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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황태구이 맛집의 실종

d0u0p 2018. 10. 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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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떻게 늘 맛있는 식당만 갈 수 있겠냐 싶게 가끔 이렇게 실패하는 메뉴들이 있다. 

이제는 없지만 그래도 예전에 동양증권 빌딩 지하에 있던 자린고비는 늘 줄을 서야 하는 황태 맛집이었다. 그래서 분점도 여러 군데 생겼고 그 중 남아 있는 곳이 롯데캐슬 지하에 있는 자린고비였는데, 기억 속에 묻혀 있다가 어느 날 불현듯 생각이 나서 가보게 되었다. 

자린고비의 황태구이

십 년 전 가격은 기억이 안나고, 롯데캐슬이 새로 생기고 지하 식당가에 자린고비가 들어왔을 때 더 이상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되서 좋아했었다. ​자린고비를 특히 좋아했던 이유는 황태도 황태지만 쌀이 좋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밥 맛은 우리나라 햅쌀로 찰지게 지었을 법한 그런 밥이었다. 황태의 질이 떨어지고 양념의 맛이 변한 것도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심지어 밥을 한 숟가락 떴을 때 정말 너무 배신감이 들었고, 그래서 이 넓은 홀이 한가하구나 다시 깨닫게 되었다. 

정말 월세를 내야 하고 음식 단가를 맞춰야 하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음식이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알면서도 안 좋은 쌀로 바꾸고 재료를 바꾸는 주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궁금하기는 하다. 맛 때문에 사람들이 오는 것이고 맛 때문에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걸 모르실 수 있나? 

예전의 자린고비에는 실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우 황태라는 식당에 가게 되었는데 황태 해장국과 떡국을 주로 하고 황태 정식이 있길래 기분 좋게 주문해 보았다. 떡국을 먹으러 갔지만 의외로 황태구이 정식이 있었기 때문에 주문했던 것이었는데 아주 즐겁지는 않았다. 

기름진 국물 냄새를 싫어해서 사골 넣은 것 보다는 황태나 건어물로 국물 낸 떡국이 좋아서 나에게는 좋았다. 그리고 다른 직원이 동우 황태에 가면 고추가 맛있어서 늘 더 찾다 보니 아예 더블로 가져다 주신다는 그 고추도 좋았다. 고추가 아니라 쌈장이 정말 맛있다. 아마도 장 때문이었지 좋아하며 먹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황태구이가 애매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쌈장이 이렇게나 맛이 있는데 황태구이 양념은 단 맛만 과하고 뭔가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황태 사이즈는 뭐 작은 거 주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다른 장이 맛있는데, 황태 양념이 맛이 없는 이 언밸런스한 상황이 어색했다. 정식은 황태국과 황태구이가 함께 나오고 만원이었었는데, 9월 가격이고 그 때 매장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한다고 붙여 놓으셔서 지금은 아마 천원에서 이천원 사이 올랐겠다. 

아침에 먹을 수 있는 황태북어국은 5천원, 점심은 7천원이었는데 얼마나 올랐으려나 궁금하다. 황태구이는 당분간 못 먹을 것 같고 날씨 선선해질 때 떡국 먹으러 다시 가야겠다. 

자린고비는 롯데 캐슬 말고 한 군데 더 남아 있는 걸 보긴 했는데, 굳이 확인하러 가야하나 싶을정도로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라 기약이 없고, 황태구이 맛집은 정말 횡성이나 평창 쯤에나 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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