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은 다이아몬드 악세서리보다 노트북이 더 중요하다.
리퍼브 프로모션으로 구매했던 2015년 형 맥북 프로를 그동안 닳고 닳도록 잘 쓰고 있었지만 유투브를 시작하고 나니 하드 디스크 용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동영상 내보내기를 할 때면 우리 맥북이는 자신이 프로라는 것을 잊지 않고 굉음을 뿜어내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티를 냈는데, 그러다가 언젠가 갑자기 과로사하실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곤 했다.
2019/07/05 - [USING] - 유투브는 하고 있는데, 맥북프로는 이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러나 새 노트북으로 바꾼다고 해서 내가 영상 촬영을 전에 없이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 일단 마음을 비우고 물건을 사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에 더 집중해 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근을 가야 했다.
회의하는 자리에서 만들어둔 이미지를 함께 보려면 노트북이 필요했다. 사실 회의하러 가기 전에 파일은 미리 보내고, 회의 주최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대부분 여건에 맞게 준비를 해 두시니 따로 내가 파일이나 노트북을 준비해 갔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이번에는 일정과 계획부터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머나 먼 길, 굳이 콕 집어 말하자면 지방같지 않지만 그래도 서울은 아닌 그 곳으로 오라 하시니 간단하게 계획을 정리해서 보내드렸는데, 예정에 없었던 일인데 사장님도 회의에 함께 참여하신다며, 노트북을 가져 가지 않을 예정이면 프린트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 하시길래 군말없이 일단 파일을 인쇄하기로 했다. 이미 메일로 오간 내용이 있고 회의실 여건도 모르는 상황에서 노트북을 가져갈지 말아야할지 궁리하는 것보다는 일정에 관련된 회의니 인쇄물이면 충분하겠다 싶어서 시원하게 인쇄해서 들고 갔다. 물론 회사에서 사용중인 노트북은 어디 내놓기에 조금은 부끄러운 외관을 가지고 있으며 성능도 신통치 않아서 그 노트북을 들고 나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회의실에 도착해 보니 메일로 보냈던 파일을 바로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상태였기때문에, 가져간 인쇄물은 우선 노안 오셨을 법한 분들에게 먼저 선착순으로 나눠 드리고 회의를 했다. 사실 인쇄물만 가지고 맨 손으로 갔던 것은 아다. 나도 챙겨 볼 내용이 있고, 노트할 내용이 있으니 보통 다른 프로젝트 때에도 문서는 별도로 PDF로 만들어 아이패드에 담아 애플펜슬을 챙겨 들고 가볍게 다녀오곤 했으니 이번에도 똑같이 아이패드는 따로 준비해 들고 갔었다.
계획 회의 이후에 작업한 이미지로 다시 협의를 해야 해서 회의길에 또 나서게 되었는데,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게 갑도 을도 아닌 병의 본분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회의길에 나섰다. PM이 알아서 미리 챙겨 주면 좋지만 보통은 본인 일이 바쁘니 저 쪽 내용 토스, 이 쪽 내용 토스하는 경우가 전부라 이번에도 회의 한다, 언제 가능하시냐가 전부였고, 뭐 굳이 시시콜콜 물어 보느니 그냥 만반의 준비를 해 가면 될 일이라 노트북 지참 여부같은 시시한 질문은 재차 하지 않았다. 메일도 미리 보냈겠다, 클라이언트가 보여 주면 그걸로 보면 되고, 없으면 내 노트북으로 연결하면 되는데 다만 사무실 노트북은 후져서 들고 가기 싫었고, 개인 노트북인 맥북을 들고 가자니 프로젝터 연결하려면 별도의 젠더가 필요하니, 결국 젠더가 없어서 화면에 연결하지 못할수도 있을 것이라는 구시대적인 망상으로 유에스비 파일까지 따로 준비해 갔는데, 도착한 회의실에는 에어플레이로 화면을 간단히 연결해 주는 최첨단 애플TV가 준비되어 있었다. 사실 지난 번 회의 때에도 애플TV가 있었던 것이었는데, 테이블 위에 HDMI 케이블이 나와 있어서 일반적인 스마트 TV쯤 되겠거니 하고 지나치고 말았던 것이다. 아이패드에 준비해 간 문서도 연결할 수 있었을텐데, 보면서 밑줄도 좍좍 그으면서 회의할 수 있었을텐데 그걸 모르고 지나쳤다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두 번 째이자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그 회의에서는 준비해 간 맥북으로 간단히 화면을 연결해서 굉장히 신속하게 회의를 마무리하고 돌아올 수 있었고, 돌아와서는 팀장님에게 맥북으로 바꿔달라 하루 종일 징징댔다. 가능하면 사장님께도 틈틈이 어필하고 싶지만, 사실 월급 더 받고 좋은 컴퓨터로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보다는 일을 최대한 덜 하고 싶은 게으른 마음이 굴뚝이니까 참는다. 요즘 어도비 툴이 점점 무겁게 업그레이드되고 있어서인지 오브젝트 하나를 가로로 이동시키는 일만 시켜도 컴퓨터가 손을 못 따라온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한데 용케 잘 참고 있다.
