라이즈 5,900원
  • 슬로피 프라이즈 6,900원
  • 버팔로 윙즈 6,900원

시그니처인 폴트 버거와 아보카도 쉬림프 버거를 주문했다. 기다리면서 인테리어를 둘러 보는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 나중에 사무실에서 패키지를 들여다 보았을 때, 인생의 언어를 차용하는 테니스를 테마로 한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Nicce Fault! Your Fault is Great! 중의 더하기 중의 컨셉인가보다. 

모든 실수가 다 위대하지도 않고, 나이스하지도 않지만 가끔은 격려가 될 수는 있겠다. 실수해서 빡칠 때 먹으면 좋겠다. 버거는 둘 다 맛있었는데, 세 군데중 번이 버석거리는 느낌이 조금 있었는데 한참 식힌 후에 먹어서 그럴지도 모르겠고, 번 자체가 간간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간간함은 또 다 개인취향이니 모르겠다. 미리 후기를 봤을 때에는 폴트버거가 밋밋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밋밋한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굳이 셋 중 또 뭘 먹겠냐고 하면 현대백화점의 다른 지점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번패티번이라 다행이다. 굳이 성수동이나 도산 공원, 한남동까지는 안가도 되겠다. 테이크아웃 예약 주문이나 제대로 됬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목록에 준비중이라고만 띄워 놓을 작정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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