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타임스퀘어 메리어트 모모카페 런치 뷔페에서 이른 생파

d0u0p 2023. 8. 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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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으로 원거리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호텔 뷔페 이야기가 나와서 찾아보니 7월 중순부터 메리어트 모모카페 주중 런치가 20% 할인이라길래 홀랑 예약을 했다. 주중 런치가 6만원인데 할인해서 4만 8천원이니 뷔페가 늘 버거워 부담스러운 자에게 꽤 부담없는 가격이었다. 15만원 짜리 뷔페에 가도 5만원 짜리 뷔페에 가도 먹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입에 맞는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그또한 어차피 호구인 뷔페손님에게는 그나마 이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일은 한참 남았는데, 예약 달력에서 가능한 날짜가 아니라서 가능한 날에서 대충 골랐다. 요즘은 너무 더워서 뭐라도 하나 더 재고 따질 여력이 없다. 

무더웠지만 하늘이 맑고 파란 날 600번 버스를 타고 도착하시는 너무나 깜찍하고 귀엽고 쓸모 있는 생선을 든 손님과 함께 모모카페를 찾아 나섰다. 애프터눈티 마시러 가 보고는 팬데믹이다 뭐다 해서 두문불출하다 보니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2017.12.18 - [EATING] - 서울에서 애프터눈티 마시기 너무 힘들다.

 

서울에서 애프터눈티 마시기 너무 힘들다.

다들 홍콩쯤 가서 마시고 오는 삼단 트레이에 티푸드 올망졸망 올려주는 애프터눈티, 홍콩까지 안 가고 서울에서 그냥 마시고 싶었다. 가로수길에서 몇 년 전에 밀크티잼을 팔던 티하우스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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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기억의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무사히 도착했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 일찍 도착해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애프터눈티를 마실 때 앉았던 자리였는데 런치 뷔페에는 사용하지 않는 테이블에 앉아 기다릴 수 있었고, 정확히 열 두시가 되니 손님들이 갑자기 줄지어 나타나셨는데 잊지 않고 자리도 먼저 챙겨서 안내해 주셨다. 

가기 전에 어떤 메뉴가 나오는 지 잠깐 찾아 보기는 했는데, 주말과 평일도 다르고 런치와 디너도 다르니 의미가 없었고, 특히 해산물은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종류가 바뀌는 것이라 더 의미가 없었지만, 마침 그 날은 입 짧은 내가 딱 좋아하는 단새우 초밥이 있어서 매우 신이 났다. 

보리멸도 좋았고 한치와 새우는 더 없이 좋았다. 원래도 초밥 먹을 때 즐겨 먹는 메뉴들이라 더 좋았다. 밥을 덜어내고라도 새우를 왕창 먹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스시 종류는 두 가지였는데 그 중 하나가 연어였고, 원래 연어는 기름져서 먹어도 바로 배출되는 체질이라 애초에 먹지 않아서 먹을 수 있는 스시는 남은 한 가지였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안타깝다. 여름이라고 무기력해서 맛있는 스시 어종 하나 챙겨 적어놓지 못했다. 영상도 이제는 포기하고 가볍게 그냥 사진만 찍기로 했다. 사진에 영상까지 찍으면 너무 번잡하고 정신 사나워서 먹는 것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나마 사진이 간단하고 좋은데, 곧 심도 얕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종으로 변경하면 사진을 포기하고 영상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찍어봐야 어디 출품할 것도 아니고 적당히 영상에서 뽑아써도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게 꺼내는 것 또한 일이라 번거로울 것 같다. 

되도록이면 단백질과 비타민 및 무기질을 챙겨 먹기로 했다. 날이 더워 그런지 유난히 더운 음식 메뉴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서 세 번 째 쯤 되었을 때 장어 튀김과 도미뱃살 조림을 들고 왔다. 

찬 음식은 거의 다 괜찮았는데 장어 튀김은 소스에 담겨지지 않은 부분의 튀김 옷이 많이 딱딱해서 깜짝 놀랐고, 도미 뱃살 조림은 양념이 과하게 달고 짰다. 컨디션에 따라 입맛도 달라져서 컨디션 때문일 수도 있는데 도미 뱃살 조림 말고 나중에 가져온 안심 스테이크도 양념이 진해서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미 새우초밥을 너무 많이 먹은 상태라 배가 불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스테이크 옆에 있는 겨자 소스와 바베큐 소스도 챙겨들고 왔는데, 겨자 소스는 너무 달아서 싫었고, 바베큐 소스도 뭐랄까 바메큐 소스 특유의 스모키함같은 게 전혀 없어서 심드렁했다. 

쌀국수까지는 사실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서 손님이 드시는 쌀국수를 찍어 두었다. 고수만 집어 먹었다. 절반은 마음에 들었는데 절반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처음에는 엄마마마님 모시고 한 번 더 갈까 했던 마음이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심기일전하여 아이스크림 삼종도 맛보고, 석류 젤리와 생강정과, 레몬타르트, 클로렐라 케이크까지 먹고 얼음컵을 따로 받아서 커피를 내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마시니 살 것 같았다. 클로렐라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신기했다. 할아버지께서 식재료 연구를 시작하시고 성과를 내서 지역 신문에 작게 기사가 났던 그 옛날 옛적이 떠올랐다. 클로렐라를 보면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동시에 떠오르는데 그 클로렐라를 보기가 또 쉽지는 않아서 아주 오랜만에 할아버지 생각하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민들레 뿌리를 찾아 와봐라 하시던 게 정말 엊그제 같기는 하다. 아직 농장에 가면 앉아 계실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커피가 기계에서 받는 따뜻한 커피 한 종류라서 너무 난감해 하고 있으니 그날의 손님이 직접 얼음컵을 따로 부탁해 주셨다. 엄마같은 분이니 잘 뫼시고 다녀야겠다. 덕분에 시원하게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가득 찬 배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심슨 패밀리 한 가족 왕창 만들어져 자리잡고 있으니 행복하다. 생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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