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아트토이를 배워 보기로 했다.

d0u0p 2019. 10. 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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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두었던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만드는 것보다 실물화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3D로 만들어 프린팅을 해 볼까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벼락같이 아트토이 제작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어떻게 해서 내 눈에 들어와 꽂히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타게팅인지, 개인화 추천으로 보여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반가워서 단번에 일정을 확인하니 주말에는 수업이 없어서 일단 한 번 좌절했었다. 보타니컬 아트 전문가 과정 같은 것도 찾아 보고 있는데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좌가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인 과정같아 보이는 수업들은 대부분 평일에만 가능해서, 직장인은 정말 일만 해야 하는 것인가 낙심하고 있었던 차였는데, 전문가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취미 과정도 평일에만 있다고 하니 더 마음이 좋지 않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달 쯤 지났을 때였나 틈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지를 살피고 있었는데 주말 수업이 있다는 공지를 보았다. 주말 수업 안내를 보자 마자 신청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 시작하는 날을 기다렸다. 

화실 비슷한 그 곳은 풋풋한 젊은이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수업을 신청하기 전에 이미 유투브에서 폴리머클레이로 자유자재로 캐릭터를 만드는 영상을 보고 혹하기도 했는데, 아트토이도 비슷한 과정으로 제작되는 것 같았다. 

아트토이 재료는 스컬피라는 재료로 만드는데, 폴리머 클레이보다는 단단해 보이고(물론 온도를 가하거나 손으로 만져 주면 말랑하게 변한다) 점토 자체는 회색이거나 살색이다. 폴리머클레이는 영상으로 보아서는 여러 가지 색이 있는 것 같은데, 색소를 넣어 쓰는지 원래 색상 별로 나누어 판매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확인해 보기로 한다. NSC교과서를 정리하다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내용지식 중에 각 종 재료 중 하나로 스컬피가 나와있었다. 보통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클레이는 플레스티신이라는 점토이고, 절대 굳지 않고 채색하기 쉽다고 한다. 스컬피도 비슷한데 오븐에 구워내면 패키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도자기 구워낸 것 처럼 단단하게 바뀐다. 

생각보다 물러서 형태를 잡다 보면 다른 쪽 형태가 알게 모르게 다른 힘에 의해서 찌그러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형태가 잡히면 오븐에 한 번 굽고 단단해진 스컬피 위에 다시 스컬피를 입혀서 작업하게 된다. 온 집안 식구들이 주말에 어디를 가서 뭘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과정에는 오븐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븐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낸 덕에 다음 주 쯤 집에 오븐이 도착해도 쓸데없는 쇼핑을 왜 또 했냐고 그 누구도 잔소리는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마음이 놓인다.  

아트토이는 마구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장식물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일반적인 캐릭터를 똑같이 만들어 내는 일이 아트토이라고는 할 수 없고, 작가의 주관을 가지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 것, 그렇게 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 등을 아트토이라고 분류해 볼 수 있다. 나만의 캐릭터는 나만의 과정으로 남기고 싶어서 수업 시간에 만들 것으로 그동안 오매불망 살까 말까 고민했던 심슨부다 캐릭터를 선택했다. 나름 유명한 제품이라 정면도 좌측면도 배면도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스컬피 자체로만 작업을 하면 무게가 무거워지고, 단단하게 굳고 완성을 했다고 해도 갈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레진으로 원래 만들어진 캐릭터를 복제하는 방법까지 배우기로 했다. 잘 만들어지면 여러 개 복제해서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문제는 스컬피 때문인지 꽉 막힌 답답한 공간에서 오븐을 계속 돌려 가며 작업을 해서인지 세 시간 동안 집중해서 스컬피만 들여다 보아서인지 두시간 반 정도 지나면 정신이 혼미해졌다. 토할 것 같고 시야도 흐려지고, 초점 맞추기도 어렵고 힘들었다. 온전히 내 컨디션의 문제인지 환경의 문제인지 스컬피의 물성 때문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첫 수업의 마지막 삼십분은 바깥 공기를 쐬고 진정시키느라 힘들었고, 저녁도 먹기 힘들었다. 

한 달 수업이 지나고 이제 복제 과정으로 접어들어야 했는데, 또 본의 아니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수업을 건너 뛰어 버려서 이제 불안하기까지 하다. 마무리 되지 않은 심슨은 내버려두고 도넛츠만이라도 작게 만들어서 복제해서 컬러링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스컬피는 미리 사 두었으니 일단 다음 주 초에 오븐과 베이비 오일, 고무 헤라를 주문해야겠다. 그래야 다른 분들 뒷발꿈치라도 겨우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정신 차리고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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