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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나들이, 생활의 달인 춘천막국수와 금성 전파사 새로고침 센터, 스타벅스 경동 1960까지

d0u0p 2023. 7.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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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에 새로운 스타벅스가 생겼다고 하니 언제 한 번 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점심이라도 맛있게 먹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궁리중이었는데 마침 생활의 달인에 나왔다는 메밀막국수집이 있다고 하니 겸사겸사 들러 보기로 했다. 

딱 열 두 시가 되기 전에 도착을 해서 아주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었는데, 물 막국수와 비빔 막국수를 하나 씩 주문해서 시원하게 먹고 나오니 피크 시간이 지나 가게 앞에 줄이 생겨 있었다. 먹기 전에 약간 소란이 있었지만 비가 오는 날이었고, 시장 안에 있는 식당이니 식당 벽에 뭐가 지나간다고 해도 대수로운 일은 아니었다. 그냥 내 뒷 자리에 나타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먹었다. 메밀을 직접 갈아 면을 뽑으시니 따끈하고 고소한 면수도 한 잔 마실 수 있었지만 찬 물은 입구까지 나가서 직접 받아와야 해서 쉽지만은 않았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를 별도의 그릇에 주시는데, 물막국수에는 듬뿍, 비빔막국수에는 살짝 부어 먹으면 된다고 알려 주셨다. 비빔국수에 육수 넣어 먹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막국수는 아니었지만 비빔 냉면에 육수가 약간 들어 있었던 어느 대학 학생 식당이 떠올랐다. 그나마 그것도 이제는 30년 쯤 지난 일이라 이제는 없어졌겠지만, 그와 비슷한 음식을 눈 앞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매끄럽고 고소한 메밀 국수를 시원하게 뚝딱 비우고 찾아간 곳은 시장 어느 귀퉁이에 새로 생겼다는 스타벅스 경동 1960이었는데, 경동시장에 자주 다니시는 엄마마마님 말씀에 의하면 인삼 파는 집 위에 있다고 하셨는데, 인삼 파는 곳도 스타벅스 간판도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아서 길을 헤맸다. 

오히려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 간판이 눈에 제일 잘 들어왔다.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마마님께서 너무 관심 영역 밖의 물건인지라 노룩패스였던 인삼을 구경했냐고 물어보셔서 적잖이 당황했다. 인사치레로 문이라도 한 번 열어보고 올 걸 그랬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인삼 상가로 들어서는 큰 문이 있고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야 금성전파사와 스타벅스가 나오는데, 층을 돌아 올라 서면 나타나는 문을 지나면 짜잔~ 하고 스타벅스가 나타날 줄 알고 동영상 촬영하려고 카메라 들고 들어갔다가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에서 열일중이신 분과 먼저 마주쳐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좌: 문을 지나면 금성전파사가 먼저 나오는 중간 문 / 우: 금성전파사 코너를 지나 스타벅스로 들어가는 또 다른 문

여기는 일단 금성전파사이고, 스타벅스는 안 쪽에 입구가 따로 있다고 안내를 해 주시기는 했지만, 뭐랄까 기대했던 바와 크게 다른 낯 선 이의 등장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원래 목적지인 스타벅스로 돌진해야 할 지, 친절한 안내에 따라 금성전파사를 둘러 보는 척이라도 해야 할 지 고민스러웠다. 일단 덥고 지쳤으니 앉아서 시원하게 커피를 마시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오래된 극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넓고 높은 공간이 이색적이긴 했다. 다른 지점과 달리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보여서 좋았다. 요즘은 거의 두문불출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이런 공간에 놓여진 텀블러 세척기 하나도 신기했다. 있는 줄 알았으면 텀블러 들고 와서 씻어 볼 걸 그랬다며 한참을 구경했다. 

경동시장 특유의 MD가 없어서 MD 구경하는 재미는 없었는데, 빵은 뭔가 다른 지점보다 많이 고급져 보였다. 여타의 리저브 매장에서도 이런 빵은 본 기억이 없어서 희한했다. 특별히 좋은 빵을 가져다 놓는 지점이 따로 있나 싶기도 했다. 반 팔, 반 바지 차림으로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마셨더니 오래 앉아 있기엔 서늘해서 의외로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엘지전자의 전신인 금성전파사를 굳이 상기시켜 주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우리 집에도 금성 TV가 있었고 똑같이 생긴 전압계도 있었으니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잠깐 홀려서 살 뻔 했던 신제품 노트북도 잠깐 구경을 하고 다른 분들이 받아 가시는 꽃 화분이 부러워서 같은 이벤트에 도전을 해 보기로 했는데, 모두 같은 식물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식물을 처방 받는 형식이라 열심히 네, 아니오를 입력하고 난 결과, 꽃이 아니라 엽채류인 상추를 받았다. 

내 마음 상태가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도 의외였는데, 처방이 상추라니 그 또한 의외였다. 뭐라도 받았으니 좋다며 들고 왔는데 지하철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 헤어진 일행과 스마트폰으로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중 손에 걸려 있던 화분이 들어 있는 쇼핑이 바닥에 나동그라져버렸다. 흙도 물론 다 쏟아져서 지하철 바닥이 흙으로 난리가 났다. 옆 자리에 앉아 계셨던 분들도 날벼락을 맞으셔서 너무 죄송했다. 게다가 얼른 일어나서 치운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옆에 계셨던 분들이 너무나 너도나도 도와주셔서 그또한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냥 제가 하겠다고 말씀 드려도 소용이 없었고, 덕분에 후다다닥 흙을 주워 담고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얼른 도망쳐 내렸다. 어휴, 진짜. 미래에 대한 고민에 이 화분이 뭔 도움이 되었는가 도통 모르겠다. 털레털레 집에 돌아와서 상추를 심어야 한다고 뒷마당으로 곧장 나가 수습을 하고 돌아오니 돌아오는 건 상추를 뭐에 쓸거냐는 어마마마님의 핀잔 뿐이었다. 연하고 달짝지근한 잎이니 내가 먹기 전에 벌레들이 다 먹어치워 버릴지도 모른다. 내 미래보다는 상추의 미래가 더 걱정스러워졌다. 나도 상추도 어떻게든 되겠지. 잠이나 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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