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크리컷 만들기 : 스마트 아이언 온으로 텀블러백 꾸미기

d0u0p 2024. 1. 2. 08:10
728x90
반응형

드디어 크리컷 스토어에서 연말 세일을 시작하였으니 전에 사둔 흰 색 아이언 온 외에 검정 아이언 온을 하나 더 구매하고, 구매를 미루고 있던 긴 사이즈의 매트도 세일이라 하나 주문했다. 영영 세일하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세일이 끝났다.



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샀으니 다행이긴 한데, 스마트 아이언온은 정말 그 양에 비하면 가격이 너무 사악하지 않나 싶다. 크리컷 조이의 작은 매트 하나 정도의 사이즈를 한 판 사용한다 치면 한 롤로 여섯 개 정도 오려낼 수 있다. 글씨와 면적을 줄이면 조금 더 쓸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알아볼 수 있을 법한 사이즈로 꽉 채줘줘야 예쁜 것 같고 그렇게 채워 사용하자니 아깝고 뭐 그렇다.

아주 오래 전에 필사를 해 보겠다고 사 두었던 책에서 마음에 드는 글귀 몇 가지가 있어서 아이패드로 글씨를 써서 오려내 무지 캔버스백에 전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었더랬다. 그 아이디어를 묵혀둔 지 몇 년 만에 드디어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어서 감개무량한 날이었더랬다.

처음에는 일반 캔버스백을 찾았었는데 딱 마음에 드는 사이즈와 가격의 제품이 없었다. 그냥 문고판 책 한권 정도 들어갈 만한 작고 가볍고 얇은 가방을 찾았는데 무겁고 두껍고 튼튼하고 큰 가방만 나왔다. 책 한 권을 넣는 가방을 일단 포기하고 갑자기 손잡이 없는 텀블러가 그간 불편했으니 텀블러백을 찾아보기로 했는데 텀블러백은 캔버스 천이긴 하지만 작은 사이즈이면서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많아서 일단 시험삼아 흰색과 검정색 하나씩 셋트로 구성되어 있는 제품을 주문해 보았다. 두 개에 9,000원이라 가격도 마음에 쏙 들었다.
사실 지금도 책 한 권 넣는 보조 가방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천을 끊고 재봉틀을 사서 직접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일단 꾹 참는다. 방산시장을 뒤지면 뭐라도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쿠팡으로 주문한 가방은 다음 날 바로 도착했으니.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로 거의 그려내다시피 만들어낸 글씨들을 일단 SVG포맷으로 변경했다.  투명한 PNG 파일이라면 크리컷 어플리케이션에서 바로 오려낼 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뭐라도 고급 기능 하나를 사용하려면 일단 돈을 내고 구독하라는 메시지가 떠서 거북했다. 그냥 원래 사용하고 있는 어도비 캡쳐에서 이미지를 불러와 SVG로 변경해 라이브러리로 등록하고, 데스크탑 일러스트레이터로 열었다. 혹시 이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시려나, 다음 기회에 따로 포스팅해 보기로 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열어 보니 작은 글자들은 너무 우굴쭈굴해서 수정하기가 벅찼다. 낑낑거리며 불필요한 노드를 없애주고 형태를 어느 정도는 다시 다듬어 다시 저장해서 크리컷에 등록해서 열었다.  

아이언온을 처음 사용하는 터라 이것 저것 또 한참 찾아 헤맸다. 일단 아이언온은 한 쪽 면은 부드러운 접착면이고 한 쪽 면에는 매끈한 이형지가 하나 더 붙어 있는데 이 중 부드러운 접착면이 직물에 붙어서 접착처리되는 부분이고 이 부분을 윗 쪽으로 놓고 잘라내야 해서 이미지를 일단 반대로 뒤집어줘야 한다. 진짜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뒤집고 붙였다. 실수해서 잘 못 자르면 재료가 너무 아까우니까 신중해야 했다.

반대로 잘라진 아이언 온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일단 걷어내면 되는데, 전에 사용하던 퍼머넌트보다는 걷어내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서 속이 다 시웠했다. 작게 남아 있는 부분들은 역시나 원래의 크리컷 도구보다는 가늘고 더 날카로운 송곳으로 들어내는 것이 훨씬 편했지만 아랫 부분에 원래 의도했던 작은 글자들은 정말 쉽지 않았다. 들쑥 날쑥 잘려나간 부분도 있고 배경과 전경이 쉽게 분리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시트 사이즈를 잘 못 맞춰서 맨 앞 글자 하나가 반동강이 났기 때문에 시원하게 작은 글씨는 포기하기로 했다. 작은 글씨는 정말 쉽지 않았다.

필요 없는 부분을 떼어 내고 나면 다시 뒤집어서 원하는 천 위에 올려 놓고 그 위에 가벼운 천 하나 정도 덮고 열을 가해 주면 된다. 이 부분도 한참 찾아 보았는데 일단 전용 기계가 없는 상태라서 일반 다리미로 성공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스러웠다. 다림질 온도를 면으로 설정하고 몇 초 눌러주면 된다고는 했는데, 몇 초로는 불가능했다. 모르긴 몰라도 십 분은 눌렀던 것 같다. 중간에 떨어질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쯤 들어 올리다가 실패할 뻔도 하였으나 얼른 다시 덮어서 아주 착 달라붙을 때까지 세월아 네월아 눌러 주었다.

옆으로 새어나온 접착제도 보이고 글자가 약간 쭈글대는 부분도 그대로 보이지만 뭐 어떤가, 이만하면 성공이다. 너무 마음에 든다. 다만, 이 정도 만들면 판매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계산기를 아무리 두들겨 보아도 손해가 클 것 같아서 아쉬울 뿐이다.

그 때 그 때 커스텀 주문해서 아주 비싼 값에 팔면 몰라도 이 정도로 뽑을거며 그냥 대량 주문해서 제작해 놓고 판매해도 될거를 굳이 힘들게 이렇게 수작업할 일인가 싶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선물이나 해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