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아카시아 붓펜 극세필로 캘리그라피 연습하기

d0u0p 2022. 10. 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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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가 잔뜩 써있는 붓펜을 샀다. 쓰고 있던 붓보다 더 세필이 뭐가 있을까 검색하니 아카시아 붓펜이 나타났고, 안그래도 사무실에서 잠깐씩 먹물을 쓰다 보니 붓도 세척해야 하고 물통도 갈아줘야 해서 불편했으니 극세필에다가 붓펜이기까지 하니 일단 구매를 해 보았다. 

먹색과 맑은 먹색, 옥빛 물색, 천년 녹색, 노송나무 껍질색 다섯가지가 들어 있고 먹색은 생각했던 것 보다 진하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옥빛 물색은 흔히 떠오르는 옥빛은 아니고 남색보다 약간 연하면서 아주 깊은 물에서 볼 수 있는 진한 옥빛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천년 녹색이나 노송나무 껍질은 본 적이 없으니 이름 붙이기 나름인가 보다 하고 넘어 가기로 한다. 어차피 일본 사람들이 느끼는 색채 감각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감각과는 사뭇 다르고, 이름을 직역해본 들 그 감성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좌:노송나무껍질색 / 중:천년녹색 / 우:먹색
좌:맑은먹색 / 우:옥빛물색

뒷 장이 훤히 잘 비치는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일단 시필을 해 보았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색은 옥빛 물 색이었는데 낱개로 구매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필사를 위한 책이지만 깨끗하게 남겨 두고 다른 종이에 필사하려던 '뜨겁게 나를 응원한다'를 난데없이 펴서 옥빛물색 펜을 휘둘러 보았다가 여전히 장문을 쓰기에는 집중력도 부족하고, 서체도 엉망인 느낌이라 다시 '스낵캘리그라피'를 펴 보았다. 

뾰족한 붓 끝을 다루기가 쉽지 않았는데, 종이가 매끄러울수록 뾰족한 끝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아서 다시 화선지를 펴 보았다. 화선지에서는 희한하게도 색들이 훨씬 채도가 낮게 보여서 다섯 가지 색이 가진 각자의 개성이 조금씩 사라져 버렸는데, 매끄러운 종이에서는 밋밋해서 답답해 보이기까지 했던 맑은 먹색이 화선지에서는 또 곱게 살아나서 좋아 보였다. 

화선지 한바닥을 가득 채우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모니터만 들여다 보고 있다가 가끔 붓을 잡으니 기분 전환도 되고 잘 풀리지 않는 답답한 마음도 차분해 져서 좋다. 

그리고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작은 사이즈 화선지 한장을 칼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으로 꽉 채워 보기도 했다. 일단 한 바닥에 글자들이 다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로 시작해서 윗 쪽으로 치우쳐 버렸다. 제목도 참 볼 품 없기도 하다. 여전히 전체적으로 어벙벙하고 어설프지만 첫 술에 배 부르랴. 만 술 쯤 떠 먹으면 배 부를 날 오겠지. 책장에 꽂아둔 화선지를 다 동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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