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스타벅스를 가지 않았습니다.

d0u0p 2018. 5. 1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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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매일 아침 테이크아웃 드립 커피를 마시지는 않지만 새로운 근무지 근처에 스타벅스를 제외한 어느 가게의 커피가 입에 맞을 지 궁금해서 매일 아침 마셔 보았다. 주말에 매운 아귀찜까지 먹고 속이 아직 쓰릿한 느낌이다. 

이번 주의 첫 출근은 화요일이었고, 화요일 수요일은 특별히 팀장님이 추가로 사주신 덕에 두 잔을 마셨다. 

화요일은 매스커피와 커피코트 DRIP & DUTCH, 수요일은 새로 오픈한 OO:D, 목요일은 아티제, 금요일은 진한 원두에 지쳐 마호가니 커피였다. 출근하면서 사무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카페 중 스타벅스를 제외하고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어 보겠다고 문 앞에 떡 하니 자부심있게 적어 놓았으나 인테리어는 다른 카페와 별 다르지 않은 유행하는 스타일이었던 첫 날의 매스커피 아메리카노는 그럭저럭이었다. 그냥 2,300원짜리 커피 맛 정도의 느낌 그대로였고, 이 정도라면 세븐일레븐의 아메리카노도 오히려 괜찮은 느낌이었다. OO:D의 커피는 내 입맛에는 쓴 맛이 강했다. 가끔 이게 기계 탓인지 원두 탓인지 아무튼 무슨 탓인지 쓴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심지어 카페인도 강한 느낌을 받는 커피가 있는데, 싫다. 하루에 내가 버틸 수 있는 카페인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이 정도의 커피를 아침에 마시면 하루 종일 다른 커피는 더 마실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이미 다른 커피를 마시고 이 정도 강한 커피를 마셔서 과한 카페인 복용 상태가 되면 두근두근하는 데다가 입 맛도 잃고, 정신이 없지만 매우 힘든 상황을 겪게 된다. 커피코트는 직원 중에 누군가가 근방에서 그나마 낫다고 추천한 곳이라며 팀장님이 인도해 주신 곳이다. 

저렴하고, 따뜻한 음료인지 아이스 음료인지를 선택하면 컵을 주고 원하는 원산지의 원두를 골라 따르면 된다. 가격 대비 괜찮은 맛이었다. 여러 가지 맛을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두 번이나 갔었는데 아마 다음 주에도 몇 번 가서 새로운 느낌의 커피를 찾아 골라 마셔 볼 것 같다. 컨테이너에 원산지와 특성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원산지를 몰라도 적당히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고르면 된다. 일반적인 산지의 원두를 고루 갖추고 있다. 코스타리카 따라주와 과테말라SHB를 마셨다. 1천원~2천원대에 맞는 원두들로 구성되어 있는 느낌인데 하와이안 코나나, 게이샤 같은 것도 스페셜 가격으로 취급하면 매일 갈 수 있을 것 같다. 구석구석 너무 궁금한데 매장이 작고 들어가면 바로 스탭 분들이 반갑게 받아 주셔서 뭔가 여유가 없었다. 빨리 골라 나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무실 근처 새로운 건물이 리뉴얼되어 오픈된 곳에 반디앤루니스가 생겼다. 일층에는 여유롭게 앉아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중이고 주말이고 여유되면 가서 앉아 있고 싶지만 아직은 눈치를 보는 중이다. 주말에는 아마 집 근처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흘러넘칠 것 같아 가 보고 싶지만, 굳이 사무실 근처를 주말에도 가고 싶지는 않다. 반디앤루니스 옆에 아티제가 있어서 목요일은 아티제에 들러 보았다. 4천원대 커피라고 하기에는 밋밋하고 특색없고 매스커피보다 못한 느낌이다. 포인트 카드도 만들었는데, 저녁 겸 빵 먹을 일 없으면 안 가게 될 것 같은데, 저녁 겸 빵을 먹을거면 가까이에 있는 곤트란 쉐리에를 갈 일이지 아띠제는 또 안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부드러운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사무실에서는 거리가 꽤 되지만 어느 버스를 타느냐에 따라 하차하는 지점이 달라지는데 금요일은 마침 마호가니 커피와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리게 되었다. 굳이 매장에 있는 즐비한 빵을 찍어 본 이유는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을 때 바로 앞의 손님들이 신나게 빵을 고르고 계셨기 때문이랄까, 정말 아침 식사 하러 나오신 것 같이 여러 가지 빵을 종류별로 구매하셨다. 처음 오셨는지 커피 메뉴와 빵 고르기에 뭔가 우왕좌왕 더하기 맛 있는 빵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뜸이 약간 묻어나는 분위기였다. 매장에 있는 빵들을 대체 누가 먹나 했는데, 많이들 드시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아침에 커피숍에 빵 손님이 많다더니 진짜였다. 아침을 거른 상태로 집을 나서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되는 환경에서 자라기도 했고, 아직도 끼니는 중요하다고 믿고 계시는 엄마 덕에 아직도 밖에서 아침을 먹기가 힘들다. 아침에 빵이 먹고 싶으면 먹고 싶은 빵을 미리 사들고 가서, 내일 아침은 꼭 빵을 먹겠다고 말씀드려야 먹을 수 있는데, 나가서 사 먹겠습니다-라고 하는 순간 날아올 잔소리가 무서워 아직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냥 주시는 대로 감사히 먹고 나서고 있다. 아침에 맛있게 빵을 드시던 그 분들 탓이었나 그날 저녁에 아침으로 먹겠다고 빵을 한가득 사들고 왔다. 내일 아침은 빵이다! 나도 빵 먹고 출근한다! 

커피는 지난 주에 많이 마셔서 아직 모르겠다. 날씨가 쌀쌀하면 아마도 커피코트에 들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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