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WATER COLOR

르두테 장미 수채화 연습

d0u0p 2023. 11. 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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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두테의 꽃 그림이 가득한 책을 한 권 샀다. 영국 왕실 정원의 식물화가였다는 르두테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식물화로 유명한 작가였고 눈에 걸리는 아름다운 그림이 대체로 르두테의 그림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 르두테의 책을 판매중이라는 광고에 낚였지만 낚인 보람이 있는 책이었다. 판형이 더 컸으면 좋았겠지만 보고 그리는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책에는 르두테의 작품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고 오묘하게 부드럽고 황홀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장미를 하나 선택해 스케치를 옮겨 채색해 보기로 했다. 처음 책이 도착한 날은 엄마마마님께서 책에 있는 그림에 홀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시면서 공부시키기를 잘했다 하셨는데, 사실 그림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서 아직도 그림이 어렵고 더더욱 프랑스어로 된 책이라 한 글자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굳이 알려드렸다. 

스케치 연습은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 연습도 하지 않고 수채화지에 바로 옮기려면 난리가 나니까 문명의 이기를 사용했다. 전에 시도했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넣어 놓고 따라그리는 앱으로 얼기설기 중요한 지점을 잡아 주고 디테일한 부분은 다시 눈으로 보면서 옮겼다. 이제 다시 또 다른 문명의 이기를 사용해보겠다고 무려 미니미니 빔프로젝터도 구매했으니 채색은 채색대로 부지런히 연습하고 스케치는 스케치대로 연습해야 한다. 

사실 중간에 물감도 하나 샀는데, 포스팅하지 못한 채 이렇게 물감을 사용하고 있다. 물감이 딱 보타니컬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많지 않은 색상 구성으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해서 좋다. 종이를 샘플로 받았던 정말 작은 사이즈의 종이를 사용했더니 정말 세세한 묘사는 다 담지 못했는데 그래도 작으면 작은대로 꽤 괜찮은 그림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온갖 재료를 싸들고 호기롭게 공원에 나가서 집중하며 채색하고 있으니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그냥 마냥 좋았다. 매일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다면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일 것 같다. 생업이고 뭐고 잔디 위에 그림 펼쳐 놓고 앉아 있는 느낌이 마냥 좋았다. 

야외 사생에 또 한 번 도전하러 갔다가 스케치부터 말아먹는 바람에 의기소침했지만 함께 가져갔던 작업중이던 장미를 꺼내서 적당히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뭐라도 그림이 하나 남았으니 참으로 다행인 날이었다. 클래식한 미니액자에라도 끼워 주고 싶은데 사이즈 맞는 액자가 정말 없어서 그냥 이대로 일단 벽에 붙어 있다. 뒷쪽에 있는 꽃송이가 칙칙한 것도 그렇고 가시를 다 빼먹은 것도 그렇고 이래 저래 100% 흡족하지는 않지만 큰 사이즈로 옮겨서 다시 더 집중해서 그려보기로 한다. 

 

같은 그림을 또 그리면 질리니까 다음에는 라일락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르두테의 그림은 수채화물감 하나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지는 않고 아주 가늘게 먹선을 넣어 명암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책에 있는 라일락은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꽤 우중충한 느낌이 있다. 펜선까지 살려 넣어 볼지 붓으로만 끝낼지는 잘 모르겠고, 성공적인 그림이 나올지도 잘 모르겠다. 

심지어 물방울까지 있는데, 물방울은 생략해야겠다. 동판인쇄라고 책 설명에서 잠깐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설마 밑색을 올리고 나서 에칭으로 명암선을 그려 넣어 찍었다거나 그런것일까 갑자기 상상해 본다. 정말 판화를 배워야 할까, 같은 그림을 작가 정신을 담아 여러 장 뽑아내려면 디지털인쇄보다는 판화가 훨씬 훌륭한 방법인 것 같다. 일단 수채물감이나 잘 써 보기로 하고, 판화는 나중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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