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앳원스 스낵 캘리그라피와 함께 하는 독학 캘리그라피

d0u0p 2022. 9.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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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스낵 캘리그라피와 저렴한 모나미 붓펜을 종류 별로 구매

어쩌다 갑자기 눈에 띈 이산 작가의 레슨북에 홀려 일단 책을 구매하고, 책 한 권으로 가능할까 궁금해서 붓펜을 준비했고 막무가내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따라 써 보기 시작했다. 

되는 듯, 안되는 듯, 알 듯 모를 듯한 상태로 일주일 정도 글씨를 써 보다가 모나미 붓펜이 너무 짱짱한 탄력을 가지고 있어서 시작하는 획과 끝나는 획을 뭉툭하게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되었다. 첫 주에는 획 굵기의 변화까지는 신경도 못 쓰고, 각각의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며 따라 그려내는 수준으로 그리려니 많이 힘들었다. 

2. 수채 물감과 워터 브러쉬로 일단 연습

모나미 붓펜이 탄성이 강해서 뭉툭한 획 표현이 어렵다면 탄성이 덜한 일반 붓은 어떨까 궁금해서 집에 굴러다니던 수채화 워터 브러시를 꺼내어 보았다. 

수미 잉크를 찍어 그어 보니 확실히 모나미 붓펜보다는 부드럽고 획의 굵기도 조절하기 쉬웠다. 팔레트에 남아 있던 물감을 찍어서 한 바닥 그어 보니 얼추 멋은 나는 것 같은데 물감의 농도에 따라 획이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것 같았다. 물을 많이 섞을수록 끝이 조금 더 둥그런 글자가 만들어졌다. 

3. 역입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시작함

붓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가지고 있는 수채화 붓 중 반은 보타니컬 전용 붓이라 붓모가 길고 뾰족한 타입이라 교재에 있는 것 같은 둥근 모서리를 가진 획을 그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이 교재를 쓰신 작가님과 다른 분들은 또 어떤 붓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졌고, 혹시 교재 앞 쪽에 소개가 되어 있었는데 지나치지 않았을까 싶어서 찬찬히 다시 읽어 보았는데 앞 부분에서 뜻밖의 내용을 만났다. 획을 날카롭게 만들지 않으려면 붓펜은 호가 짧고 굵은 제품을 선택해야 하고, 반드시 "역입"을 적용하기를 권하고 있었다. "역입"은 또 무엇인가 궁금해서 당장 유튜브를 검색해 보았다. 

서예를 배울 수 있는 영상이 많아서, 다양한 영상을 참고로 일단 탄탄한 붓펜으로 연습을 다시 시작해 보았다.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마음대로 조절하기는 어려웠고, 심지어 교재의 2/3 정도 지점 쯤 넘어 갔을 때에는 붓펜이 희미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몇 백 원 하지 않는 붓펜 몇 자루를 배송비 더해서 주문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 한동안 펜을 놓았다. 그러면서 가끔 사무실 근처 문방구에서 붓펜이 있나 찾아 보니 모나미 붓펜은 의외로 많이 깔려 있었다. 필요할 때 가서 사다 쓰면 되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4. 새 붓 구매

추석이 지나면서 희끄무레하게 잉크를 뿜어내던 모나미 붓펜을 다시 들어 보았다가 성에 차지 않아 급작스럽게 붓을 사 보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이산 글씨 학교 블로그가 있어서 한참 들여다 보았는데 어떤 붓을 사용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고, 다른 블로그에서 대체로 붓으로 쓰는 캘리그라피에는 이런 붓을 쓰면 된다는 내용을 참고해서 지필묵을 준비해 보았다.  

화선지에 먹으로 글씨를 쓰는 날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틈틈이 화선지를 펴고 먹물을 꺼내 글씨를 써 보고 있다. 처음에는 급작스럽게 번져서 글씨가 계속 커지는 느낌에 많이 당황하기도 했다. 

이제 시작이라 아직 한참 못난 글씨들이지만 그래도 보듬어줘야 할 내 새끼들이다 생각하고 있다. 그간 교재에 있는 글씨들을 따라 쓰면서 공통된 규칙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직 제대로 응용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해서 대체로 조잡하다. 붓도, 먹도, 종이도 아직 낯설고 어렵다. 

5. 아이패드 크리에이트 프로를 열어 브러쉬를 커스텀하기 시작

집에 돌아가 쉬는 시간에, 봐도 인생에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 드라마만 보고 있기는 아쉬워서 교재를 펴고 크리에이트 프로를 열어서 브러시를 만져 보기 시작하니 붓으로 글씨를 썼을 때 만들어지는 탄력있는 브러시가 만들어졌다. 전문적인 내용도 모르거니와 다른데서 받아 두었던 브러시를 복사해서 내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경해 보았는데, 그럴싸한 느낌이 들어 신나게 글씨를 써 보기 시작했다. 

아이패드를 프로에서 미니로 바꿨는데, 괜히 바꿨나 싶기도 하다. 미니로 쓰려니 아무래도 면적이 좁아서 계속 레이어를 꺼내야 했다. 일단 덮어 두었던 책의 나머지 부분은 아이패드 연습으로 마저 채웠다. 

이제는 갑자기 사무실에서 아무 노래 가사나 생각나는 대로 써 보고 있는데, 처음보다는 그래도 꽤 봐줄 만 하다. 다행이다. 이산 글씨 학교 다니고 싶어서 수강료 알아 봤다가 굳이 이렇게 돈을 쓸 일인가 싶어서 덮어 버렸는데, 덮어버리기를 잘했다. 물론 완전 전문 작가님께 배우면 뭐 훨씬 좋은 글씨를 쓸 수는 있겠지만, 그냥 이 정도까지만 쓰게 된 것도 만족스럽다. 많이 보고 연습하다 보면 조금씩 더 늘겠지. 

다이소에 따라 쓰기 좋은 짧은 글귀 캘리그라피용 책이 있다는데 아직 못 찾았다. 붓도 사실 더 작았으면 좋겠다. 그냥 혼자 끄적끄적 잘잘한 글씨로 화선지 한 장 꽉 채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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