개인 노트북으로 회의는 잘 하고 돌아 왔으나 이 맥북 프로는 한 번 들고 나가면 무거워서 다음 날 온 몸이 아팠다. 들고 나가기만 하면 무게에 매여 의욕적으로 계획했던 외출 계획에서 반 이상은 취소하고 귀가하기 바빴다. 물론 운동을 안한 탓도 있었겠지만, 노트북 가방이 어깨끈이 없는 형태라서 더 불편했던 것도 있다. 순전히 무게 때문에 불편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벼워지고 싶었다. 아이패드만큼 가벼운 노트북 가방에 쏙 넣어 다니고 싶었다.
동영상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묵직한 작업을 할 일이 생기면 그 때는 책상 위에 아이맥을 들여 놓던가 하기로 하고 일단 가벼운 맥북 에어를 살펴 보기 시작했다. 기본 사양에서 CPU나 메모리, 하드디스크 모두 업그레이드해서 구매하면 일반 맥북 사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가격이 되지만 보상 판매가 가능한 프리스비에 가져가면 업그레이드 비용은 보상가로 퉁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작년에 보상판매를 염두에 두고 디스크는 미리 정리해 두었으니 최근 추가된 사진들만 정리하면 되는 상황이었고, 미리 인터넷으로 보상가를 확인하고 길을 나섰는데, 잠깐 다른 볼 일을 보는 사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쓰던 맥북프로는 정확히 코어는 모르겠으나 i7이고, 맥북 에어는 기본 사양이 쿼드코어지만 i5라서 숫자로만 보면 에어가 확실히 사양이 낮으니 어지간하면 i7으로 업그레이드하는게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남동이에게도 미리 물어 보고 확인해 두었다.), 막상 매장에 갔을 때 i7인 에어를 바로 받아올 수는 없는 일이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그냥 기본 모델 중에서 상급 모델로 가져오는 게 나을지 기다렸다가 업그레이드 주문한 노트북을 받는게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쿼드코어와 듀얼코어에 대해서 확실히 해 두려고 검색을 해 보니, 코어의 숫자가 크면 한 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처리하기가 수월해지는 것이지만, 에어는 기본 사양 외에 i7으로 올려봐야 개 발의 편자 격이라는 어느 블로거의 글을 만나게 되어 홀가분하게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그래도 영상 편집을 아예 안할 것 같지는 않으니 에어 모델 중에서 상급인 i7모델을 선택했다. 프리스비 매장에서의 매니저의 양아치같은 태도는 글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기로 한다. 당장 재고를 팔아 치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프리스비에서 다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불카드도 받긴 했는데, 애플 제품은 구매할 수 없고 온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없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른 브랜드 제품만 가능하다면서 멀티 허브 같은거 구입하시라길래 일단 받아 들고 나왔고, 다음 날 다른 매장에 허브를 구경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많지도 않았고, 원하는 기능을 갖춘 제품은 사진에 있는 제품 딱 하나 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이 6만원이나 더 내고 허브를 받아 왔다. 옛날 사람이라 아직 클라우드 서비스를 여전히 못 믿고, 내 눈으로 확인하면서 직접 손으로 정리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라 SD카드와 USB메모리를 쓰지 않을 수가 없어서 허브는 꼭 필요했는데 쓰다 보니 영 탐탁치 않다. 초소형 256GB USB메모리를 쓰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너비가 넓은데다가 발열이 심하다. 꽂아 놓기만 해도 열이 나기 시작한다. 좀 더 미려하고 성능좋은 놈은 없는지 다시 찾아볼 예정이다.
가벼운 노트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해야 할 일들을 하겠다는 의지는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 가벼우니까 매일 사무실에 들고 다니면서 짜투리 시간에 그동안 미뤄두었던 옛 아이폰 사진 정리도 시작했고, 블로그도 여전히 열심히 쓰고 있다. 물론 영상 편집은 확실히 전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 노트북으로 프리미어를 돌릴 때 편집 도중에도 영상이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서 편집 작업은 거의 맥북 프로로 했었고, 맥북프로로 작업할 때에는 내보내는 작업할 때 빼고는 큰 불편 없이 작업을 했었으니 그간 편집 작업이 얼마나 헤비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에어로 하자니 작은 화면도 참아야 하는데 기본 편집 과정에서도 레이어가 몇 개 늘어나고 효과 몇 개 적용하니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가 있어서 그 때 깨달았다. 96년에 7500 매킨토시로 처음 프리미어 작업할 때가 다시 떠올랐다. 그 때도 저장버튼 한 번 누르면 30분에서 한 시간은 기다려야 AVI파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럴 일인가 싶지만 노트북을 다운그레이드한 내 탓도 있으니까 일단 올 해는 참는다. 대신 블로그는 시간이나 장소 구애를 덜 받으면서 쓸 수 있으니 블로그에 집중하면 된다. 가벼워서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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