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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여름 국수 대잔치

d0u0p 2020. 8. 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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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생각해서 단백질 식단을 챙겨 먹기로 했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 시원한 면 요리를 먹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법이다. 매일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 마음 꾹 눌러 참아가며 일주일에 한 번만 면을 먹기로 했는데, 이제 여름이 반쯤 남은 지금 일단 뭘 먹었나 다시 짚어 본다.  

1. 가성비 나무랄데 없이 맛있는 비빔 국수, 망향비빔국수 7,000원 (제로페이 가능)

맛집의 기본 조건은 메인 음식은 물론이고, 김치가 반드시 맛이 있어야 한다. 망향 비빔 국수는 저렴한 비빔 국수 한 그릇에 함께 나오는 세 가지 김치가 모두 나무랄데 없이 맛이 좋다. 울 엄마마마님 열무 김치가 이랬으면 싶고, 집에 사들고 가고 싶지만 열무김치를 집에 들고 들어가는 순간, 사 먹는 김치는 비싸다며 열무 김치가 먹고 싶었던 것이냐며 엄마마마님께서 부랴부랴 새로 열무 김치를 담그실 것이기 때문에 그냥 밖에서 몰래 사 먹고 들어간다. 사 먹는 김치는 비싸다는 세상 모든 엄마마마님들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그렇게 담근 김치가 맛이 없으면 또 손이 안가고 버려지게 되면 재료비며 수고가 더 아까운 일인데, 가끔 사 들고 들어가는 김치도 조금 너그럽게 받아 넘어가 주시면 좋겠다.

2. 코지마 메밀 소바 정식 9,000원 (제로페이 가능)

히가와리 정식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찰박찰박 담궈 먹는 재미가 있는 모밀과 튀김덮밥이 함께 구성되 있는 모밀 정식은 언제나 먹을 수 있으니 메뉴 걱정 덜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날 어떤 메뉴가 나오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나름 근처 인기 식당이라 그런지 늘 줄이 길고 매일 준비하시는 양도 한정적이라 열두시 반 이후에 가면 재료 소진으로 밥을 못 먹을 수도 있으니 마음이 편한 식당은 아니다. 

무사히 착석을 하고 주문까지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뒤늦게 찾아 오신 손님들은 식사를 못하고 되돌아 가셔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밥을 먹었다. 코지마에 가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일찍 나서야 한다. 

2020/06/20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돈가스 먹고 싶은 날 돈가스가 나오면 반가운 식당, 코지마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돈가스 먹고 싶은 날 돈가스가 나오면 반가운 식당, 코지마

제로페이 큐알은 이제 카운터에 크게 붙여 놓으셨다. 인쇄물을 받는데 시간이 필요했었나보다. 전날부터 돈가스가 먹고 싶었는데, 본격적인 큰 돈가스가 아니라 적당한 양으로 카레와 함께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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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싸서 눈물이 찔끔 나지만 비싼만큼 맛있는 솜씨, 성게 모밀 17,900원 

열한시 반이 점심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간일 수 있는데, 그 시간에는 오히려 만석이라 밥 먹기가 어렵고 오히려 조금 늦은 시간에 가면 예약을 안했더라 하더라고 여유가 있어서 밥은 먹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또 너무 늦게 가면 가끔 한우 육회 비빔밥같은 인기 메뉴는 재료가 소진되어 먹지 못할 수도 있다. 팀장님이 왜 싫다 하시는지 늘 의문이라 안 계시는 날 몰래 가서 먹고 온다.

'재료 본연의 맛이 잘 살아 있는 정갈한 맛'이라고 지금 쓰면서도 성게알에 다시 시선이 꽂혀 침흘리고 있다. 팀장님이 너무 편식하시는 타입은 아니지만 은근히 안 드시는 종류의 식재료가 있는데 하필이면 솜씨에 모여 있어서 탐탁치않아 하시는 것 같지만 나는 뭐 너무 좋다. 모든 사람이 성게알을 사랑할 수 없다는 건 나도 안다. 내게는 아름다운 맛이다.

소에서 나는 기름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고추장 양념도 아닌 간장 양념으로 버무린 쇠고기 비빔밥은 또 맛있다며 잘 먹는 사람이 또 나라는게 아이러니하지만, 정말 맛있다. 수다 떠느라고 다 못 먹고 남긴 고기가 지금에서야 아깝다. 

4. 해물탕 먹으러 갔다가 신메뉴에 홀려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연안식당 멍게 비빔 국수 11,000원

성게 모밀이면 바다 음식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연이은 장마에 칼칼한 해물탕이 필요해서 오랜만에 연안식당에 찾아 갔는데 새로운 메뉴들이 제법 보였고, 여름이라 그런지 비빔국수 종류가 여러 가지였는데 꼬막 비빔 국수와 함께 멍게 비빔 국수가 있었다. 멍게 비빔국수를 메뉴에서 보자 마자 해물탕은 머릿 속에서 까맣게 지워 버리고 홀린 듯이 멍게 비빔 국수를 주문하게 되었다. 

재료들이 어울렁 더울렁 모여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멍게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기본 양념이 꼬막 비빔밥 먹을 때와 똑같은 맛이라서 사실 면보다는 밥과 잘 어울리는 맛이다. 면이 있는데 왜 밥을 또 주시나 했는데 밥이랑 먹으니 더 잘 어울린다. 차가운 면이랑 먹을 때는 역시 신 맛이나 단 맛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비빔면으로 주문하면 면도 먹고 밥도 먹고 일석 이조이지만 양념은 밥 용인 것 같으니 다음엔 그냥 비빔밥으로 먹어야겠다. 의외로 맛있는 낙지집 찾기가 어려워서 불을 켜고 있었는데 메뉴판에 낙지 비빔밥이 있는 것을 또 나중에야 발견했으니 일단 낙지 비빔밥 먹으러 다시 가야겠다. 

5. 보통 명사 '비냉'을 정의하자면, 일호면옥 비빔냉면 

평양냉면도 좋고 함흥냉면도 좋고 다 좋지만 여름에 먹는 비빔냉면을 찾을 때 기본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일반적인 비빔 냉면의 정석 쯤 되지 않을까, 팀장님은 양지탕을 드시겠다고 하셨지만 탕 종류는 하절기에는 먹을 수 없었다. 물냉면은 확실히 모밀 가득 들어간 면과 슴슴한 국물에 식초 쪽 뿌려 먹는 평양냉면이 조금 더 끌리는데 비빔은 이렇게 찰기있는 면에 양념 가득 배어 있는 느낌도 괜찮다. 

2019/06/28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냉면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냉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두 가지 중 제일 가까운 곳에 있고 고소한 메밀 맛이 가득한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는 광화문 국밥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그 맛이 다시 떠오르고 식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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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양옥 비빔 냉면도 먹어야 하고, 광화문 국밥 비빔 냉면도 먹어야 하고 아직 못 먹은 냉면이 밀려 있어 바쁜 여름이다.   

6. 쿠폰으로 먹으면 공짜라길래 주문했지만 돈 주고는 절대 안 먹을 맛, 제X제X소 우삼겹 비빔 국수 

만 원 이상은 주문해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메뉴라서 이왕이면 맛있는 밥 먹겠다고 가장 비싼 전복 버터밥까지 주문해서 함께 먹었는데, 이 차갑게 식어 뻣뻣한 우삼겹을 얹어 비벼 놓은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맛이었다. 메뉴판에 적힌 설명문에는 육즙과 불향 가득한 우삼겹을 가득 올렸다는데 어디에 육즙이 있고, 어디에서 불향이 나는지 찾아 볼 수 없었다. 예전에 다른 비빔 국수 메뉴 먹었을 때에는 그래도 기본은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초심을 잃은 것인지, 우삼겹 비빔국수가 안 팔려서 쿠폰으로 내어 놓은 것인지 모를 일이고, 쿠폰을 사용해서 주문할 때 별도로 미리 이야기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있는 태블릿으로 쿠폰 메뉴를 함께 주문하고 나중에 계산할 때 쿠폰을 보여 주는 방식이라 우삼겹 비빔국수 면 종류가 메밀과 일반 두 가지로 나눠져 있지만 이 두 메뉴가 동일한 가격인 것을 확인하였으니 개의치 않고 메밀로 주문해 먹고 계산하려 하니 쿠폰으로는 메밀면은 주문할 수 없다고 했다. 이미 비슷한 경우가 빈번하게 있었던 것 같고, 원래는 안되지만 해 주겠다고 선심쓰듯이 쿠폰 처리는 해 주고 넘어가시기는 했으나 두 메뉴가 가격이 같지 않냐고 하니 원가가 다르다나, 그게 지금 쿠폰 표기와 메뉴판 표기를 다르게 해 놓고 주문 받을 때 대면 접촉도 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브랜드 식당 카운터에서 해야 하는는 적당한 대응은 아닌 것 같다. 

전복 버터 밥 또한 잘 나가지 않는 메뉴라 그런지 김 부각에서 오래된 기름 냄새가 풍겨서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인기 없는 메뉴라 해도 22,000원 짜리 메뉴 재료를 이렇게 대충 관리해서 만들 수 있나, 손님들이 기름 냄새 정도는 구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쿠폰 메뉴와 함께 들어간 주문이라 재고 처리 겸 묵은 부각을 얹었는지 또한 모를 일이지만 그간 문 닫으면 아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던 식당이 이제는 문 닫으면 그럼 그렇지 끄덕끄덕하고 넘어가게 될 것 같아 씁쓸하다. 초심찾아 돌아오시기 바란다. 

정말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 제주 밀면집이 문닫은 건 아닌지 궁금하다. 각오 단단히 하고 비 안오는 막간을 이용해서 잽싸게 다녀오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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